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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간 한국전쟁 참상 전한 이인숙 할머니…"내가 6·25 산증인"
6·25 발발직후 뽑은 여성의용군 1기…"군용기 타고 인민군에게 귀순 권유 방송도"
88세 고령에도 시민·학생 대상 강연 꾸준…"더도 덜도 없이 전쟁 참상 그대로 전해"
2020-06-21 10:21:01최종 업데이트 : 2020-06-21 10:21:01 작성자 :   연합뉴스
여군 모태된 여성의용군 1기 이인숙 할머니.

여군 모태된 여성의용군 1기 이인숙 할머니.

40년간 한국전쟁 참상 전한 이인숙 할머니…"내가 6·25 산증인"
6·25 발발직후 뽑은 여성의용군 1기…"군용기 타고 인민군에게 귀순 권유 방송도"
88세 고령에도 시민·학생 대상 강연 꾸준…"더도 덜도 없이 전쟁 참상 그대로 전해"

(수원=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 "내가 6·25 산증인 아니겠어요. 건강이 허락하는 한 후배들에게 전쟁의 참상을 알리고 싶어요."

이인숙(88) 할머니에게 70년 전 전쟁은 마치 어제 있었던 일처럼 또렷하다.
지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로 집 밖으로 나가는 일이 적어졌지만, 이 할머니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일반인과 학생들을 상대로 강연을 다니며 동족상잔의 비극을 알리는 데 앞장섰다.
현재 여군의 모태가 된 '여성의용군 교육대 1기생'인 그는 3년의 한국전 내내 전후방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한국 전쟁의 생생한 목격자다.
국방군사연구소 '국방정책변천사'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 군인은 1949년 8월 1일 배출된 여자배속장교 32명이고, 1950년 8월 30일 제주도에서 여성 126명이 해병대에 입대했다. 그러나 여군의 모태는 이때 만들어진 여성의용군 교육대로 보고 있다.

"전쟁을 겪지 않은 후배들에게 내가 보고 들은 것을 그대로 전해주는 거밖에 없지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목숨을 바쳐 나라를 위해 싸웠다는 사실과 '국민이 위험에 처하면 물러서지 말고 앞장서자'는 정신을 알려주는 거예요."
1950년 당시 대구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던 할머니는 전쟁이 발발하자 나라에서 여성의용군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여군이라는 개념도 없던 시절, "무서운 전쟁터에서 네가 뭐 하겠느냐"는 가족의 극구 만류에도 그는 풍전등화 위기에 닥친 국가를 위해 고민 없이 군에 지원했다. 그의 나이 19세 때였다.
지원자 2천여명 가운데 필기시험과 면접 등을 거쳐 약 500명이 선발됐다.

4 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뚫은 이 할머니는 1950년 9월 6일 입소해 부산 범길초등학교에 마련된 훈련장에서 4주간 남성 못지않은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았다.
"M1총, 카빈총, 권총을 쏘는 법을 배웠어요. 일반 시민에게 여군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 군악대와 시가행진도 여러 번 하고, 군 비행기를 타고 중공군과 인민군 진지 상공을 돌며 귀순을 권고하는 것도 우리 일이었어요."
이 할머니는 육군본부 연락장교단실에서 행정병으로 사병 인사관리 업무를 맡았다.
북한군에게 점령당했던 서울을 탈환하고 마주한 대한민국 수도는 아직 이 할머니 뇌리에 깊이 남아있다.
인민군이 떠나기 전 학살한 시민들의 시신이 끔찍한 모습으로 곳곳에 널려있었다고 이 할머니는 전했다.
"오랜 세월이 흐르다 보니 6·25에 대한 정확한 사실관계에 대해 잘 모르는 후배들도 많더라고요. 나는 내가 보고 듣고 한 것을 더함과 덜 함도 없이 얘기해주는 거니까. 후배들이 왜곡되지 않게, 역사를 있는 그대로 이해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물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되겠고요."

남북이 정전 협정을 맺은 이듬해 이 할머니는 육군 이등 상사로 제대했다.
여군 경력을 발판삼아 1955년부터 후 3년간 신문기자로 일한 이 할머니는 당시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국방부에 출입했다.
이후 재향군인회 경기지역 부녀회장을 역임하다가 1980년대 초반부터 일반 시민과 종교 지도자 등을 대상으로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등 40년간 안보 교육 등을 진행했다.
올해 초에는 아주대 학생 300여명 앞에서 강연도 펼치기도 했다.
이 할머니는 기력이 남아있는 한 한국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10년 후면 100세에 가까워지는 나이지만, 후배들을 만나는 자신의 모습을 꿈꾼다.
"이념이 뭐가 중요합니까. 개인의 안위만 생각하지 말고 다른 사람도 생각하는 이타주의의 마음을 가지라고 전하고 싶어요. 앞으로도 내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가서 내 역할을 다하려고 합니다."
한편 경기남부보훈지청은 이 할머니를 포함해 경기남부 지역에 거주하는 6·25 참전 유공자 70여명의 사진 전시회를 온·오프라인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21일 밝혔다.
사진전을 감상한 시민들이 감상문 등을 남기면 보훈지청은 이를 모아 유공자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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