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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스스로 만든 나혜석 생가터 문화예술제 
6~8일 행궁동 주변에서 성황리에 열려
2018-07-10 16:59:23최종 업데이트 : 2018-09-03 14:32:48 작성자 : 시민기자   한정규
'내가 인형을 가지고 놀 때/ 기뻐하듯/ 아버지의 딸인 인형으로/ 남편의 아내 인형으로/ 그들을 기쁘게 하는/ 위안물 되도다// 노라를 놓아라/ 최후로 순수하게/ 엄밀히 막아 논/ 장벽에서/ 견고히 닫혔던/ 문을 열고/ 노라를 놓아주게...'  '인형의 가(家)' 일부다. 정월 나혜석(1896-1948)은 1921년 매일신보에 연재된 '인형의 집' 삽화를 그렸고 마지막 회에서는 '인형의 가(家)'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지난해 있었던 나혜석 학술대회에서 최정아 카이스트 교수는 '한국의 노라, 나혜석'이란 주제발표에서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이자 여성 작가인 나혜석은 기존의 가부장적 통념에 도전하고 여성에 대한 남성중심주의적 전통을 해체하는데 앞장서 여성주의 사상을 실천했다. 나혜석의 여성주의는 당대 신여성들의 공통된 관심사였다. 당시 '노라 현상'은 남성 지식인들에게는 근대인 역할 모델로 인식됐지만 여성 지식인들에게는 가부장제에 저항하고 여성적 자의식을 일깨워주는 신여성의 대표로 각인됐다. 한국의 노라 나혜석은 1세대 페미니스트로서 진정한 인간이고자 했던 여성 노라의 실체" 였다고 분석한바 있다.
제10회 나혜석 생가터 문화예술제 개막식

제10회 나혜석 생가터 문화예술제 개막식


제10회 나혜석 생가터 문화예술제 개막식, 금빛 합창단 축하공연

제10회 나혜석 생가터 문화예술제 개막식, 금빛 합창단 축하공연

나혜석과 당시를 살았던 신여성들이 해체하고자 했던 가치와 지키고자 했던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기회였다. 푸코는 "고흐나 니체 같은 사람이 미친 게 아니라 그 시대가 정신병 이었다"고 말했는데 일제강점기에 우리의 선조들이 그런 시대를 살았던 것이다. 그런 시대를 살아온 인간 나혜석이 세상 밖으로 나와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와 만나고 있다.

'인간 나혜석 세상 밖으로 나오다'라는 주제로 제10회 나혜석 생가터 문화예술제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나혜석 생가터, 화령전 앞, 행궁동 일원에서 열렸다. 나혜석 생가터 주변은 최근 핫플레이스로 각광받고 있는 행리단길의 복판에 위치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주말에 행리단길을 방문한 많은 젊은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단순한 동네 축제가 아닌 나혜석이란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문화예술제로 자리매김 하는 계기가 됐다.

나혜석 생가터 문화예술제는 여타의 축제와는 달리 마을 사람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만든 축제다. 축제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장소가 협소하지만 나혜석 생가터 골목에서 축제 개막식을 열었다. 개막식에서는 박경현 무용단, 유선 시인의 나혜석 찬가 축시 낭송, 나혜석 문학상 시상식, 수원 재현배우학교의 정월 나혜석 연극, 가수 김승란, 금빛 합창단의 공연이 이어졌다. 
제10회 나혜석 생가터 문화예술제, '아카이브, 마을축제 10년을 기록하다' 전시회

제10회 나혜석 생가터 문화예술제, '아카이브, 마을축제 10년을 기록하다' 전시회


제10회 나혜석 생가터 문화예술제, '아카이브, 마을축제 10년을 기록하다' 전시회

제10회 나혜석 생가터 문화예술제, '아카이브, 마을축제 10년을 기록하다' 전시회

조이화 운영위원장은 "나혜석 생가터 문화예술제가 처음부터 주민들의 호응을 얻은 것은 아닙니다. 정체성에 의문을 가지고 있었고 주민들이 시큰둥했었는데 해가 거듭될수록 인간 나혜석을 새롭게 재평가하고 생가터에 대한 자긍심이 생기면서 축제의 동력을 얻을 수 있었고 지금은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즐겁게 축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라고 축제의 변천과정을 설명했다. 

문학인의 집 2층에서는 나혜석 생가터 문화예술제 10년을 되돌아보는 '아카이브, 마을축제 10년을 기록하다'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1회부터 2회까지는 사진전, 젊은 작가전, 나혜석 한풀이 공연, 시낭송, 벽화 그리기 등 나혜석 생가 거리미술제로 열렸고 3회부터 나혜석 생가터 문화예술제가 정착됐다. 예술제의 콘텐츠도 뮤지컬, 낭독, 기획전시, 시화전, 골목전, 나혜석 골든벨, 연극, 합창 공연 등으로 다양해졌다. 
제10회 나혜석 생가터 문화예술제, 화서사랑채에서 열린 나혜석 글 낭독회 '나는 사람이로세'

제10회 나혜석 생가터 문화예술제, 화서사랑채에서 열린 나혜석 글 낭독회 '나는 사람이로세'

문학인의 집 2층에서는 나혜석 도서전인 '나혜석을 읽다' 전시회가 함께 열리고 있다. 예술가 나혜석, 민족운동가 나혜석, 여성운동가 나혜석, 인간 나혜석 관련 도서를 전시하고 있다. 아카이브를 통해 앞으로도 나혜석을 기록하고 보존해야할 것이다. 문학인의 집에서 열리는 전시회는 7월 말까지 계속된다.

7일 오후 5시에 화서사랑채에서는 나혜석 글 낭독회인 '나는 사람이로세'가 열렸다. 낭독회에서는 신여성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키고 주체적인 여성의 자각 과정을 보여주는 '경희' 나혜석 자신이 첫 딸을 낳을 때의 심정과 출산 때의 아픔, 아이를 돌보면서 일을 하는 것의 어려움 등 어머니가 되는 것에 대한 감상을 상세하게 표현한 '모된 감상기'와 '인형의 가(家)' '노라' 냇물' '이혼 고백서' 등을 낭독했다.
제10회 나혜석 생가터 문화예술제, 화령전 앞에서 열린 체험프로그램

제10회 나혜석 생가터 문화예술제, 화령전 앞에서 열린 체험프로그램

문화예술제 마지막 날인 8일에는 화령전 앞에서 체험프로그램이 열렸다. 가죽에 작약꽃 문양을 찍고 염료를 칠하고 키링을 제작하는 체험활동을 통해 나혜석을 기억하는 '키링 만들기', 페미니스트로서의 나혜석을 재조명하는 '부채 만들기', 나혜석의 삽화 목판화를 한지에 찍어주는 '목판화 체험'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 

체험 시간에 화령전 앞 무대에서는 한국연극협회 경북지회의 마당놀이 '춘아 춘아, 옥단춘아'가 열렸고 'K큐브'의 버스킹 공연에 이어서 폐막식이 열렸다. 조이화 위원장은 "나혜석 생가터 문화예술제를 준비한 주민들과 시민들이 함께 즐기기 위해 버스킹 등 다양한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함께 즐겨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인사말을 했다.

권선구의 중고등학생들로 구성된 권선오케스트라의 공연이 많은 박수를 받았다. 위안부 할머니를 위해 만들었다는 가야그머 정민아의 '작고 작게'는 가슴을 먹먹하게 했고 에코페미니스트 안혜경의 노래도 심금을 울렸다. 트롯 가수 한담희가 분위기를 반전하는 노래를 불렀고 성악 앙상블 '라 클라세'가 피날레를 장식했다.
제10회 나혜석 생가터 문화예술제, 화령전 앞에서 열린 폐막식 공연

제10회 나혜석 생가터 문화예술제, 화령전 앞에서 열린 폐막식 공연


제10회 나혜석 생가터 문화예술제, 화령전 앞에서 열린 폐막식 공연

제10회 나혜석 생가터 문화예술제, 화령전 앞에서 열린 폐막식 공연

개막식에 이어 폐막식에 깜짝 방문한 염태영 수원시장은 "즐거우신가요? 3일간의 예술제를 마무리하는 자리인데 많은 분이 즐기고 있어 보기 좋습니다. 특히 나혜석 생가터 문화예술제는 주민이 함께하면서 직접 기획하고 만들어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내년에도 좋은 축제 만들어 주세요"라고 인사말을 했다. 

인계동에서는 '나혜석거리 음식문화축제'가 열리고 행궁동에서는 '나혜석 생가터 문화예술제'가 열린다. 많은 사람들이 나혜석거리가 나혜석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지만 그렇지 않다. 나혜석 생가터 문화예술제를 주관하는 단체에서는 나혜석거리와는 차별화된 정체성을 콘텐츠로 개발해 나혜석 생가터의 정통성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요즘 행궁동은 행리단길로 인해 젊은이들의 물결이 넘쳐난다.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이들을 축제 동력으로 끌어들인다면 역동적인 문화예술제로 성장할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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