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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츠고 피싱] '준치? 아니 강준치' 충주호 낚시 여행
2019-04-07 08:01:05최종 업데이트 : 2019-04-07 08:01:05 작성자 :   연합뉴스

[렛츠고 피싱] '준치? 아니 강준치' 충주호 낚시 여행

(충주=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지만, 지금은 낚시하기에는 다소 애매한 시기다. 무엇하나 제대로 잡히는 것이 없다. 이 틈에 거대한 댐을 배경으로 빙어 떼들을 사냥하는 '강계(江界)의 폭군' 강준치를 잡으러 충주호를 다녀왔다. 강준치가 어떻게 먹이활동을 하는지 등 그 생태를 아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 준치와 강준치



산길을 한참 달려와 도착한 곳은 충주호의 전망이 한눈에 들어오는 충주시 살미면 신매리의 작은 언덕이다. 바로 밑 호수의 한가운데서 일어나는 파문이 내려다보였다.
강준치 떼가 빙어 떼를 사냥하는 장면이라고 '낚시하는 시민연합' 김욱 이사는 말했다. 프로낚시인인 그는 얼핏 보아도 유난히 큰 낚싯대를 차 트렁크에서 꺼냈다.
"이건 바다 농어를 잡을 때 사용하는 낚싯대가 아니냐"고 물었더니 맞다고 한다. 바다 농어(Sea Bass)는 '바다의 폭군'으로 불리는, 어마어마한 파워를 가진 물고기다. 배스(Bass)는 일반적으로 민물 농어를 뜻한다. 다 큰 바다 농어는 1m가 훨씬 넘는다. 웬만한 남자 혼자 힘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이런 낚싯대를 들고나온 건 바로 강준치를 제압하기 위해서다. 골프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필드에서 다양한 낚싯대가 쓰이는 것이다.
강준치는 '썩어도 준치'라고 하는 그 속담에 나오는 준치가 아니다. 준치는 청어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로, 우리나라 서남해안에 많이 분포한다. 6∼7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지역에서 산란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맛이 좋기로 유명해서 이와 같은 말이 생겨났다 한다.
그러나 강준치는 생김새만 비슷할 뿐, 사실 알고 보면 완전히 다른 물고기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맛이 전혀 없어 인기도 없다. 강준치는 다 자라면 크기가 1m가 넘는 잉엇과에 속하는 물고기다.



◇ 만만치 않은 충주호

김 이사는 얼른 장비를 챙겨 내려갔다. 곧장 멀리 보이는 파문을 향해 캐스팅했으나 미끼는 조금 못 미쳐 떨어졌다. 낚시 미끼가 파문이 일어나는 지점까지 도달하지 않는 것이다. 김 이사는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그리고 사정없이 부는 바람. 이 지역 풍속 예보를 보니 초당 6∼7m다. 김 이사는 낙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캐스팅이 도무지 안 됩니다." 정말 그랬다. 저 멀리 보이는 파문을 향해서 아무리 던져도 이쪽저쪽으로 미친 듯 부는 바람 탓에 제대로 날아가지 않았다.
몇 시간을 악전고투하다 결국 철수하기로 했다. 몰골도 말이 아니었다. 헝클어진 머리와 콧물 등이 뒤범벅된 얼굴, 봄이 와서 녹은 진흙 바닥으로 더러워진 신발 등으로 우울해졌다.

◇ 관건은 비거리

다음날은 아침 일찍 필드로 진입하기로 했다. 오늘은 여성 낚시인 금영은 씨도 멀리 원주에서 새벽부터 달려와 합류했다. 역시 파문은 일고 있었다.
있는 힘껏 캐스팅해도 비거리는 60∼70m 선에서 머물렀다.
김 이사는 "이 정도 장비로 비거리가 나오지 않는 것은 프로낚시인인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한계"라고 토로했다. 금씨도 혼신의 힘을 다해 캐스팅했지만 김 이사와 근접할 정도로 날아갈 뿐이었다. 물론 기온이 훨씬 따스한 남쪽의 경우 팔뚝만 한 강준치가 연신 잘 낚여져 올라오는 곳도 있겠지만, 넓디넓은 충주호는 몹시 어려운 곳임이 분명했다.
무엇보다 비거리가 관건이었다. 2∼3m가량 못 미치는 듯했다. 김 이사는 빙어 떼를 노리던 강준치 떼가 근처를 맴돌다 미끼를 물 수도 있을 것이라며 약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아무 말 없이 캐스팅과 릴링이 계속됐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김 이사가 다급하게 외쳤다. "걸렸어요. 걸렸어!"
힘차게 릴링을 하는 김 이사의 눈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김 이사는 탄식을 쏟아낸다.
"아! 찢어졌어요."



줄이 끊긴 것도 아니고, 찢어지다니… 강준치는 입 주위의 피부가 약하다. 그래서 낚시를 끌어내는 도중 바늘이 걸린 주둥이 피부가 찢어져 버린 것이다. 바늘은 빈 채로 돌아왔다. 그 이후로 계속 캐스팅과 릴링을 했지만, 결과는 이른바 '꽝'이었다.

◇ 소박한 식사와 돌발적인 귀가

날이 어둑어둑해지자 충주호에서 수안보휴게소로 가는 길에 있는 살미면의 '봉춘'이라는 작은 식당을 찾았다. 이곳은 우선 메뉴판이 따로 보이지 않았다. 주인장이 대뜸 몇 명이냐고 묻더니 3인분을 마련해 온다. 된장찌개와 순두부찌개, 갖가지 반찬들이 줄지어 식탁에 올랐다. 구수한 찌개에 맛깔스러운 반찬으로 배를 채우니 빈손 낚시의 허탈함과 하루의 피로가 조금은 씻기는 듯했다. 계산하려고 보니 1인당 6천원에 불과했다.
금씨는 원주로 돌아간 뒤 다음날 새벽 다시 합류하기로 했다. 김 이사는 충주의 숙소로 돌아가 쉬는데 갑자기 벌떡 일어나 집에 좀 다녀오겠다고 한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농어 낚싯대가 강해서 강준치 피부가 찢어진 듯하다는 것이다. 그는 용인에 있는 집에서 휘는 정도가 조금 더 부드러운 낚싯대를 가지고 오겠다고 했다. 김 이사는 밤늦은 시각 다시 숙소에 도착했다. 잠시 집에 들렀다가 장비만 챙겨온 것이다. 가정도 있을 텐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 빙어와 강준치

다음 날엔 새벽에 일어났다. 강준치가 수면에서 노는 틈을 노려야 하는데 해가 뜨고 수온이 올라가면 빙어가 물속으로 가라앉고 빙어를 쫓는 강준치도 수면에서 보이지 않게 돼 낚시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물고기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낚시하는 것과 모르고 하는 것은 차이가 크다.



오전 5시. 창밖으로 닭이 울었다. 수안보휴게소에 도착하니 금영은 씨가 벌써 기다리고 있다. 오늘이 3일째, 여기서 성공하지 못하면 끝장이다. 대한민국 프로낚시인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다.
현장에 도착하니 어두컴컴했지만 저 멀리 수면 아래 파문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 것이 어슴푸레 보였다. 오늘은 아예 '철퍼덕철퍼덕' 수면 위로 뛰어오르며 빙어를 먹기 시작한다. 민물고기 가운데 빙어는 어식(魚食) 어종들의 먹이 역할을 한다.
강준치가 떼를 지어 빙어들을 몰아간다. 빙어 떼가 더 갈 곳이 없으면 포식자들을 피해 수면으로 뛰어오르는 경우가 있다. 이때를 배스나 강준치 같은 어종들이 놓칠 리가 없다. 그들도 점프하면서 빙어를 잡아먹는데 그 모습이 장관이다. 빙어에게는 생사가 걸린 장면이지만, 실로 심오한 자연의 신비가 아닐 수가 없다.

◇ 진짜 월척을 낚다



서둘러 흙길을 내려갔다. 한동안 낚시를 했지만 좀처럼 고기는 잡히지 않았다. 그러던 중 갑자기 김 이사가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어!"
팽팽하게 당겨진 라인 끝에는 얼핏 보기에도 큼직한 물고기 한 마리가 딸려오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러나 이 녀석은 강준치가 아니라 배스였다. 47cm에 달하는 배스를 잡아낸 김 이사는 얼굴이 확 밝아졌다. 이제 약간 여유가 생긴 것이다. 그러던 와중에 시간은 자꾸 갔다. 한 시간이 지났을까. 김 이사가 다시 짧게 내뱉는다. "왔어요." 직감했다. 이번엔 배스가 아니라 강준치라는 것을.



낚싯대를 '퉁'하며 치고 가는 충격이 아니라 뭔가 묵직한 것이 은근하게 낚싯대를 끌어당기는 듯했다. 온 힘을 다해 끌고 나와 보니 70cm에 육박하는 강준치다. 김 이사는 한마디를 날렸다.
"보통 때 같으면 쳐다보지도 않는 물고기인데 오늘은 목표를 이놈으로 잡았는데 결국 나왔네요."
대형 물고기를 잡았지만, 오늘의 월척은 역시 쓰레기였다. 낚시하는 시민연합을 구성해 낚시터 쓰레기 청소 운동을 벌이고 있는 김 이사는 이날 평소와 다른 점을 발견했다.
예전에 왔을 때와는 달리 쓰레기가 많이 수거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김 이사는 낚시인들이 자체적으로 쓰레기를 수거한 것 같다고 말했다.

◇ 충주커피박물관과 수안보 온천

조과를 올린 덕분인지 심적인 여유가 생겼다. 오던 길에 봤던 살미면 월악로에 있는 충주커피박물관을 별생각 없이 찾았는데 깜짝 놀랐다.
세월의 흐름을 보여주는 빈티지 그라인더 등 커피와 관련된 여러 가지 소품들이 즐비했다. 총 1만여㎡의 부지에 글램핑 시설도 제대로 갖춰져 있고, 커피 로스팅과 드립 등 다양한 체험 활동도 할 수 있다. 평소에도 커피를 자주 마셨던 김 이사는 커피 드립 체험을 신청했다.
주인아주머니가 예멘 모카 마타리라는 아주 희귀한 커피 종류를 내놓았고 일행들은 드립 체험을 했다. 커피를 들고 밖으로 나가 글램핑장의 파라솔 밑에서 망중한을 즐겼다.



강준치를 잡았던 덕분일까. 여유가 생긴 이들은 내친김에 수안보 온천을 들러보기로 했다. 이곳에 무료 족욕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수소문해서 찾아갔지만, 족욕을 위한 물은 흐르지 않고 있었다.
안내판에 토요일 오후 한정된 시간에만 족탕이 운영된다는 문구가 보였다. 1년 내내 무료로 운영되는 일본 규슈 사가(佐賀)현 우레시노(嬉野)의 무료 족탕이 떠올랐다. 관광객들을 유치하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과 함께 발길을 돌렸다.


귀경길에 금씨는 너무 아쉬워 일요일 다시 오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리고 SNS를 통해 최근 근황을 올렸다. 일요일 다시 낚시터를 찾았지만 강준치를 낚아내는 데는 실패했다고… 2주 후에 금씨는 다시 충주호에 가겠다고 집념을 보였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9년 4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polpor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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