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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영이 버린 우리사회'…아동학대 관리시스템 '열악'
상담원 1인당 아동수 한국 2만여 명…미국 100배 수준 조기발견·예방이 중요…"부모교육과 사회적 합의 절실"
2016-03-10 17:55:28최종 업데이트 : 2016-03-10 17:55:28 작성자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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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영이 버린 우리사회'…아동학대 관리시스템 '열악'
상담원 1인당 아동수 한국 2만여 명…미국 100배 수준
조기발견·예방이 중요…"부모교육과 사회적 합의 절실"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7살 나이 어린 신원영군을 "길에 버렸다"고 진술한 건 계모였다.
그러나 원영군이 부모와 계모로부터 버림받고 학대받는 사이 우리 사회의 어떤 기관이나 단체도 이들의 학대 문제를 찾아내 해결하지 못했다.
따라서 원영이는 부모와 가정 뿐 아니라 우리 사회로부터 버려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지적과 함께 여전히 열악한 우리나라의 아동학대 발견·관리 시스템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아동학대 관리 환경 및 서비스 질을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 학대 사후 관리뿐만 아니라 학대를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피해 아동의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핵가족화로 인한 '부모 교육'이 결여되는 사회 분위기를 고려해 정부차원의 부모교육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점차 힘이 실리고 있다.
◇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1인당 담당 아동수 2만여명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2014년 전국에 있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은 364명이다. 추계 아동 인원(0∼만17세)은 900만여명으로 상담원 1인당 2만4천여명을 담당하는 꼴이다.
이는 추계 아동인원이 900만여명으로 비슷한 미국 캘리포니아(1인당 1천800여명)의 100배를 훌쩍 넘는 수치다.
상담원 1명이 2014년 처리한 평균 업무 수도 신고접수 48건, 현장조사 168건, 서비스제공 1천341건으로 과도한 편이다.
우리 사회의 아동학대 신고·관리체계가 얼마나 잘 정착했는지를 보여주는 '피해아동 발견율' 또한 아동 1천명당 1.1명꼴로, 미국 9.1명, 호주 17.6명으로 저조하다.
사회적 관심과 달리 아동보호전문기관에 투입되는 예산은 작년 488억여원에서 올해 372억여원으로 34% 가량 축소됐다.
아동보호전문기관 한 관계자는 "상담원은 부족한데 예산은 줄어 어려움이 많다. 아무래도 서비스 질이 상대적으로 좋을 수 없다"며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아동학대 관리 여건은 '후진국'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 "사후관리만큼 예방과 조기발견이 중요"
정신과 전문의들은 학대 피해 아동이 얼마만큼 학대 환경에 노출되었는지가 향후 치료와 회복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한다.
신윤미 아주대병원 소아정신과 전문의는 "학대 아동 치료에 가장 중요한 것은 아동이 언제 병원에 오는지이다"라며 "학대가 만성화되어 뒤늦게 온다면 치료가 어렵지만 학대가 금방 노출된 안정된 환경에서 치료를 받으면 빠르게 회복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신고의무자 뿐만 아니라 주변의 모든 사람이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피해 사실을 알리는 문화가 형성되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신 전문의는 "미국을 예로 들면, 자기 자식이 아니더라도 '아동에 대한 신체 및 정서적 학대는 용인할 수 없다'는 인식이 형성됐기 때문에 아동학대 신고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과거부터 부모의 체벌은 어느 정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문화가 잔재해 남의 가정 일에 쉽게 간섭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아동학대'의 개념도 저마다 달라 사회적 합의가 절실하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학대 가해 부모들 대부분이 훈육과 교육 차원의 체벌이었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학대 심각성을 인지조차 하지 못한다"며 "정서적 학대는 신체 학대보다 관대하게 생각하는 점도 있는 것 같다. 아동학대의 정확한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제도와 함께 인식변화가 중요…"부모교육 활발해져야"
아동학대 사건이 노출될수록 관련 정책과 대책이 보완 수정되고 있으나 사회인식 수준은 발전이 더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성산효원대학원대학교 부모교육 주임교수이자 좋은부모 나눔실천협회 이배영 회장은 "과거 대가족이 많았을 때는 가족 안에서 자녀 키우는 법을 자연스레 공유했으나 현대 사회는 핵가족화 되다보니 부모교육이 잘 전수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학대 부모들의 특징은 자신의 행위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며 분노조절, 감정조절이 잘 안된다는 점"이라며 "지속적인 교육과 상담으로 인식 전환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부모 교육에 관심 많은 사람들은 스스로 배움을 시작하지만 문제 소지가 있는 가정의 부모는 교육받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며 "국가나 지자체가 직접 나서 부모교육을 의무화하는 것도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young86@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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