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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겨울축제] ① 하늘만 바라보다 고장 난 계절의 시계에 '폭삭'
이상기후에 화천 산천어축제 등 줄줄이 연기·축소…3년 전 악몽 재현
2020-01-10 07:30:01최종 업데이트 : 2020-01-10 07:30:01 작성자 :   연합뉴스
물바다 된 홍천강 꽁꽁축제장

물바다 된 홍천강 꽁꽁축제장

[위기의 겨울축제] ① 하늘만 바라보다 고장 난 계절의 시계에 '폭삭'
이상기후에 화천 산천어축제 등 줄줄이 연기·축소…3년 전 악몽 재현

[※편집자주 = 24절기 중 대한(大寒)보다 춥다는 소한(小寒)이 지났으나 이상기후 현상 탓에 포근한 겨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매년 이맘때면 겨울왕국을 선사했던 강원도 겨울축제장에는 최근 많은 비까지 내리면서 축제 운영에 적신호가 켜졌습니다. 연합뉴스는 이상기후에 직격탄을 맞은 겨울축제장 모습과 겨울축제가 나아가야 할 길을 짚어보는 기사 2편을 송고합니다.]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김지희 박한나 인턴기자 = 화천 산천어축제, 홍천 꽁꽁축제, 인제 빙어축제, 평창 송어축제, 철원 한탄강 얼음트레킹, 영월 동강겨울축제, 평창 대관령눈꽃축제, 태백산 눈축제.
'겨울축제 1번지'로 불리는 강원도에서 열리는 겨울축제만 무려 10여개나 된다.
개최 시기의 차이만 있을 뿐 이들 축제는 '눈과 얼음'을 주제로 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강과 하천을 낀 지역은 송어, 빙어, 산천어 등 얼음낚시축제가 주를 이루고, 산간 지역에는 눈과 얼음 조각전이 중심이 된다.
특히 2003년 처음 열린 화천 산천어축제가 성공 신화를 쓰면서 강원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유사 축제가 늘었다.
문제는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축제들이 외적 성장에 도취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려고 노력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얼음낚시, 얼음썰매, 얼음트레킹, 눈조각, 눈썰매 등 단순한 놀이와 이벤트에 치중하면서 차별화된 콘텐츠 발굴을 통한 경쟁력 확보는 사실상 뒷전이었다.
보고 즐기는 데서 나아가 참여하고 느끼는 관광으로의 변화에는 성공을 거두었지만, 기후에만 의존한 축제는 결국 한계를 드러냈다.

올겨울 겨울답지 않은 포근한 날씨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00㎜가 넘게 쏟아진 야속한 겨울비가 애써 만든 얼음을 녹여버렸기 때문이다.
화천 산천어축제는 이달 4일 개막하려다 얼음이 제대로 얼지 않아 일주일 연기해 11일 문을 열 예정이었으나 6일부터 내린 장대비에 또다시 개막을 연기했다.
축제를 준비한 재단법인 나라는 축제장인 화천천의 탁도와 결빙 상황을 면밀히 검토해 축제 일정을 11일 결정키로 했다.
많은 비에 얼음벌판에서 강으로 회귀한 홍천강 꽁꽁축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축제장에는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60mm가 넘는 비가 내려 애써 조성한 얼음낚시터, 얼음축구장, 눈썰매장, 얼음썰매장 등이 모두 유실됐다.
꽁꽁축제는 이달 3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겨울답지 않은 포근한 날씨로 10일로 한차례 연기해 더는 일정을 미룰 수 없게 됐다.
결국 주최 측은 홍천강 야외 낚시터 프로그램은 취소하는 대신 강변에 조성한 육지 체험프로그램을 강화해 열기로 했다.
이밖에 겨울이 가장 빨리 오는 철원군도 이상기후 유탄을 맞아 11∼18일 개최 예정이었던 한탄강 얼음트레킹 축제를 일주일 연기했고, 평창 대관령눈꽃축제도 축제장 안전과 정비를 위해 축제 개막을 17일로 일주일 미뤘다.

계절의 시계가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이들 축제는 개최를 장담할 수 없다.
겨울축제가 이상고온에 휘청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불과 3년 전인 2017년 초 화천 산천어축제는 개막을 앞두고 이틀간 쏟아진 60㎜의 폭우에 축제장 얼음이 녹아 일주일 연기됐다.
홍천강 꽁꽁축제도 같은 시기 두차례나 연기한 끝에 일부 행사를 축소해 축제장 문을 여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인제 빙어축제는 2015년 극심한 가뭄과 2016년 슈퍼 엘니뇨라는 이상기후에 2년 연속 축제가 무산된 바 있다.
2016년 이상기후는 빙어축제뿐만 아니라 평창 대관령눈꽃축제, 홍천 꽁꽁축제, 정선 고드름축제 등 대부분 겨울축제의 발목을 잡았다.
전문가들은 축제 연기나 취소는 경제적 손실로 이어지는 만큼 겨울축제가 지속해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기후에 의존하지 않고 소재를 다변화하고,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영심 강원연구원 박사는 "한시적으로 축제장에서만 축제를 즐긴다는 인식에서 탈피하고, 축제 기간 지역 전체를 가지고 축제 장소를 구성하는 것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필홍 홍천군수는 "앞으로 날씨에 의존하는 축제에서 탈피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발굴, 대표 겨울 놀이터가 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며 변화 의지를 강조했다.

conany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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