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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에 1명씩 살리던 '닥터헬기', 이국종-아주대 갈등에 먹구름
도입 첫 달 출동 성공률 89.5%→지난달 의료진 동행 출동 0건
아주대병원 "의료진 탑승 여부 외상센터가 결정"
이국종 교수, 이재명 지사와 회동…"거취 얘기 없었다"
2020-01-17 12:01:36최종 업데이트 : 2020-01-17 12:01:36 작성자 :   연합뉴스
닥터헬기 앞에서 이야기 나누는 이국종 센터장

닥터헬기 앞에서 이야기 나누는 이국종 센터장

3일에 1명씩 살리던 '닥터헬기', 이국종-아주대 갈등에 먹구름
도입 첫 달 출동 성공률 89.5%→지난달 의료진 동행 출동 0건
아주대병원 "의료진 탑승 여부 외상센터가 결정"
이국종 교수, 이재명 지사와 회동…"거취 얘기 없었다"

(수원=연합뉴스) 김경태 권준우 기자 = 아주대학교 의료원장이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인 이국종 교수에게 욕설을 퍼붓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이 공개된 이후 병원 측과 외상센터 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닥터헬기 운영에도 먹구름이 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운용 초기에는 3일에 1명꼴로 생명을 살리는 등 야심 차게 출발했지만, 필연적으로 따르는 소음 문제를 해소하려는 방편들이 암초에 부딪힌 데다, 도입과 운용을 주도한 이 교수까지 거취 이동에 대한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향후 제대로 된 운용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7일 경기도와 아주대병원 등에 따르면 닥터헬기는 도입 초기인 지난해 9∼10월 모두 25차례 출동해 단 한 건의 회항 없이 환자를 외상센터로 이송했다.
당시 모든 출동에 의료진이 동승했고, 출동 대비 인명구조 횟수를 계산한 출동 성공률은 무려 89.5%에 달했다.
그러나 같은 해 11월 1일 독도에서 소방 헬기 추락사고가 발생하면서 닥터헬기 운용에도 변동이 생겼다.
경기도 닥터헬기 기종은 프랑스 유로콥터사의 슈퍼퓨마(SUPERPUMA) EC-225로, 추락사고 헬기와 기종이 같다. 이 때문에 정부 차원의 안전점검 조치에 따라 지난해 11월부터 닥터헬기 운항이 중단되면서 도는 소방헬기 3대를 대체 투입해 운용 중이다.
그러자 이때부터 의료진 탑승 횟수가 줄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외상센터에는 모두 10대의 헬기가 환자를 실어 날랐지만, 그 가운데 의료진이 탑승한 건 5건에 그쳤다.
이 교수가 해군 훈련에 참여한 지난달에는 모두 10건의 이송 중 의료진이 탑승한 것은 한 차례도 없었다.

의료진이 헬기에 탑승하지 않을 경우 환자가 의사를 만나 구명 조치를 받는 시점이 늦춰지기 때문에 그만큼 소생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닥터헬기가 소방헬기로 대체되면서 왜 의료진 출동 횟수가 줄어들었는지는 아직 정확한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이송에 관여했던 소방 관계자들은 의료진들이 육체·정신적으로 피로감을 자주 호소했다고 입을 모았다.
한 구조 관계자는 "외상센터 의사들은 생명 구조를 위해 자기 수명을 깎아가며 일을 하는데 병원 쪽이나 주변 민원으로나 좋은 소리를 못 들으니 피로감이 쌓인 듯했다"며 "빠른 이송이 되더라도 의료진이 지쳐 있으면 제대로 된 치료가 어렵지 않겠나"고 전했다.
헬기 이송과 관련한 소음 문제도 닥터헬기 운용에 어려움을 주는 요소다.
환자 이송, 조종사 이착륙 훈련 등 닥터헬기가 하루 10여차례 이착륙하면서 인근 주민들이 소음 문제를 제기했고 병원 측이 관련 회의체에서 이를 이 교수 측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양측의 갈등은 심해졌다.
이 교수는 이런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면 애초에 왜 닥터헬기를 도입했느냐고 주장했고, 병원 측은 민원을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다며 맞섰다.
아울러 도는 수원비행장에 격납고와 운항통제실을 갖춘 닥터헬기 계류장을 신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국방부, 공군 측과의 협의가 늦어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닥터헬기는 그동안 아주대병원 옥상 헬리패드(주간)와 수원비행장(야간 및 기상 악화 때)을 임시 계류장으로 사용해왔다.

이런 와중에 닥터헬기를 주도했던 이 교수와 병원 간의 갈등이 점차 깊어지면서 이 교수의 거취 문제까지 거론되고 있어 닥터헬기의 향배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앞서 이 교수는 지난 15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바다에 있을 때가 좋았고 10m짜리 파도를 맞는 게 낫다"며 "죽을힘을 다해서 정말 어떻게든 밀어붙여 보려고 했는데 이제 안 되겠다"고 말해 거취에 대한 모종의 결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를 실었다.
이에 아주대 병원 측은 닥터헬기 운영과 의료진 탑승 여부 등은 모두 외상센터에서 결정하는 사안이며 병원 측은 운영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 교수가 해군 훈련에 참여한 이후 10건의 응급 환자 이송 때 의료진이 탑승하지 않은 것은 병원이 결정할 사항이 아니라 이 교수가 센터장으로 있는 외상센터에서 결정한다는 것이다.
병원 관계자는 "외상센터 운영과 관련해 병원 측과 공유하지 않는 부분이 많다"며 "이 교수와 병원 간 이어지는 갈등에 대한 사실관계를 정리해 다음 주쯤 입장 발표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교수는 지난 16일 도청을 방문해 이재명 지사와 약 40분간 면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리에서 이 지사는 심적으로 힘든 이 교수를 위로하고 권역외상센터·닥터헬기 운영 문제와 갈등 중재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최근 이 교수가 직면한 상황에 대해 이 교수의 고충을 들었으나 거취와 관련해서는 특별히 오간 얘기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사는 지난해 6월 경기도교육청·아주대병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학교 운동장 1천696곳, 공공청사 및 공원 77곳 등 모두 1천773곳을 닥터헬기 이착륙장으로 활용하게 하는 한편 수원비행장 내 닥터헬기 계류장 확보를 위해 국방부·공군 제10전투비행단과 협의를 진행하는 등 이 교수가 주도하는 권역외상센터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왔다.
그러나 일반병원과 권역외상센터 사이의 갈등은 광역자치단체에서 법적으로 관여하기 어렵다는 것이 경기도의 설명이다.
다만, 도는 올해 외상관리체계 지원사업으로 닥터헬기 운영에 70억원(국비 70%, 도비 30%), 경기도 외상체계지원단 운영에 6억원(민간위탁금)을 지원하기 때문에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도는 외부 보건의료 전문가가 포함된 TF를 구성한 뒤 권역외상센터 운영 현황을 파악하고 갈등의 대안을 모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sto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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