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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매화 바다 다음엔 노란 산수유 구름
2016-03-25 11:00:01최종 업데이트 : 2016-03-25 11:00:01 작성자 :   연합뉴스
열린 뒤주, 낮은 굴뚝 숨은 뜻…가난한 이 생각하고 밥 짓는 연기 넓게 퍼지라고

(구례=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남도의 봄은 섬진강을 타고 오른다.

광양과 하동의 하얀 매화가 바다를 이뤘다면 그 다음엔 노란 산수유 구름이 펼쳐진 구례 차례다.

해마다 매화꽃 핀 지 딱 2주 만에 산수유 꽃들이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

하얀 매화 바다 다음엔 노란 산수유 구름_1
고향처럼 다정한 시골집 지붕 위 산수유꽃(성연재 기자)

인간이 만든 원자시계보다 정확하게 자연의 시계는 오늘도 어김없이 초침을 돌리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구례로 향해야 할 시간이다.

언제부터인지 산수유가 꽃을 피웠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구례를 찾으면 노란 산수유 꽃들이 구름처럼 동네를 둘러싸고 있다.

구례의 산수유 마을은 반곡마을, 상위마을, 현천마을 등 어딜 가도 산수유가 샛노랗다.

따스한 봄 오후에 산수유 활짝 핀 마을을 걷다 보면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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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길 구비구비 자리잡고 있는 구례의 작은 마을들(성연재 기자)

반곡마을은 돌담길이 아스라이 굽이굽이 자리 잡고 있어 걷기에 너무 정겹다.

산수유 핀 마을 어귀에서는 시골 고향 집과도 같은 나지막한 가옥들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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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잔설이 남은 지리산과 피어난 산수유를 배경으로 눈녹은 물이흐르고 있다(성연재 기자)

산수유 구경을 실컷 했으면 이제 조금만 더 남쪽으로 돌려 토지면으로 가보는 것도 좋다.

왠지 흙 토(土)자가 붙으면 그 느낌도 정겹다. 영남인 영양에 토구리가 있다면 호남 구례에는 토지면이 있다.

토지면에는 조선 영조 때 지어진 운조루라는 고택이 유난히 괌심을 끈다.

낙안군수를 지낸 안동 출신의 류이주가 지은 집이라 한다.

운조루에 가면 눈여겨 봐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장독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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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조루의 동백(성연재 기자)

이곳 장독대의 간장은 단맛이 특징이다. 메주를 많이 써서 그렇다고 한다.

씨간장을 안 쓰고 매해 햇간장으로 250년 집안 맛을 이어온 곳이다.

또 하나 눈여겨봐야 할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누구라도 퍼 갈 수 있게 한 타인능해(他人能解)라는 뒤주다.

혹 누가 볼 지 모르니 뒤주는 집 뒷골목으로 들어올 수 있는 자리에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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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라도 퍼 갈 수 있게 한 '타인능해' 뒤주 (성연재 기자)

이 집은 유난히 굴뚝이 낮다. 밥 짓는 연기가 높이 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집주인 류이주의 깊은 뜻이 숨겨 있다.

이런 선행 덕에 운조루는 동학혁명과 6·25 동란 때도 무사할 수 있었다는 뒷얘기가 전해온다.

운조루라는 이름은 도연명(陶淵明, 365∼427)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서 왔다고 한다.

관직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이의 기쁨을 그린 시로, 운조루 툇마루에 앉아 졸린 눈을 비비다 보면 그냥 아예 구례로 내려와 살고 싶은 마음 가득하다.

어찌 고택 이름과 연유가 이리도 도심의 생활에 찌든 사람들의 마음에 어필하는 것일까.

수년 전에는 한 일간지 기자가 도심의 찌든 삶을 버리고 구례로 내려가 농부가 귀농일기를 써 꽤나 유명해졌다고 한다.

구례가 귀촌 지로도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그토록 넉넉했던 류이주의 심성이 널리 퍼져서일까.

◇ 먹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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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다리가 부러지도록 나오는 전라도 음식(성연재 기자)

산수유 마을 근처의 지리산 흑돼지 구이도 나쁘지 않고 닭곰탕집도 나쁘지 않다.

섬진강을 끼고 있는 구례는 다슬기를 넣어 끓인 수제비가 유명하다. 다슬기 회도 나쁘지 않고 각종 야채와 다슬기가 버무려진 비빔밥도 1만원 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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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릇하게 구운 김에 밥과 다슬기를 넣고 먹는 게 요령이다(성연재 기자)

◇ 찾아가는 길

서울에서는 경부고속도로-논산 천안고속도로-순천 완주고속도로 순으로 달리다가 구례 화엄사 톨게이트로 나오면 4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거의 직선거리라 생각하면 된다.

부산에서는 남해고속도로와 순천완주고속도로를 타면 3시간이면 넉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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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했던 양반의 삶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쌍산재는 대나무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매력적인 곳이다.(성연재 기자)

polpori@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3/25 11: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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