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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식개선, 모르는 척할 것인가 함께 갈 것인가
9월 한 달간 장애인 관련 행사를 돌아보면서
2018-09-30 23:21:36최종 업데이트 : 2018-10-09 18:02:23 작성자 : 시민기자   김윤지
우만동에서 아들과 함께 알콩달콩 살고 있는 김미희 씨(35세)는 날씨 좋은 주말에 광교호수공원에 놀러 갔다가 뜻밖에 상황으로 깊은 상처를 받았다. 아들과 호수공원을 산책하는데 지나가던 한 시민이 "아니, 공원에 저런 걸 타고 다녀도 되나? 스쿠터를 타고 여기까지 왜 오는 거야?"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엄마보다 씩씩한 아들이 여기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아들은 뒤를 돌아보며 한 마디 던졌다. "이 스쿠터는 우리 엄마에게 발이라고요!"

김미희 씨는 태어날 때부터 선천성 뇌성마비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아들을 낳고 나서  출산 후유증으로 지금은 전동 스쿠터를 타고 다닌다. 그녀에게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소중한 전동 스쿠터지만 스쿠터를 잘못 이해하는 시선으로 인해 거리에서 핀잔을 듣거나 카페에서 들어가지 못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태어나면서부터 혹은 살아가면서 누구나 올 수 있는 장애이지만 그녀는 불편함을 넘는 가슴 아픈 일상을 살고 있다. 그리고 장애인이 겪는 아픔을 주는 이는 바로 가족 혹은 이웃을 포함한 주변인들이다. 그들이 무심코 던진 한마디와 시선이 장애로 인한 불편함보다 더욱 깊은 상처를 준다. 우리는 장애인 입장에서 얼마나 생각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아들을 낳고 몇 차례 수슬 끝에 마비가 와 전동스쿠터를 이용하는 김미희 씨. 엄마를 지켜주는 든든한 아들과 함께.

아들을 낳고 몇 차례 수술 끝에 마비가 와 전동스쿠터를 이용하는 김미희 씨. 엄마를 지켜주는 든든한 아들과 함께.

수원시에 등록된 장애인 인구는 약 4만 명이 넘는다. 수원시 전체 인구가 125만 명임을 감안했을 때 비율상으로 혹시 적다고 생각하고 있는가? 선천성 장애 외에 후천성 장애까지 생각한다면 비장애인도 잠재적 장애인이다. 그렇기에 장애인을 '나와 다른 사람' 보다는 '나보다 먼저 장애를 가진 사람' 혹은 '나와 조금은 다른 사람일 뿐'이라는 인식을 가지는 게 맞다.

"장애인도 일반인과 같은 시선으로 바라봐주세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바라보는 편견이 사라지길 바라는 노력이 유난히 많았던 9월이었다. 이들은 장애를 가진 불편함을 극복하면서 그림, 노래, 공예품, 체육 등 다방면에서 끼와 재능을 마음껏 펼치며 사회와 소통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이루어졌다.

9월 18일부터 19일까지는 경기도장애인생활체육대회가 열렸고 전국 장애인탁구대회, 테니스대회도 있었다. 12일에는 수원장애인자립생활지원에서 매년 진행하는 작품전시회를 수원시청 로비에서 열렸는데 외부전시회는 처음이라고 한다. 13일은 올해로 15회를 맞은 수원시장애인가요제가 열려 참여자들은 그동안 꼭꼭 숨겨왔던 끼와 재능을 펼쳤다. 9월 한 달간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를 다녔는데 현장에서 만난 이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 있었다.

"몸과 마음이 아픈 장애인이지만 행복할 권리는 일반인과 다를 바 없습니다. 실제로 장애인들을 만나보면 순수한 영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아요. 적어도 장애에 대한 편견만큼은 버리고 일반인과 같은 시선으로 바라봤으면 좋겠어요. 저도 지체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누구보다 건강하다고 자신하거든요."
(2018 희망을 꿈꾸는 작품전시회에서 만난 수원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이영숙 작가)
우드버닝을 배우다 지금은 장애인을 대상으로 가르치고 있는 이태용 회장 작품.

우드버닝을 배우다가 지금은 장애인을 대상으로 가르치고 있는 이태용 회장 작품. "장애인이 작품을 하나씩 완성하려면 몇 배는 힘이 듭니다. 작품을 만든 사람들 입장을 바꾸어서 생각해보면 작품이 더욱 마음에 와 닿을 겁니다" (2018 희망을 꿈꾸는 작품전시)

"장애를 가졌지만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다른 엄마들처럼 학교 일도 열심히 참여하고 있어요. 학교에서 한 달에 한 번 아이들을 위해 책읽기 봉사를 하는 이유도 장애는 창피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죠. 또 주말에는 다른 가족들처럼 아들과 나들이도 가려고 노력해요. 하지만 제가 가장 불편한 건 사람들이 타고 다니는 스쿠터와 아들을 바라보는 시선이에요. 아들과 다니다보면 장애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거부감을 느끼는 일이 많거든요. 비록 장애가 있지만 누구보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고 다양한 사람들과 즐겁게 어울리고 살고 싶어요. 제가 가진 장애 때문에 그런 일상을 살 수 없다는 건 너무 슬픈 일이에요."
(수원시장애인가요제에서 함박웃음상을 받은 김미희 씨)
학교에서 책읽기 봉사로 장애는 창피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김미희 씨

학교에서 책읽기 봉사로 장애는 창피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김미희 씨

"정신적인 어려움을 가졌다고 해서 사회에서의 편견처럼 부정적인 사람들은 결코 아닙니다. 각자만의 재능을 가지고 있고 지역사회 속에서 같이 살아가기를 바라는 사람들이에요. 누구나 정신장애를 가질 수 있어요. 정신장애에 대한 인식개선 운동으로 지역사회 안에서 어울려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 이번 전시회를 열게 되었죠."
(전시회 '도원결의 展'에서 만난 마음샘정신재활센터 장명찬 회장, 2017년 12월)
작품을 만들면서 장애를 극복하고 사회와 소통하려는 노력이 느껴진다

작품을 만들면서 장애를 극복하고 사회와 소통하려는 노력이 느껴진다(도원결의 展)

누가 참석하는 행사든 어떤 작품을 전시하는 전시회든 장애인과 관련한 행사에서 만난 많은 이들은 '장애인식개선'을 외치고 있었다. 장애로 인해 겪는 불편함은 오롯이 본인이 극복할 수밖에 없다. 비장애인도 잠깐만 다쳐 일상생활이 불편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평생 겪어야 할 어쩌면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장애인은 같은 일도 비장애인들보다 몇 배 노력해도 힘들다고 한다.

이제는 장애인을 이해하는 노력을 넘어 적극적으로 장애인식개선을 위한 실천을 하면 어떨까.

장애인 인식개선, "어렵지 않아요!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지난달 19일 저녁 7시 30분, 수업이 끝난 늦은 시간이지만 수원외고 동아리 '뷰티풀크루' 학생들이 모여 특별한 동화책을 만들고 있었다. 이들이 만든 동화책은 시각장애를 가진 어린이를 위한 점자 동화책이다. 수원외고 학생들이 가진 외국어 재능과 시간을 공유하는 프로젝트로 이들은 강의를 통해 영어, 일어, 중국어, 프랑스어 등 외국어 점자책을 만들었다.  수업에 참여한 박정민 학생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엘리베이터에 점자로 찍어놓은 층수에 관심을 가지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이걸 보는 사람이 누굴까' 생각하게 됐고 시각장애인이 점자를 쓰며 생활하는데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고민하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바로 장애인식개선을 알아가는 시작이다.              
수원외고 동아리 '뷰티풀크루' 학생들은 2017년 점자 동화책 40권을 만들어 수원시장애인종합복지관 사랑샘 도서관에 기증했다.

수원외고 동아리 '뷰티풀크루' 학생들은 2017년 점자 동화책 40권을 만들어 수원시장애인종합복지관 사랑샘 도서관에 기증했다.

장애인식개선 교육은 교육청도 공공기관도 아닌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운영하는 라온경제교육사회적협동조합이 진행했다. 이 교육은 2016년부터 라온경제교육사회적협동조합과 소셜코어(유정호 대표)가 더플러스사업단을 구성해 장애인식개선교육을 시작한 프로젝트다. 더플러스사업단은 '볼로기'라는 비장애인과 장애인 소통도구를 장애인식개선 교육을 통해 소개했다. 볼로기는 점자를 사용하는 시각장애인과 쉽게 소통하기 위해 만들어진 휴대용 점자 인쇄기다. 누구나 쉽게 구매할 수 있고 사용법도 간편해서 점자를 사용할 일이 없어도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줄이는데 효과적으로 쓸 수 있다.
휴대용 점자 인쇄기 ' 볼로기'

휴대용 점자 인쇄기 '볼로기'

일상에서 볼로기를 활용할 수 있는 일은 많다. 수원외고 학생들이 점자 동화책을 만드는 프로젝트 외에도 2016년 더플러스사업단은 수원시장애인복지관 발달장애인이 그린 그림을 '점자 크리스마스 카드'로 만드는 활동이 진행했다. 또 현재는 진행되고 있지 않지만 아름다운 재단에 제안하여 아름다운 가게(행궁점, 영통점) 가격표를 점자로 제작해 부착하기도 했다. 그밖에도 10월 18일에는 수원외고 1,2학년 대상으로 장애인식개선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문적인 지식과 재능이 없지만 장애인식개선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예는 또 있다. 영통구 이의동에 있는 수원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 이곳을 이용하는 장애인을 위해 점심방송을 제작하는 마을라디오팀 '오소리'가 있다. 장애인들이 사회와 소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방송이 벌써 3년이 넘어간다. 이들이 꾸준히 제작한 음악방송이나 정보제공방송은 복지관에서 점심시간에 들을 수 있다. '장애인을 돕는 일이지만 오히려 나에게 활력이 된다'고 말하는 오소리 회원들은 책을 오디오 파일로 녹음해 시각장애인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돕는 봉사를 한 바 있다.
마을라디오팀 '오소리'는 수원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장애인을 위한 점심방송을 만들고 있다.

마을라디오팀 '오소리'는 수원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장애인을 위한 점심방송을 만들고 있다.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장애인을 위해 돕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이 꿈꾸는 모습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사는 사회다. 볼로기, 점자책, 점심방송 등 각자 가지고 있는 재능으로 장애인식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장애인과 소통하고 함께하려고 한다. 또 장애를 가졌지만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면 삶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이 꿈꾸는 모습은 장애인에 대해 편견 없는 사회에서 사는 일상이다.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 향하는 모습이 비슷하지 않은가. 우리는 어떤 사람일까.

장애인식개선, 김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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