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더스] 최고의 피오르드! 인간미는 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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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 최고의 피오르드! 인간미는 별로… 2019-09-30 10:30:02최종 업데이트 : 2019-09-30 10:30:02 작성자 : 연합뉴스
'북쪽으로 가는 길'이란 뜻의 나라 노르웨이는 '피오르드'의 나라다. 빙하가 만들어낸 최고의 예술작품으로 불리는 피오르드는 노르웨이어로 '내륙 깊이 들어온 만'이란 뜻이다. 피오르드는 수만 년에 걸친 빙하의 침식 작용으로 만들어진 계곡에 바닷물이 흘러들어와 형성된다. 약 200만 년 전부터 빙하로 뒤덮였다 침식되길 반복하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피오르드가 노르웨이에 선물로 안겨졌다. 약 1천700개의 빙하가 이어진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세계 최고의 피오르드를 보기 위해 수많은 여행객이 노르웨이로 온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송네 피오르드다. 세계에서 가장 길고 깊은 협곡 때문이다. 송네에 가기 위해 오슬로에서 뮈르달로 가는 열차에서 이동하는 5시간 동안 색다른 풍경을 많이 만났다. 동화에서 본 것 같은 아담한 2층 집과 예쁜 정원, 그리고 주차장엔 부럽게도 하얀 보트가 놓여 있었다. 이들은 자신의 보트에 가족을 태우고 여행을 가 몇 달씩 지내다 돌아온다고 한다. 뮈르달이 가까워질수록 녹색의 풍경과 백색의 만년설이 어우러진 풍경은 아무렇게나 찍어도 한 장의 아름다운 그림엽서 같았다. 노숙으로 피곤에 지친 몸과 감겨오는 눈꺼풀마저 뜨일 정도였다. 뮈르달에 도착한 후 다시 플롬까지 50분간 산악열차를 탔다. 열차가 수많은 터널을 지나는 동안 빙하가 녹아 흘러내리는 폭포가 곳곳에서 이룬 장관이 보였다. 또 열차가 지나는 계곡은 구불구불하고 험준해 웅장하면서도 신비로웠다. 플롬에서 유람선으로 옮겨 타 진정한 '유람'을 즐겼다. 약 20억 년 전 만들어진 거대한 화강암 벽이 900m나 솟아 있고, 병풍처럼 둘러친 기이하고 거친 협곡과 신비로운 안개가 몹시 장엄했다. 세심하게 조각된 날카로운 절벽과 그 위에서 가냘프게 하늘거리는 야생화들이 끝없이 보이는 바닷물과 어우러져 김홍도의 산수화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감동을 일으켜 유람하는 두 시간이 짧게만 느껴졌다. 그건 그렇고, 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온 터라 8월에 유럽의 숙소 문제가 이리 심각한지 몰랐다. 아무 생각 없이 오슬로 역에 내린 것은 밤 10시였다. 미리 찜해둔 숙소에 가려고 버스 정류장에서 나처럼 배낭을 메고 있는 여행객에게 물었더니, 자신들이 앞서 다녀왔는데 빈 침대가 없었다고 했다. 난감해 하는 내 표정을 보고 이들은 자신들도 다른 숙소를 찾아 가는 길이니 같이 가자고 권했다. 하지만 찾아간 숙소는 캠핑장이라 텐트가 없는 나는 묵을 수 없어 직원이 다른 숙소를 알려줬다. 앞뒤로 배낭을 메고 주소를 적은 메모지를 들고 또 다시 숙소를 찾아 걸었지만 가도 가도 보이지 않고 어느새 밤 12시가 됐다. 길에 오가는 사람이 없으니 물어볼 수도 없어 불 켜진 세 집의 초인종을 눌렀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차도로 나와 두 팔을 벌리고 지나가는 택시를 세웠다. 그러나 택시에는 승객이 타고 있어 기사는 20분 정도 더 가면 숙소가 있다는 말만 남기고 가버렸다. 천신만고 끝에 숙소에 도착하니 새벽 2시 반. 그런데 방값이 38만 원이라니 차마 내지 못하고 벽 앞의 의자에 잠시 앉았는데 안 된다며 나가라고 했다. 다행히 숙소 입구에 주유소가 있고, 영업을 마친 터라 그 지붕 밑에서 때맞춰 내리는 부슬비를 피하며 침낭을 덮고 비몽사몽 졸다가 5시 30분에 출발하는 첫 버스를 타고 송네로 향했다. 예약하지 않은 잘못이 크지만 여행 중에 이렇게 메마른 인간미를 느껴 보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잘 산다는 나라가 왜 그렇게 인정이 없을까 궁금해 하다가 떠올린 것은 이들의 조상인 해적 바이킹이었다. 이런 내 속도 모르고 해안선을 따라 깎아지른 듯한 절벽 아래 깊고 푸른 바다가 넘실거리는 피오르드는 신이 그려낸 그림 같아 무척 샘이 나고 예쁘기만 했으니…. 오현숙 - 배낭여행가 / 여행작가 / 약 50개국 방문 - 저서 <꿈만 꿀까, 지금 떠날까> 등 - insumam42@ hanmail.net [마이더스] 최고의 피오르드! 인간미는 별로… 연관 뉴스 중소·소상공인 제품 소비촉진 '동행축제' 내달 1일 부산서 개막2024.04.25 보리밭 사잇길로…군산 '꽁당보리축제' 5월 2일 개막2024.04.25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서 내달 4∼5일 디즈니 '스타워즈 데이'2024.04.2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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