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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길] 걸은 뒤 뜨끈한 온천…비내길 1구간의 매력
2019-12-09 08:01:03최종 업데이트 : 2019-12-09 08:01:03 작성자 :   연합뉴스

[걷고 싶은 길] 걸은 뒤 뜨끈한 온천…비내길 1구간의 매력

(서울=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태양의 붉은 기운을 받은 갈대와 억새가 어우러진 비내길을 걷노라면 쌀쌀해진 기온에도 아랑곳없이 몸이 후끈 달아오른다. 한 바퀴를 돌아 지칠 무렵 온천에 몸을 담그면 피로가 절로 풀린다.
충북 충주시 앙성면 조천리에는 갈대와 억새가 장관을 이루는 비내섬 인근에 비내길이 조성돼 있다. 섬을 기준으로 1코스와 2코스로 구분된 비내길은 숲길, 논길 등 세 가지 길을 걷는 재미가 있다.
이 가운데 7.5㎞를 걷는 1구간은 오르내림이 거의 없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다. 빠르게 걸으면 3시간, 천천히 유람하며 걸어도 5시간이면 된다.
강변의 경치는 아름답고 고즈넉하다. 2012년 행정안전부가 선정한 '우리마을 녹색길 베스트 10'에 뽑히기도 했다.



◇ 능암온천에서 비내길로
들머리는 능암탄산온천으로 잡으면 편리하다. 능암온천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능암온천 앞길로 난 왕복 2차선 새바지길 바깥쪽을 걸어 비내섬 쪽으로 걸어가면 된다.
해뜨기 전 출발한 터라 저만치 먼동이 터오는 것이 보인다. 일출을 놓칠까 싶어 조급한 마음에 서둘러 걸었더니 등허리에서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1.8㎞ 거리를 순식간에 걸어갔다.
낮은 언덕길을 지나 조천마을 초입에 있는 작은 절 석왕사와 조대슈퍼를 지나니 곧 비내섬으로 가는 도보다리다.
비내길 1코스는 이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강변을 타고 걸어야 하지만, 갈대와 억새가 만발한 비내섬을 외면할 수 없어 도보다리를 건넜다.

◇ 갈대와 억새 모두 볼 수 있는 비내섬
조금 내려가니 비내섬이 나온다. 도보 다리를 건너는 순간 해가 떠올랐다. 억새와 갈대를 배경으로 한 해돋이 장면이 마음을 포근하게 한다. 바람은 차가웠지만, 해의 붉은 빛이 비친 갈대와 억새는 따스한 기운을 내뿜는다.
비내섬 도보다리에서 상류 쪽인 비내교까지 거리는 약 1.1㎞, 20분 거리다.
비내섬은 강의 토사가 퇴적하면서 형성된 내륙의 섬이다. 총면적 62만8천487㎡ 규모로 갈대와 억새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기왕 온 김에 상류에 있는 비내교까지 풍경에 취해 걸었다. 비내섬 내부는 모두 비포장도로인 데다 평일에는 차량 통행이 적어 오히려 트레킹하기 좋다. 등 뒤에서 해가 떠오르고 있고, 눈앞에는 달이 떠 있다.
자주 잊어버리는 상식이지만, 갈대와 억새는 다르다. 비내섬에서는 갈대와 억새를 다 볼 수 있다.
억새는 산이나 들에서 자란다. 산 위에 있는 것은 모조리 억새라고 보면 된다. 갈대는 산에서 자라지 못하며 습지나 물가에서 자란다. 억새는 은빛 또는 흰색으로, 키가 1.2m가량 된다. 갈대는 고동색이나 갈색을 띠며 키가 크다.
비내교를 지나니 섬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 안내 간판이 붙어 있다. 이곳에는 작은 쉼터가 있어 간단한 요기도 할 수 있다.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가 도보다리를 건넜다.



◇ 강변길, 비내길의 하이라이트
도보다리를 다시 건너 비내섬을 나오면 비내길의 하이라이트인 강변길을 만날 수 있다. 발아래 쪽에 강을 두고 걷는 길로, 1.5㎞가량 된다.
조천마을을 지나 남한강을 왼쪽에 끼고 걷다 보면 조천 나루터가 보인다. 때로는 울창한 숲이, 때로는 작은 언덕길이 나타나지만, 대체로 평온하다. 노약자들도 쉽게 걸을 수 있어 온 가족이 함께하기에 알맞다.
강변길은 빠른 걸음으로 25분가량 걸리지만, 풍경을 감상하며 천천히 걸으면 1시간도 모자란다.



강변을 왼쪽에 두고 걷다 보면 인적을 느끼고 날아오르는 철새를 볼 수 있다. 조금만 움직여도 새들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오솔길을 따라 펼쳐지는 풍경에 가슴이 탁 트인다. 정비가 잘 된 길임에도 살아있는 자연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산 위에서 갑자기 소리가 나서 쳐다보니 포동포동하게 살찐 고라니 한 마리가 계곡으로 내려오고 있다. 물을 마시러 나오는 듯해서 조심스레 카메라를 움켜쥐고 계곡 아래쪽으로 내려섰는데 바로 달아나 버린다. 아쉬웠지만 눈으로 볼 수밖에…
아직 지지 않은 새빨간 단풍 아래서 화려한 풍광을 사진에 담으며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비내길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후두두 하는 소리에 다시 산 쪽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이번에는 까투리 한 마리가 달아난다. 바닥에는 고라니의 발자국과 큰 개의 발자국 같은 게 어지럽게 찍혀있다.
한참을 걷다 보면 아래쪽에 철새전망공원이 나온다. 일행이 있다면 싸 온 도시락을 먹어도 좋은 곳이다.
높다란 데크 위에는 철새를 관찰할 수 있는 작은 쌍안경이 두 개 있다. 쌍안경으로 보니 황새 한 마리가 눈에 띈다. 쌍안경에 휴대폰을 갖다 대면 촬영도 할 수 있다.

◇ 농촌 풍경 푸근한 걷기길
이제 중간쯤 왔나 보다. 강변을 뒤로하고 돌면 오른쪽 산 위로 벼슬바위가 보인다. 산 끝자락을 타고 내려온 바위의 모양이 수탉의 볏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벼슬에 나가고자 하는 사람은 이곳에서 정성을 다해 기도하면 벼슬을 차지할 수 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또한, '마고 할미'가 치마에 싸고 다니던 수정을 떨어뜨려 생긴 바위라고 해서 '할미바위'라고도 부른다. 마고할미는 구전 설화를 통해 전국적으로 알려진 여성 거인 신이다.



벼슬바위를 지나면 다시 평탄한 농촌길이다. 앙성천 좌우로 밭들이 펼쳐져 있다. 양진농원까지는 1㎞에서 살짝 모자라는 거리로, 20분가량 걸린다.
이제부터는 출발지로 추천되는 능암온천랜드까지 터벅터벅 걸어야 하는 다소 지겨울 수가 있는 길이기도 하다. 벼슬 바위 전망대에서 능암온천까지는 2.7㎞가량으로 걸어서는 넉넉잡아 1시간이면 된다.
길은 때때로 잔디 구간도 나오고, 자전거도로와 겹치기도 한다. 한 시간가량 방죽길을 걷다 보니 비가 내렸다.



한두 방울씩 내리더니 어느새 빗줄기가 굵어져 옷을 촉촉이 적신다. 우의를 꺼내입고 걷다가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외국인 2명을 만났다. 걷는 사람을 만나든, 바이커를 만나든 모두가 반갑다.
그들은 빨갛고 파란 우의를 하나씩 입고 열심히 페달을 굴리는 듯하더니 이내 훌쩍 사라졌다.
다시 한참을 걷다 보니 저 멀리 능암탄산온천이 눈에 들어온다. 드디어 뜨끈한 온천을 할 차례다. 비내길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9년 1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polpor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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