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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베짱이' 간부공무원 보직 뺏는다
후배 공무원들 "능력있는 사람이 리더해야"
2018-10-17 11:08:57최종 업데이트 : 2018-10-17 11:08:57 작성자 :   연합뉴스
경기 수원시청사

경기 수원시청사

수원시, '베짱이' 간부공무원 보직 뺏는다
후배 공무원들 "능력있는 사람이 리더해야"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근무시간에 의자 뒤로 제쳐놓고 야동을 보는 팀장 때문에 미치겠어요", "빨리 결재를 해줘야 정책을 시행하는데 우리 팀장님은 결재를 안 해줘요."


의사결정 회피, 책임 전가, 직원 모욕, 불합리한 지시 등 간부공무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수원시 공무원들은 앞으로 팀장·과장 자리를 내놔야 한다.
수원시는 이런 내용을 담은 '간부공무원 인사관리 계획'을 시행해 내년 1월 상반기 정기인사 때부터 적용한다고 17일 밝혔다.
인사관리 대상은 5급 사무관 과장직과 6급 팀장, 무보직 6급 직원 중 근무성적평정 하위자, 직무수행 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나쁜 직원, 업무회피·지시미이행 등 근무태도 불량자 등이다.
5급 192명, 6급 853명 등 총 1천45명으로 수원시 전체 공무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시청 인사·조사부서가 사실조사를 한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인사관리 대상자를 선정하면 인사위원회가 선정이유와 사실조사, 검증결과자료를 확인해 최종적으로 대상자를 결정한다. 대상자에게는 소명 기회를 준다.
대상자로 선정된 5급 공무원은 사업소와 구청, 동주민센터로 하향 전보되고, 팀장 보직을 가진 6급 공무원은 보직 없이 하향 전보돼 실무자로 일해야 한다.
무보직 6급 공무원은 보직 없이 실무자로 계속 근무하게 된다.
시는 올 연말 평가를 한 뒤 내년 1월 상반기 정기인사 때부터 새로운 인사관리계획을 적용할 예정이다.
대상자로 선정돼 인사 조처된 간부공무원은 1년 이상 기간이 지난 후 근무실적이나 개인 역량이 향상된다고 평가되면 다시 상향 전보되거나 보직을 받을 수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그동안 공직사회의 조직 내 온정주의로 인해 실적이 없는 공직자에 대해서도 관대한 부분이 있었다"면서 "조직이 침체되는 것을 더는 간과할 수 없어 간부공무원부터 솔선수범해 적극적으로 행정을 펼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미 2012년 이와 비슷한 인사제도를 시행했다가 직원 자살과 시장 고발 등 한바탕 홍역을 치른바 있어 수원시 공직사회에서 반발과 갈등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수원시는 2012년 5월부터 직무수행능력이 떨어지거나 불성실·무능·저성과 공무원을 대상으로 재교육하고, 교육 후 개선의 여지가 없으면 직권면직까지 할 수 있는 '소통 교육 인사제도'를 시행했다.
이 제도에 따라 35명의 공무원이 소통 교육대상자로 선정됐고, 교육거부자 2명을 뺀 33명이 6주간 교육을 받아 이 가운데 23명은 직무수행능력 개선 평가를 받고 부서를 재배정받았다.
그러나 나머지 10명은 여전히 직무수행능력이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평가돼 대기발령과 함께 3개월간 과제물 수행처분을 받았다.
대기 발령자 가운데 7급 직원 한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졌고, 시청 직원 한명이 "굴욕적인 재교육프로그램을 강행해 직원이 자살에 이르렀다"며 염태영 시장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시청 내부적으로 갈등이 증폭되는 등 소통교육 인사제도는 큰 파장과 후유증을 남겼다.
인사대상 공무원의 명단을 동료 직원들이 적어 내도록 하고, 대상자를 한데 모아 교육하는 등 공무원의 인권과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힌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청 공무원은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인사제도라 하더라도 이미 비슷한 인사제도로 인해 동료가 자살한 사건을 겪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런 일이 벌어질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런 여론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조직에 도움이 안 되는 간부공무원을 인사 조처하려는 것은 하위직 공무원들의 고충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 수원시 설명이다.
중간관리자인 6급 팀장과 정책 결정·효율적인 조직운영의 책임이 있는 5급 과장이 불필요한 업무 지시, 구시대적인 복종 강요와 고의적인 결재지연, 근무시간 중 개인취미 활동 등으로 오히려 조직 내 활력과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이런 팀장·과장과 일을 못 하겠다고 근무 기피 신청을 한 사례가 10건이고, 지난해 팀장과의 불화로 일을 못 하겠다고 고충을 제기한 하위직 공무원이 13명에 달한다.
수원시는 간부급 공무원들의 우려와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해 지난달 시청 내 양대 노동조합 위원장을 만나 인사제도 시행의 취지를 설명했고, 두 노조 모두 공감과 지지를 보냈다.
최창석 대한민국공무원노조총연맹 수원시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연공서열로 승진을 하다 보니 일 안 하고, 오히려 일하려는 팀원들에게 방해만 되는 간부공무원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리더가 지녀야 할 자질과 능력이 있는 사람이 팀장·과장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하위직 공무원이 많아 새로운 인사제도에 찬성했다"고 말했다.
hedgeho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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