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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의 두 얼굴…식당은 '텅텅' 고깃값 '들썩'(종합)
"인체감염 안되고 익히면 세균 사멸" 홍보에도 소비심리 급랭 일주일새 소·돼지고깃값 10%↑…사재기 조짐에 급등 우려
2017-02-10 12:18:48최종 업데이트 : 2017-02-10 12:18:48 작성자 :   연합뉴스
구제역의 두 얼굴…식당은 '텅텅' 고깃값 '들썩'(종합)_1

구제역의 두 얼굴…식당은 '텅텅' 고깃값 '들썩'(종합)
"인체감염 안되고 익히면 세균 사멸" 홍보에도 소비심리 급랭
일주일새 소·돼지고깃값 10%↑…사재기 조짐에 급등 우려

(전국종합=연합뉴스) 충북 보은축협이 운영하는 소고기 직매장 '한우 이야기'는 요즘 예약이 필요없을 정도로 한산하다.
평소 저녁시간이면 9개의 룸과 52석 규모의 홀이 손님으로 꽉 채워졌는데, 인근 농장 2곳에서 구제역이 연달아 터진 뒤로 매일 빈방이 수두룩하다.



이 매장 이모 과장은 "명절 뒤 찾아오는 비수기이기도 하지만, 구제역 이후 소고기를 꺼리는 분위기가 나타나면서 매출이 20% 가까이 곤두박질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축협은 지역신문에 '구제역은 인체에 무해하다'는 내용의 광고를 내고, 매장에도 홍보문을 내거는 등 구제역 파장 차단에 나서는 중이다.

◇ 소·돼지 매몰하는 '무서운 질병'…섭취 꺼려
40여곳의 한우 전문식당이 몰려있는 전북 정읍시 산외한우마을도 사정은 비슷하다. 청탁금지법으로 경기가 가라앉은 상태에서 구제역까지 터져 분위기가 꽁꽁 얼어붙었다. 손님이 줄면서 문을 닫는 식당까지 생겨나고 있다.
한 식당 주인은 "이번 주 들어 택배 주문이 뚝 끊겼고, 이따금 찾아오는 몇 안 되는 손님들도 찝찝해하는 분위기"라며 "축산농가는 보상이라도 받지만, 우리처럼 장사하는 사람은 하소연할 곳조차 없다"고 하소연했다.
구제역이 확산양상을 보이면서 소고기를 파는 식당가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혹시 병에 걸렸거나 백신 후유증을 우려한 시민들이 섭취를 꺼리기 때문이다.
충북 남부권 유일의 축산물종합처리장 '맥우'의 홍성권 대표는 "보통 가축 질병이 발생하면 소비심리가 급속히 위축돼 10∼20%씩 업계 매출이 준다"며 "우제류 이동이 제한되면서 하루 50∼60마리에 이르던 소 도축물량이 40마리 선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구제역 위기경보가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격상되고 전국의 가축시장이 일시 폐쇄되면서 소·돼지 고깃값은 불안해지고 있다. 일부 도매·유통상들은 사재기 조짐까지 보인다.

◇ 소·돼지고깃값은 일주일 새 10%↑…돼지로 번지면 폭등 우려
축산물품질평가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당 1만5천653원이었던 한우 1등급 지육가격은 지난 8일 현재 1만7천242원으로 10.2% 올랐다. 돼지고기 도매가 역시 지난달 31일 ㎏당 4천329원이던 것이 8일에는 4천757원으로 9.9% 상승했다.
구제역 발생 1주일도 안 된 시점에서 고깃값이 들썩이는 것은 가격 상승을 예상한 유통상들이 물량 확보에 나서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국의 소·돼지 348만 마리가 살처분됐던 2010∼2011년 '구제역 파동' 때는 돼지고깃값이 40% 이상 폭등한바 있다.
한 대형마트 정육 바이어는 "구제역이 확산 조짐을 보이자 대형 유통상들이 미리 물량을 다량 확보해놓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최근 일주일 사이 소·돼지고기 도매가가 오른 것은 이런 영향 때문"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돼지농장으로 구제역이 확산될 경우 파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소고기는 국내 유통량의 50% 이상이 미국·호주 등 수입산이어서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돼지고기는 90% 이상이 국산이어서 영향이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다만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7∼10일분의 재고가 확보된 상태여서 단기간 가격상승 가능성은 낮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소·돼지고깃값 변동에는 공급 물량뿐 아니라 소비심리도 큰 영향을 미친다"며 "구제역뿐 아니라 AI 영향도 지속되고 있고 삼겹살 데이(3월3일)와 캠핑 시즌까지 앞두고 있어 자칫 가격 급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 "구제역 인체 감염 안돼…당국 가격 안정 나서야"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구제역이 사람한테 감염된 사례는 한 건도 없는 만큼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한다.
구제역은 소·돼지·염소·사슴처럼 발굽이 두 갈래로 갈라진 동물한테 나타나는 바이러스성 급성 전염병이며, 전염력이 강하고 치료법도 없어 도살·매립하는 것일 뿐, 사람에게 옮지는 않는다고 말이다.
대부분 바이러스가 그렇듯 구제역도 불에 약해 섭씨 76도에서 7초만 가열하면 모두 사멸된다.
충남대 수의과대학 서상희 교수는 "구제역은 사람과 동물을 옮겨다니는 인수공통질병이 아니다"며 "구제역에 걸린 소나 돼지를 먹어도 사람한테는 아무런 해가 없다"고 말했다.



이런 설명에도 구제역 후유증은 우유 소비를 위축시키고, 심지어 순댓집 매출까지 떨어뜨리는 등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경우도 있다.
수원역 인근서 전통 순댓국집인 일미식당 정경미 대표는 "2010년 구제역이 났을 때는 손님이 아예 들지 않아 6일 동안 문을 닫았었다"며 "이번에는 그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시중에 유통되는 모든 우유의 경우 90도 이상 고온에서 멸균하기 때문에 구제역 바이러스는 살아 남을 수 없다. 심지어 육회 같은 날고기도 바이러스가 살 수 없는 근육 부위를 이용하기 때문에 걱정 없이 먹어도 된다.
영동대 호텔외식조리학과 지영순 교수는 "구제역에 걸린 소는 곧바로 살처분되고 농장은 이동제한 되기 때문에 구제역 고기가 시중에 유통될 가능성은 없다"며 "설령 유통된다 해도 산도가 떨어져 바이러스가 살아남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10일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물가관계차관회의 겸 범정부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축산물 수급대응과 계란 공급확대 방안 등 물가 안정 대책을 논의했다.
소·돼지고기 수급·가격 안정을 위해 필요할 경우 수입 촉진 등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 혼란을 틈탄 가공식품의 편승인상·담합, 중간 유통상 사재기에 대한 감시도 강화하기로 했다.(정열 최찬흥 노승혁 김동철 박병기 기자)
bgi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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