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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vs 울릉도] ② 유람선 타고 다시 한 바퀴
2019-08-10 08:01:24최종 업데이트 : 2019-08-10 08:01:24 작성자 :   연합뉴스

(울릉=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울릉도의 최고봉인 성인봉은 984m지만, 섬 자체는 해저 2천m에서 솟아오른 화산이다. 폭발할 때 점성이 높은 용암이 멀리 퍼지지 않고 그대로 굳어 종(鐘) 모양을 이뤘다.
해수면 위로 드러난 섬은 거대한 뾰족산의 최정상 부분인 셈이다. 울릉도의 비경은 대부분 해안가의 깎아지른 절벽과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다가 어우러져 만들어낸다. 괭이갈매기도 아닌 사람이 쉽사리 다가갈 수는 없다.
섬 둘레를 도는 일주도로마저 아무리 터널을 뚫고 다리를 이어도 해안으로 다가가지 못하는 곳도 있다. 울릉도에서만큼은 해상일주 유람선이 좋은 선택인 이유다.
아직 비수기라 하루 한 차례뿐인 해상일주 유람선을 타러 일찌감치 도동항에 도착했다. 밤새 잡혀 올라와 새벽까지 손질을 거친 오징어들이 '울릉도산'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대나무에 줄줄이 꿰어진 채 아침부터 쨍한 햇살에 몸을 말리고 있었다.
육지에서는 장마가 시작됐지만, 울릉도에서는 장마철에도 비가 거의 오지 않는 마른장마를 겪는다. 죽도로 향하는 유람선이 먼저 출발하고 곧이어 일주 유람선에 올랐다. 배가 출발도 하기 전부터 눈치가 빤한 괭이갈매기들이 모여들었다.
배는 항을 나와 섬을 시계 방향으로 돌기 때문에 맨 위층 갑판 오른쪽에 자리를 잡았다. 탑승객들이 하나둘 새우 과자를 꺼내 던지거나 손에 들고 있으니 괭이갈매기들이 달려들었다. 코앞까지 다가와 시야를 가릴 지경이었다.
작지도 않은 몸으로 크게 퍼덕이지도 않으며 배의 속도에 맞춰 날면서 정확하게 과자를 채가는 자태는 위풍당당하기까지 했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 주요 지점을 지날 때면 선장이 안내 방송을 통해 마을 유래와 얽힌 이야기들을 들려주니 놓치지 말자.
가두봉 등대를 지나면 통구미 마을이다. 이 마을엔 명물이 많다. 가두봉 터널을 지나자마자 시작되는 몽돌해변과 거북 모양의 바위가 마을로 들어가는 듯한 모습으로 서 있는 거북바위, 그 왼쪽으로는 험준한 절벽에 통구미 향나무 자생지(천연기념물 제48호)가 보인다.
절벽을 관통하는 일주도로의 통구미 터널은 울릉도 최초의 신호등이 설치된 곳이다. 울릉도에서 가장 따뜻한 남쪽 마을이라는 남양마을에서는 조면암 주상절리의 절경을 보여주는 비파산의 국수 바위를 볼 수 있다. 주상절리가 갈라진 모습이 국수 가락을 닮았다.
국민여가캠핑장이 있는 구암마을에서는 보는 각도에 따라 아기곰을 업고 있거나, 앞발을 들거나, 앞발을 모아 기도하는 모습으로 보인다는 곰바위가 있다. 학포항 직전에는 만 가지 상이 보이는 절경이라는 만물상을 지난다.
대풍감 서쪽 해변의 낚시터를 지나 동쪽으로 방향을 틀면 향목 전망대에서 보는 대풍감의 비경, 괭이갈매기의 보금자리인 절벽을 다시 마주한다.
대풍감에서 석포까지 쭉 뻗어 있는 북쪽 해안 한가운데서 울릉도의 해상 3대 비경이 시작된다. 그 처음은 송곳봉 앞바다에 있는 코끼리 바위다. 예전엔 작은 배가 드나들 수 있는 구멍이 있어 공암이라고 불렀고, 사람들이 코끼리의 존재를 알고 난 뒤부터 코끼리 바위라는 이름이 더 친숙해졌다.
육각기둥 모양의 주상절리로 된 바위 모양이 코를 물에 담그고 있는 코끼리를 꼭 빼닮은 데다, 얼굴 부분은 육각기둥의 단면으로 돼 있어 진짜 코끼리의 피부처럼 보이기도 한다. 구멍이 동서 방향으로 나 있기 때문에 코끼리 얼굴은 바다로 나와야만 제대로 볼 수 있다.
북면의 중심지인 천부를 지나면 동쪽 해안 끝에 3대 비경 중에서도 1경이라는 삼선암이 보이기 시작한다. 꼭대기가 가위처럼 갈라져 있는 일선암과 약간 떨어져 이선암, 삼선암이 가까이 마주 보고 있다.
관음도 전망대에서 볼 때는 이선암과 삼선암이 앞뒤로 겹쳐져 제대로 보이지 않았던 모습을 배 위에서야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삼선암에는 이곳의 빼어난 경치에 반한 세 선녀가 내려와 놀다가 돌아갈 시간을 놓치는 바람에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사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나란히 붙은 두 섬에는 풀과 나무가 자라지만 따로 떨어진 채 풀 한포기 피우지 못한 일선암이 더 놀다 가자고 조른 막내 선녀란다.
3대 비경의 마지막은 바로 옆 관음도의 쌍굴이다. 관음도에 들어가서도 볼 수 없었던 관음 쌍굴은 섬 북쪽 해안절벽의 주상절리에서 암석이 무너져내리면서 만들어진 두 개의 동굴로, 배를 타고 나와서만 볼 수 있다. 약 14m 높이의 동굴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아마시면 장수한다는 설이 있다.
관음도를 지나 동쪽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향한다. 반세기 만에 이어진 일주도로의 마지막 구간이다. 도로는 감히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험준한 절벽 안으로 터널을 뚫어 완성됐다.
오징어잡이 배 불빛으로 유명한 저동항의 촛대바위를 지나면 도동항까지 행남 해안 산책로가 이어진다. 보수공사로 출입이 통제된 상태였기에, 배를 타고 멀찍이 떨어져 바라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일주 유람선은 오전 9시 15분 한 차례만 운항한다. 성수기에는 오후(3시 40분)에 한 차례 더 운항하는데 비정기이므로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9년 8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mi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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