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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에서 만나는 사람, 세상
에어비앤비 쿠킹 체험
2020-01-14 08:01:08최종 업데이트 : 2020-01-14 08:01:08 작성자 :   연합뉴스

식탁에서 만나는 사람, 세상
에어비앤비 쿠킹 체험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식탁에서 만나게 되는 것은 단순히 한 끼 배를 채울 음식만이 아니다. 현지의 제철 식재료와 요리법, 음식을 먹는 순서와 방법을 통해 그 지역의 기후와 식생, 식문화까지 접하게 된다.
함께 앉아 나누는 대화에서는 요리해 준 사람의 인생 한 토막을 듣는다. 그렇게 식탁에 둘러앉아 넓은 세상을, 한 사람이 간직한 깊이를 알게 된다.



한국관광공사의 소셜미디어 빅데이터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맛집 투어, 카페 투어 등 음식을 주제로 한 관광 비율이 2015년 이후 매년 10%포인트 이상 증가하고 있다.
2015년 13.2%에 불과했던 음식 관광 비율은 2017년엔 34.7%로 늘어, 야외 활동(24.3%), 테마 여행(15.6%), 자연&풍경(13.8%), 휴식&휴양(11.6%) 등을 앞섰다.
'맛집', '카페' 외에 '음식', '식당', '먹방', '요리' 등의 단어도 검색에서 꾸준히 높은 언급량을 기록하고 있다.
맛집 투어, 카페 투어가 단순히 맛있다고 소문난 식당과 예쁜 전망을 가진 카페를 찾아다니는 것이라면, 현지인과 함께 시장에서 장을 보고 그의 부엌에서 요리를 배우는 쿠킹 클래스는 태국이나 베트남 등지에서 인기를 끈 지 오래다.
한국에도 태국 요리 전문점, 베트남 요리 전문점이 많지만, 현지의 재료로 직접 만들어 먹는 요리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숙박 공유에서 시작해 현지인이 이끄는 각종 체험 활동으로 범위를 넓힌 에어비앤비는 지난해 12월 '쿠킹 체험'을 별도의 카테고리로 만들었다.
숙박을 예약하는 사람의 73%가 주방을 가장 좋아하는 편의 시설로 꼽고, 식음료 체험이 160% 이상 성장할 정도로 여행에서 음식, 특히 음식을 직접 만들거나 나누어 먹는 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쿠킹 체험에서는 세계 75개국에서 3천가지 이상의 레시피를 만날 수 있다. 단순히 요리법을 알려주는 것을 넘어, 호스트가 가진 고유한 이야기와 게스트와 나누는 교감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탈리아의 한 작은 마을에서 손녀가 소개하는 할머니의 수제 파스타 만드는 법을 직접 보고 배우고 맛보는 일, 리스본에서 드래그퀸(여장하는 남성 성 소수자)과 함께 포르투갈 요리를 만들며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일, 뉴욕의 이민자 가정에서 우즈베키스탄 전통 요리를 접하는 일은 단순히 즐거운 여행이 될 수도, 세상을 보는 눈의 넓이와 깊이의 차원이 달라지는 경험이 될 수도 있다.
해외에서 먼저 쿠킹 클래스와 소셜 다이닝을 경험한 세대는 국내에서 증가하는 1인 가구의 주축이기도 하다.
서울과 제주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도 가정에서 만드는 집밥은 물론, 요리책 출판사가 제주 고유의 식재료를 활용하는 쿠킹 클래스를 운영하기도 한다.
갖가지 색과 모양을 내는 비법을 알려주는 '아트 김밥' 만들기나 전통 시장에서 장을 보는 코스가 포함된 요리 교실, 셰프와 함께 만드는 비건 요리·디저트 등 다양한 클래스를 찾아볼 수 있다.



◇ 최광호 셰프의 추억, 시드니 브런치
본격적으로 겨울이 시작된 지난해 12월 초, 서울 종로구 사직동에 있는 공유주방 '위쿡'의 스튜디오를 찾았다.
위쿡은 온·오프라인에서 식품을 판매하는 스타트업 식품제조업체들이 주로 이용하는 기업형 공유주방이지만, 지난해 말부터 일반인들에게도 스튜디오의 문을 열었다.
에어비앤비 쿠킹 체험 런칭과 함께 오픈한 '요리를 통해 떠나는 여행'은 셰프들이 여행지에서 영감을 받은 요리를 함께 만들며 여행 이야기와 요리 노하우를 나누는 쿠킹 클래스다.
이날은 마스터 셰프 코리아 시즌 3 우승자인 최광호 셰프가 첫 번째 호스트로 나섰다.
메뉴는 '시드니에서의 브런치'. 케일 샐러드 위에 연어 스테이크를 올린 건강식이다. 시드니에서 유학한 최 셰프가 자주 가던 본다이 비치 근처의 브런치 카페 메뉴를 재해석했다.



본격적인 요리에 들어가기 전, 넓은 테이블에 가지런히 차려진 식재료들부터 소개했다. 퀴노아, 치아 시드는 요리나 건강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잘 아는 '슈퍼 푸드'다.
카옌 페퍼, 큐민 같은 향신료로 조금은 색다른 맛과 향을 더하기로 했다.
퀴노아는 보리나 현미로, 조금 낯선 향신료는 가장 흔한 후추로 대체해도 된다는 최 셰프의 조언이 '요알못'(요리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요리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춰줄 만했다.
'요알못'은 아니라고 자신했지만, 소홀히 여겼던 중요한 포인트도 있었다. 바로 오일과 산(acid), 소금이 기본이 되는 소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에 소금, 후추, 큐민, 카옌 페퍼를 섞고 유화 작용을 하는 레몬즙을 짜 넣는다. 재료의 맛을 이끌어 내주는 역할을 하는 소금이 잘 녹을 수 있도록 손가락 끝으로 입자를 비벼줬다.
잘 섞은 소스는 꼭 맛을 봐서 자기 입맛에 맞추는 게 답이라고 최 셰프는 강조했다. 칼로리 걱정에 소스를 찍어 먹는 경우도 많지만, 소스는 채소와 잘 버무려졌을 때 맛이 살아난다고도 덧붙였다.
먹기 좋게 썬 케일과 당근, 퀴노아를 소스가 담긴 볼에 넣은 다음, 손가락에 힘을 빼고 살짝살짝 버무렸다.



◇ '요알못'도 일주일에 한 번은 집밥을
생선을 구울 때 가장 중요한 건, 센 불에 껍질이 붙은 쪽부터 굽기. 너무 빨리 뒤집으면 살이 프라이팬에 달라붙으니 충분히 시간을 둔다. 신선한 연어는 생으로 먹기도 하니 3분의 2 정도만 익힌다.
마지막에 버터 조각을 넣어 향을 더한 뒤 요리가 마무리되면 이제 플레이팅을 할 시간이다.
먼저 접시에 사워크림을 슥슥 발랐다. 상큼한 맛을 더하는 소스지만 오일 소스보다 진득하기 때문에 재료와 뭉칠 수 있으니 섞는 대신 접시에 따로 발라준 것.
그 위에 버무려 놓은 샐러드를 올리고 리코타 치즈를 티스푼으로 작게 떼어 얹어줬다. 샐러드 위에 구운 연어를 올리고 구운 해바라기 씨와 치아 시드를 뿌린 다음, 레몬 조각을 곁들여 완성했다.



최 셰프의 시범이 끝난 뒤에는 참석자들이 짝을 지어 샐러드를 만들고 연어를 구웠다. 각자 만든 요리 접시를 앞에 두고 크리스마스 장식이 된 커다란 테이블에 모여 앉아 음식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최 셰프는 손이 커서 음식을 많이 만들고 남은 음식을 싸준다고 했다. 특히 혼자 사는 사람은 소스를 만드는 게 어려우니 그날 넉넉하게 소스를 만들어 싸준다. 집에 가져가 두세번 정도 직접 해먹을 수 있는 양이다.
그는 "키오스크 주문 같은 비대면 서비스가 늘면서 사람들이 더 외로움을 느끼는 것 같다"며 "클래스를 통해 일주일에 한 번은 집에서 요리하고 친구들과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0년 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mih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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