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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움 극복하고 우뚝선 천재음악가, 은성호 씨
“성호보다 하루만 더 살았으면 해요"…훗날 대비해 그룹홈 공동체 준비중
2018-12-17 10:40:10최종 업데이트 : 2018-12-17 10:35:38 작성자 : 시민기자   이경

15일 11시 수원시 일월도서관 책도란 카페에서 국내 1호 발달 장애인 음악가로 알려진 은성호(35) 씨와 그의 어머니 손혜숙 씨를 만났다.
 

성호 씨는 발달 장애를 지니고 태어났지만 '서번트(savant) 증후군'으로 인해 뛰어난 집중력과 암기 능력을 지녔고, 타고난 음악적 재능과 오랜 기간 성실한 연습과정으로 피아노와 클라리넷 두 개의 악기를 다루는 천재음악가로 성장했다.
 

서번트 증후군이란 자폐증이나 지적 장애를 가진 사람이 암산, 기억, 음악, 퍼즐 맞추기등 특정 분야에서 매우 우수한 능력을 발휘하는 현상으로 아직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수원시 장안구 일월천로 77에 위치한  일월도서관에서 은성호군과 어머니를 만났다.

일월도서관 책도란 카페에서 은성호 씨와 어머니를 만나 인터뷰했다.

그동안 성호 씨는 SBS 스페셜 (2017년 7월 방송 '서번트 성호를 부탁해') 등 각종 방송과 공연 기사에 소개되어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연주한 모든 악보를 외우며, 변주를 오갈 수 있는 음악적으로 천재적 능력과 절대음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어머니를 제외한 일반인들과 의사소통 능력이 현저히 부족하다.
 

성호 씨는 1984년 구운동에서 태어났다. 송죽초등학교를 입학한 후 1학년 때 담임선생님 권유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중‧고등학교 특수교육을 마치고 백석예술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했다. 2004년부터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면서 2007년 하트하트 오케스트라에 입단하여 2015년까지 봉사연주 517시간을 기록했다.
 

현재 성호 씨와 어머니는 서둔동에서 10년 넘게 살고 있다. 기자와 만난 일월도서관은 성호 씨가 좋아하는 장소로 책 제목에 흥미를 붙인 요즘 자주 찾는다고 한다.
 

인터뷰 도중 책을 읽는 주변인들에게 다가가 책 제목을 알려달라고 돌발행동을 보여 난감한 상황이 발생했다. 단지 책에 대한 호기심을 드러낸 성호 씨의 악의 없는 행동이지만 그 상황에 처한 시민은 불편한 시선을 감추기 어려웠다.
 

평소 성호 씨 음악적 재능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어머니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기자는, 장애를 극복하고 피아노와 클라리넷 두 가지 악기를 연주하는 음악가로 오늘의 성호 군이 있기까지 어떤 갈등과 성장의 과정을 겪었는지 인터뷰했다.
 

"세상의 편견을 이겨내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었습니다." 어머니의 담담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장애를 지닌 아이를 연주자로 키워낸다는 것에 주변인들의 부정적인 시각 또한 극복할 산이었다고 한다.

연주자 은성호군은 피아노와 클라리넷을 연주하는 발달 장애인이다.

피아노와 클라리넷 두가지 악기를 연주하는 발달장애 1호 연주자 은성호 (사진제공 어머니 손혜숙 씨)

성호 군은 미라클 앙상블(2007~2015 피아노), 하트하트 윈드 앙상블 수석 단원(클라리넷), 수원시 장애인 가족 지원센터 힐링 문화 사업단 연주 활동(2014~2016)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지고 있고, 2005년 전국 장애인 종합 예술제 대상 수상을 시작으로 2016년 장애인의 날 수원시장 표창을 받는 등 수상경력도 많다.
 

현재는 발달 장애 청소년들로 구성된 클라리넷 앙상블 '드림위드 앙상블' 단원으로 활동중인데, 앙상블은 9명의 발달 장애 연주자가 장애를 극복하고 연주 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회적 협동조합이다.
 

얼마 전 유엔 총회가 지정한 세계장애인의 날(12월 3일)을 맞아 기획된 '뉴욕 연주 투어'를 6박 8일 일정으로 다녀왔는데, 뉴욕 주유엔 한국대표부에서 초청한 공연이다.
 

"성호가 비행기 타는 것을 좋아해요. 하루에 두 번 무대를 서야 하는 일정에도 투정 없이 잘 해냈어요." 어머니는 공연 일정에 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주면서 "세계 각국을 대변하는 외교관들 앞에서 기량을 펼치는 무대 외에도 장애 단체, 공립학교, 교회 등 다양한 곳에서 7회 공연을 했다"고  대견해 했다.
 

SBS 스페셜 '서번트 성호를 부탁해' 방영 이후 성호 씨와 동생 건기의 관계가 궁금했다. 장애인 형인 성호만을 돌보는 엄마에 대한 원망을 들어냈던 동생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지금은 직장생활을 한다는 소식이다.

"멋진 음악쟁이가 되고 싶어요." 발달 장애를 극복하고 연주자가 된 은성호 씨를 응원한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나 불안한 마음 둘 다 갖지 않으려 노력해요." 어머니는 가족들의 마음을 애써 담담하게 전하면서 "제가 없는 이후를 대비해 그룹 홈 공동체를 준비하고 있어요. 편견 없는 세상에서 음악으로 소통하는 연주자로 살아간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죠"라고 덧붙였다.
 

드림위드 앙상블은 성남시 사회적 경제 창업공모사업 창업팀에 선정돼 약 2500만원을 받았다. 부모들이 형편껏 보태고 각종 공연비와 개인 및 단체의 정기 후원으로 운영되는 협동조합이다. 성호 씨는 매달 적은 금액이지만 월급을 받고 매일 '음악 연습'을 하며 부족한 부분은 개인 레슨을 통해 보충한다.
 

"성호는 연주 무대가 조금이라도 만족스럽지 않으면 울어요. 정확하게 어떤 마음인지 표현하지 못하는데 그냥 슬프다고 해요. 연습을 게을리 하면 안된다는 걸 본인이 스스로 깨달은 것 같아요." 앙상블 연습 3시간과 개인 연습 3시간, 하루 평균 6시간 이상 연주하는 삶을 사는 성호 씨의 열정이 느껴진다.
 

"성호보다 하루만 더 살았으면 하죠.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이제 마지막 꿈을 꾸고 있어요." 어머니는 협동조합이 부모들 사후에도 제대로 운영될 수 있는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게 마지막 목표라고 한다.
 

지난 9월 문 대통령의 주재로 청와대 영빈관에서 발달장애인 평생 케어 종합대책 발표 및 초청 간담회가 있었다. 발달 장애인의 생애 주기별 필요서비스를 분석하고 돌봄과 취업, 고용 등 개인의 요구와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에 초점을 맞춘 대책이 발표되었다.
 

'다 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된 행사에 드림위즈 앙상블 기념 공연이 있었고 성호 씨는 대통령과 만났다. "청와대에서 누구 만났어요?"라는 기자의 물음에 성호 씨는 짧은 대답을 해줬다. "문재인 대통령 멋있었어요."

무대에서 클라리넷을 부는 은성호군은 발달장애의 옷을 벗고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2017년 장애인 클라리네스트 은성호, 생애 첫 콘서트 무대를 선보였다.

"먼 훗날 내가 세상에 없더라도 성호가 연주자로서, 예술인으로서 평생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는 어머니는 "성호가 거울이 되어 발달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용기와 꿈을 가지고 도전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2시간의 짧은 만남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기자는 성호 씨에게 앞으로 좋은 연주 부탁한다고 인사를 했다. 발달 장애의 옷을 벗고 세상과 소통하고자 하는 성호 씨는 오늘도 성장 드라마를 보여주고 있다.
 

한편 드림위드 앙상블은 매년 초청 음악회 및 정기연주회를 열고 있으며, 연주 및 특강, 후원 관련 문의는 사무국이나 홈페이지(031-718-5458, www.dreamwith.or.kr)로 신청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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