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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야근에 주말 반납도"…업무폭증에 지역신보 '전시상황'
경기신용보증, 전년 대비 보증서발급 2배·상담은 7배 늘어
"급하게 처리하다 나중에 탈 날수도…" 현장선 부실보증 경계 목소리도
2020-04-03 12:04:58최종 업데이트 : 2020-04-03 12:04:58 작성자 :   연합뉴스

"기본 야근에 주말 반납도"…업무폭증에 지역신보 '전시상황'
경기신용보증, 전년 대비 보증서발급 2배·상담은 7배 늘어
"급하게 처리하다 나중에 탈 날수도…" 현장선 부실보증 경계 목소리도

(수원=연합뉴스) 최종호 류수현 기자 = "여태껏 정신없이 일했는데 주말까지 반납하면 애는 누가 봅니까"
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의 경기신용보증재단 수원지점 사무실 밖으로 직원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한 직원이 "서류들에 파묻혀 죽기 일보 직전"이라고 하자 다른 직원은 "말은 그렇게 해도 또 야근할 거면서…"라고 농을 섞어 받아쳤다.
직원들의 짧은 대화가 끝나고 업무가 시작되는 오전 9시가 되자 수원지점에는 대출 상담을 받으려는 소상공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업무 시작 10분 만에 수원지점은 소상공인 10여명으로 가득 찼다.
수원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한 부부는 "장사가 너무 안돼서 두 달 전에 대출을 신청했고 오늘 드디어 결재가 나 천만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 상인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왔는데 준비한 서류가 부족하다고 해서 서류를 다시 챙겨야 한다"며 "그래도 어려운 시기에 도움을 요청할 곳이 있어 힘이 된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이날 첫 환자 발생 74일 만에 1만명을 넘어서는 등 두 달 넘게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지역 신용보증재단에는 자금을 지원받아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소상공인들이 몰리고 있다.
23개 지점을 둔 경기신용보증재단의 경우 보증서 발급 건수가 지난해 주간 평균 1천240건에서 지난달 주간 평균 2천488건으로 2배 늘었다.
상담 업무는 지난해 월간 평균 6천944건에서 지난달에는 4만9천931건으로 7배나 증가했다.
이들 업무를 담당하는 전체 지점의 정규 직원 수(160여명)는 변함이 없어 일부 직원은 야근에 더해 최근에는 주말마저 반납하게 됐다.
경기신용보증재단은 전국 각지의 신용보증재단 가운데 보증서 발급 건수가 가장 많은 편이다. 올해도 3월 말까지 2만4천건을 처리해 전체 16개 지역 신용보증재단 가운데 1위다.
이에 따라 경기신용보증재단은 직원 수를 비롯한 규모가 다른 지역 신용보증재단보다 큰 편인데도 이처럼 전시를 방불케 하는 상황을 겪고 있다.
경기신용보증재단 김문수 상임이사는 "정부 자금을 소상공인들에게 대출해주는 보증서는 652건을 발급해 전체 신용보증재단 중 14위이지만 이 밖에 경기도, 시군, 기타 은행 등과 협약해서 이뤄지는 대출 보증서를 다 합하면 발급 건수가 가장 많다"며 "업무처리에 한계가 온 상황이지만 위급한 시국이라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종우 노조위원장은 "평소 1년 치 대출 업무가 이미 다 접수된 상황이어서 단기계약직 200명 정도가 수혈된 상황임에도 모든 직원이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며 "주 52시간제가 있긴 하지만 사실상 법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간 외 근무 월 한도가 기존에 33시간이었는데 노조에서 먼저 53시간으로 늘리자고 해서 2월 말부터 바뀌었다"며 "그나마 이 근무시간은 컴퓨터에 로그인한 시간을 카운트하는 것이고 이외 서류작업 등까지 포함하면 근무시간은 더 많아 기본 야근에 주말에도 나와 서류작업을 하는 직원들이 많지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버티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서는 이처럼 업무가 폭증한 데 따른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역 신용보증재단 관계자는 "업무는 늘어났는데 처리 속도는 위급한 상황인 만큼 평소 수준을 유지하거나 더 빨라야 하는데 이렇게 서두르다 보면 현장실사 등 심사가 부실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며 "부실률이 현재보다 2배 늘어난다고 가정했을 때 2, 3년 뒤 5천억, 6천억 부실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이 보증지원을 받기 위해 전국 16개 지역 신용보증재단에서 상담한 사례가 지난달 27일 0시 기준 약 30만 건이라고 밝혔다.
소상공인 대출 업무가 증가하자 중소벤처기업부는 IBK기업은행과 협약을 맺고 1~6등급 소상공인이 3천만원 이하를 기업은행에서 1.5%의 초저금리로 대출할 경우 지역 신용보증재단이 하는 모든 보증 업무를 기업은행이 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대출을 신청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고, 심사가 늦어지는 병목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기업은행 대출에 홀짝제를 도입해 홀숫날에는 출생연도가 홀수인 사람이, 짝숫날에는 출생연도가 짝수인 사람이 각각 대출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한 일간지에 실린 경기 신용재단 직원들이 소상공인들을 외면하고 칼퇴근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제가 가서 상황을 점검해보니 모두 서류 쌓아놓고 지쳐서 초과근무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박 장관은 전날인 2일 경기신용보증재단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수원센터를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했다.
zorb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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