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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기행] 25년 낙지 어부가 낸 '보성아라낙지'
2020-01-14 08:01:10최종 업데이트 : 2020-01-14 08:01:10 작성자 :   연합뉴스

[음식기행] 25년 낙지 어부가 낸 '보성아라낙지'

(보성=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25년간 보성 득량만에서 낙지를 잡아 온 어부가 몇 년 전 식당을 냈다. 어부가 바다에 나가 잡은 낙지는 신선도와 맛에서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다.
전남 보성이 세발낙지의 본고장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낙지로 유명한 다른 지역의 상인들이 이곳 어부들로부터 낙지를 사 갈 정도다.



실제로 보성 득량만에서 조업하는 어선 중에는 목포 쪽에서 넘어온 어선들도 많다.
예로부터 조상들은 낙지를 '펄 속의 산삼'이라 불렀다. 낙지 1마리가 인삼 한 근과 맞먹는다는 말도 있다.
정약전이 흑산도 귀양 시절에 쓴 고서 '자산어보'를 보면 '낙지는 살이 희고 맛은 달콤하고 좋으며 회와 국 및 포를 만들기 좋다. 이것은 사람의 원기를 돋운다'고 소개하고 있다.
또 '한여름 더위에 지친 야윈 소에게 낙지 서너 마리를 먹이면 소가 금방 기력을 회복한다'는 구절도 있다.
보성은 전통적으로 꼬막이나 녹차 등 바다, 육지에서 나는 산물이 풍부한 고장이다.



그래서 펄에서 잡은 낙지는 별로 쳐주지 않았던 것이 보성 낙지가 덜 알려진 이유라고 한다.
최근에는 낙지로 유명한 다른 지역에서 낙지가 덜 잡히는 데다, 보성으로 귀어한 사람들도 많아지면서 낙지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낙지잡이에 나서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이야기다.
득량만에서 자란 낙지는 육질이 부드럽고 영양가가 풍부해 가을 보양식으로 그만이다.
득량면에서 '보성아라낙지'를 운영하는 이경숙 씨 부부는 보성에서 25년간 낙지를 잡아 왔다.
이씨 부부는 2016년 득량면 율포해수욕장 근처 신축 상가 단지에 새로 집을 지으면서 아예 1층에 낙지요릿집을 차렸다. 신선한 낙지만 있으면 맛을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씨는 "무엇보다 신선한 낙지로 요리하는 것은 자신 있다"며 "낙지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선도라는 것을 알고 난 뒤 낙지를 재료로 한 식당을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식당 앞 수족관에는 보성 앞바다에서 잡은 낙지만 제공한다는 문구가 쓰여 있다. 덕분에 가게는 보성군에서 선정한 모범 음식점으로 뽑혔다.
널찍한 식당 내부로 들어서니 주말을 맞아 여행 온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모두 80명의 고객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다고 한다. 역시 대표 메뉴는 산낙지다.
잘게 잘린 산낙지는 입안에 넣기조차 힘들다. 아직 꿈틀거리는 낙지가 볼과 입술에 달라붙기 때문이다.
신선해서 양념도 필요 없다. 싱싱한 낙지에 깨와 참기름만 뿌려도 맛이 좋다.
그중에 낙지가 통으로 나오는 초무침도 메인 메뉴로 손꼽을 만하다. 비법은 과일 식초로 만든 특별 소스라고 한다.
메뉴 중 눈에 띄는 것은 낙지숙회다. 다른 고장에 비해 길고 흰 득량 낙지가 다리를 길게 뻗은 채 나온다. 가위로 싹둑싹둑 잘라 주인이 만든 고추장 특제 소스에 찍어 먹으니 새콤달콤한 맛이 입안에 퍼진다.



연포탕은 낙지 한 마리가 통으로 들어간다.
호박과 각종 채소가 끓고 있는 탕에 낙지 한 마리를 넣으니 꿈틀거리더니 곧 잠잠해진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역시 가위로 잘라 국물과 함께 먹었더니 속이 후끈해진다.
이씨의 남편은 요즘도 새벽 3시가 되면 바다로 나가 낙지를 잡고 오전 9시쯤 조업을 마치고 돌아온다. 남들이 곤히 잠든 새벽에 조업하는 것이다.
이 집 메뉴의 특징은 가장 비싼 가격이 4만5천원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낙지 초무침 큰 것도 4만5천원이며, 낙지볶음 큰 사이즈와 낙지찜, 낙지 연포탕도 같은 가격이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0년 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polpor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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