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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 들어왔는데 공부할 교실 없는 단원고
내달 입학 301명 교실 부족…"'기억교실' 이제 돌려달라" 극적 절충안 없으면 세월호 유족-학부모 충돌 우려
2016-02-02 14:56:34최종 업데이트 : 2016-02-02 14:56:34 작성자 :   연합뉴스
신입생 들어왔는데 공부할 교실 없는 단원고_1

신입생 들어왔는데 공부할 교실 없는 단원고
내달 입학 301명 교실 부족…"'기억교실' 이제 돌려달라"
극적 절충안 없으면 세월호 유족-학부모 충돌 우려

(수원=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 안산 단원고등학교가 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들이 사용하던 교실 문제를 놓고 홍역을 치르고 있다.
유족들로 구성된 416가족협의회가 희생 학생들이 사용하던 '기억교실'의 존치를 요구하는 가운데 다음 달 신입생 입학을 앞두고 교실 부족에 직면한 재학생 학부모들이 교실 환원을 요청하고 나서 양측간 대립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 3일 신입생 배정…교실 8칸 부족
경기도교육청은 3일 평준화지역 9개 학군의 199개 고교(자율형 공립고 5개 포함)에 대한 신입생 배정 학교를 발표할 예정이다.
안산 학군에 속한 단원고도 다음 달 2일 입학할 신입생 301명(300명 정원에 쌍둥이 포함)이 확정된다. 4일에는 신입생 예비소집, 16일에는 오리엔테이션(OT)이 예정돼 있다.
이들 신입생은 지난해 9월 도교육청이 확정한 고교 학급 및 정원 인가에 따라 학급당 25명씩 12개 학급에 배치된다.
그러나 지금 상태로는 이들이 들어갈 교실이 없다.
단원고의 총 교실 수는 40개다. 올해 3월 기준으로 1학년과 2학년이 각각 12개 학급이고 3학년이 14개 학급이어서 총 38개 교실이 필요하다.
그러나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2학년이 사용하던 10개 교실이 '기억교실'로 존치되고 있어 8개 교실이 부족하다.
'기억교실'을 활용하지 않으면 교실을 추가 확보해야 한다. 교실 증축은 시간상, 예산상 지금으로선 불가능하다.
'416교실 존치'를 요구하는 '416교실지키기시민모임'은 "신입생 인원 축소 등을 통해 교실 부족을 현실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교육청은 그러나 "이미 학급·정원 인가와 신입생 원서접수가 끝나 신입생 정원을 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2개 층의 '기억교실' 10칸은 비어 있다.
교실 책상 위에는 사진과 편지, 노란 리본, 꽃 등이 놓여 있고 일과 이후에 사전 신청한 추모객들이 방문하고 있다.
◇ "아직 돌아오지 않았는데" vs "재학생들에게 돌려줘 정상화해야"
2014년 말 신입생 선발을 앞두고 교실 문제가 논란이 되자 이재정 교육감은 "명예졸업식 때까지 보존하겠다"고 밝히고 유족 측과 접촉해 논의해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1년이 넘도록 진전이 없었다.
지난해 11월 도교육청은 교실 집기와 유품을 안산교육지원청으로 임시로 옮겼다가 학교 바로 앞 부지에 '416민주시민교육원'(가칭)을 지어 이전·복원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추모와 교육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안이었지만 유족 측은 거부했다.
416가족협의회는 지난달 5일 명예졸업식 불참을 선언하면서 "단원고가 참사를 교훈 삼아 새로운 교육을 실현하는 것을 확인하기 전까지 '416교실'과 관련한 어떠한 타협도 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과 선생님(실종 학생 4명, 교사 2명)이 있는데 교실을 정리하며 참사 기억 지우기에만 급급한다는 주장이다.
전교조와 416교실지키기시민모임 등 진보성향 단체들도 연일 기자회견과 피켓 집회를 열어 기억교실 존치를 요구했다.
생존 3학년 졸업식이 끝나고 신입생이 배정됐는데도 교실 문제가 진척이 없자 학교 측과 재학생 학부모들이 나섰다.
단원고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회, 교사 등으로 구성된 '단원고 교육가족' 30여명은 2일 경기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제 존치 교실을 재학생들에게 돌려줄 때가 됐다. 심리적 불안감, 죄책감, 엄숙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학교생활을 하는 재학생들의 입장을 헤아려 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희생 학생을 추모하는 일에는 언제든 동참할 것이지만 그 추모가 학교 안에서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재학생 학부모들은 교실 문제가 학부모 간 갈등 양상으로 비화되고 유족들에게 상처가 될까봐 집단행동을 자제해왔다.
그러나 이날 호소문에서는 "자식의 현재와 미래를 우선 생각하는 재학생 학부모로서 많은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으며 나아가 유가족과 본의 아니게 갈등을 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라며 절박함을 표현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단원고 교감을 비롯해 교사 6명이 동석해 재학생 학부모들과 같은 뜻임을 내비쳤다. 하지만 같은 시각 도교육청사 앞에서는 416가족협의회와 시민단체가 교실 존치를 요구하며 침묵 속에 피켓 시위를 이어갔다.
◇ 갈등 봉합할 대안 없나?
3월 개학 때까지 교실 존치문제가 타결되지 않으면 교장실과 교무실을 컨테이너같은 임시 건물로 옮기든가 학급당 인원을 늘리는 등의 비상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혁신학교로 특별지정하고 '좋은 학교'로 만들려는 단원고 발전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당장 교육 여건 악화에 직면한 신입생과 재학생 학부모들이 집단 대응에 나설 수도 있다.
사태 진전 없이 개학이 임박해질수록 재학생 학부모들과 유족 측과의 갈등이 표면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교육계에서는 당장 3월 교실대란을 막으려면 임시방편적인 절충안이라도 나와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실종학생 4명이 사용하던 3개 교실은 현 상태로 두고 나머지 7개 교실의 집기와 유품은 2019년 416민주시민교육원 완공 때까지 안산교육지원청으로 임시로 옮기는 방안도 그 중의 하나로 거론된다.
그러나 이 역시 재학생 학부모와 유가족이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사회적 합의'만 기대하다가 시간만 보냈다는 지적을 받은 교육당국도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됐다.
이날 기자회견을 가진 장기 단원고 학교운영위원장(지역위원)은 "이제는 교육감에게 문제 해결을 직설적으로 요청할 계획"이라며 "상황에 따라서는 직무유기에 대한 책임을 물어 교육감을 고발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순권 도교육청 교육1국장은 "신입생 입학을 기점으로 학교를 정상화해야 한다"며 "(기억교실과 일반교실의 이동공간이 구분되지 않은) 지금 상태로는 재학생들이 정상적으로 학교생활을 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실을 재학생들에게 환원시키고 유품은 임시로 안산교육지원청으로 옮겼다가 나중에 교육관을 갖추면 옮겨오도록 하는 게 교육청 방안"이라며 "(시간이 없지만) 유족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진정성 있게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kt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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