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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싶은 섬> 떠난 이들이 못 잊는 섬…신안 영산도
2016-06-23 07:00:03최종 업데이트 : 2016-06-23 07:00:03 작성자 :   연합뉴스
미지의 섬…나만의 특별한 휴식을 위한 조용한 섬
섬마을 주민 이름걸고 보장하는 자연산 먹거리 풍성
통통배 타고 섬 일주…코끼리바위·코골이굴 등 비경 즐비

(신안=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고향을 떠난 타향살이객들이 수백리 뱃길의 고향을 그리워하며 새터전 지명을 고향 섬의 이름으로 지은 곳, 그 고향 섬은 대체 어떤 곳일까.

전남 목포에서 신안 흑산도까지 쾌속선 뱃길로 2시간, 흑산도에서 다시 동쪽으로 다시 4㎞ 거리를 10분여 가야 다다를 수 있는 미지의 섬 영산도는 그 이름만으로 여행에 나서는 이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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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산이 품은 영산도 마을 (신안=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만삭의 여인이 누워있는 형상을 한 산세가 펼쳐진 전남 신안군 영산도 마을의 전경. 2016.6.23

홍어로 유명한 전남 나주 영산포와 그 옆을 휘감아 도는 영산강.

영산포와 영산강이 120여㎞ 떨어진 영산도라는 섬 이름을 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조선시대 왜구에 시달리는 섬 지역에 대한 공도 정책으로 섬을 떠나 나주지역으로 이주한 영산도 주민들은 고향을 그리워하며 새 터전을 영산포라고 부르고, 그 옆의 강을 영산강으로 불렀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북적거리는 인파에 시달리는 휴가와 다른 특별한 휴식을 원하는 사람들이라면 조용한 섬 영산도에서 올 여름 휴가를 보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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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도 벽화 (신안=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전남 신안군 영산도 마을 곳곳에통영의 '동피랑' 마을과 같은 벽화가 조성돼 있다. 2016.6.23

◇ 나만의 열두 가지 휴식 영산도

파도가 출렁이는 먼 뱃길에 쌓인 피로는 흑산도에서 조그마한 마을 어선에 올라 안개가 자욱하게 낀 영산도를 바라보는 순간 싹 사라진다.

섬의 움푹 파인 지형에 옹기종기 모인 마을이 보이기 시작하면 푸른 산이 뒤에서 포옹하고, 푸른 바다가 앞에 안긴 영산도에 어느덧 도착한다.

배에서 내리면 반원 형태의 마을 앞 해변 오른편으로 누운 여인 형상의 산세가 눈앞에 펼쳐진다.

여인의 얼굴, 젖가슴, 불룩 나온 배모양의 봉우리가 만삭의 여인을 닮았다는 바위지만 더 자세히 보면 기암괴석의 울퉁불퉁 굴곡과 갈라짐에서 내 어머니의 주름진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 하다.

23가구 43명의 주민이 사는 영산도에는 파출소, 보건소, 초등학교까지 여타 다른 작은 섬에서는 없는 시설들은 이 섬이 한때는 400여명이 살았던 섬이었음을 짐작게 한다.

마을 앞 방파제 길에는 계절마다 다른 일몰 풍광을 보이는 낙조를 시원한 맥주 한잔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휴식공간인 낙조가든이 조성돼 있다.

선착장에서 마을로 향하는 길 왼쪽에는 5분여 땀 흘리며 오르면 마을과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가 있다.

이곳에 올라 마을을 바라도 보면 홍어 모양을 한 경작지가 특색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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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마을 홍어경작지 (신안=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전남 신안군 영산도 마을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홍어 형태를 한 경작지가 보인다. 2016.6.23

마을 입구 초입에는 죽은 나무나 바위에 붙어 자라는 멸종위기종 2급 난초인 석곡을 보존한 군락지가 있다.

마음먹지 않아도 천천히 돌아보도록 유혹하는 완만한 언덕길을 거슬러 오르다 보면 별을 장식한 밤하늘을 지붕 삼아 조성한 야영장, 바비큐장이 나타난다.

전교생이 두 명뿐인 초등학교를 휘감고 돌면 옛 보건소를 리모델링 숙소로 만든 영산여인숙과 옛 초가집을 복원한 숙박시설, 현대식으로 지은 3동의 펜션 등 휴가객을 기다리는 편의 시설이 마을 주민의 가옥과 어울려 곳곳에 자리 잡았다.

가족 단위 방문객이 오는 날이면 아이들은 이곳에 짐을 내려놓자마자 백사장이라고 하기에는 작지만, 고운 모래를 자랑하는 마을 앞 해변으로 달려가 얕은 바닷물에 몸을 던진다.

영산도에 오면 학생이 두 명뿐인 덕분에 누구나 학년별 전교 1등이 될 수 있다는 전교 1등 도서관에서 흔들의자에 앉아 독서도 할 수 있다.

마을 공터마다 조성된 밭 곳곳에는 마치 땅따먹기 하듯 나무판자로 칸막이로 조금씩 나뉘어 있다.

비가 많이 내려 좋은 흙이 바다로 쓸려 내려가지 않도록 하려는 이 마을 특유의 농사법이다.

밭 한가운데에는 후박나무가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것도 흔히 볼 수 있다. 과거에 후박나무 껍질을 값비싼 한약재로 팔려고 키우다 중국산 한약재 열풍에 밀려 이제는 후박나무만 남았다.

섬 방문객들은 이 후박나무가 숲을 이룬 곳에 누워 산림욕을 즐기며 조용한 영산도가 주는 가벼움을 온몸에 담아올 수 있다.

마을 곳곳에는 통영의 동피랑 마을과 같은 벽화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을 주민들은 마치 수십 년을 함께 산 이웃처럼 관광객을 은은한 미소로 맞이한다.

영산도의 유일한 음식점인 부뚜막에서는 민들레차 한잔부터 아침밥, 저녁 만찬까지 다양한 향토음식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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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도 '석주대문' (신안=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전남 신안군 영산도 8경 중 하나인 석주대문의 모습이다. 석주대문은 코끼리가 바다에 코를 처박은 모습이기도 하다. 2016.6.23

◇ 코끼리·고래·두꺼비 등 영산 8경과 기암괴석

영산도 마을을 한 바퀴 둘러봤다면 이제 통통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영산 8경과 기암괴석을 두 눈에 담아보자.

1인당 1만 5천원을 내고 마을 주민이 운행하는 유람선에 올라 바다에서 섬을 한 바퀴 돌면 고릴라 옆모습을 한 산 정상을 지나 액기미마을 해변이 펼쳐진다.

액기기마을은 액운 있는 사람은 오지 말라는 뜻으로 지은 이름으로 과거에는 10여가구의 주민이 살았지만, 지금은 모두 떠나 한가로운 해변만 남았다.

해변을 하나 통째로 나 홀로 빌려 쉬고 싶다면 이곳을 방문하길 마을 주민은 추천했다.

바닷길을 따라 두꺼비 바위를 지나면 영산 8경 중 대표 절경으로 꼽히는 석주대문이 장엄하게 눈앞에 펼쳐진다.

파도가 몰아쳐 절벽을 깎아 섬과 바다를 잇는 아치형의 돌기둥을 만들었다.

풍랑이 몰아치면 그 속으로 피하곤 했다는 구전이 전해질만큼 거대한 기둥을 통과해 반대편에서 바라보면 기다란 코를 바다에 처박은 코끼리의 모양이 나타나 일명 코끼리 바위라고도 불린다.

석주대문의 절경을 감상했다면, 이제는 섬의 절벽과 바다가 합작해 만든 코골이를 들을 차례다.

비성석굴은 절벽 사이에 난 구멍으로 파도가 철썩이며 마치 코 고는 소리와 함께 세차게 물안개까지 품어져 나와 "이름 참 잘 지었네"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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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도 '비성석굴' (신안=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전남 신안군 영산도 비성석굴은 절벽의 구멍에 파도가 스며들어 코고는 소리와 함께 수증기를 배출하는 특색있는 모습을 연출한다. 2016.6.23

좋은 꿈을 꾸고 바다에 나서야 폭포가 떨어지는 걸 볼 수 있다는 비류 폭포는 층암절벽 사이에 떨어지는 물을 3번 맞으면 무병장수한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영산도 주민은 "폭포물을 보려면 비가 내리는 다음 직후에 찾아야 하는데 파도가 센 상황에서 절벽 밑까지 다가가 무병장수하려다 객사할 수 있다"고 우스갯소리 했다.

영산 8경과 기암괴석이 펼쳐진 영산도의 절벽은 마을 주민들의 바다 농사터이기도 하다.

주민들은 동력 어선에 노를 저어 가는 떼배를 싣고 와 절벽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낸 자연산 미역을 채취하거나 홍합을 캔다.

관광객들은 마을 주민과 함께 떼배 체험도 할 수 있다.

영산도에는 이 밖에도 당산찬송, 기봉조휘, 문암귀운 등 영산 8경과 부처님바위, 고래바위, 파수문 등 기암괴석 등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절경을 구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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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도 먹거리 (신안=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전남 신안군 영산도의 유일한 식당 '부뚜막'에서는 신선한 자연산 먹거리를 즐길수 있다. 2016.6.23

◇ 자연을 간직한 명품 마을 영산도

영산도는 과거 영산화가 많이 피고, 산세에 신령스러운 기운이 깃든 곳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영산도의 행정 명에는 신령 영 靈자가 아닌 길 영 永자로 표기돼 있다.

마을 주민들은 "과거 면서기가 신령 영자를 쓰기 어려워 대충 길 영자로 휘갈겨서 그렇다"고 웃으며 말했다.

영산도는 조선 시대부터 여러 번 사람이 살지 않는 섬이 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왜구가 들끓자 조선 시대 공도 정책으로 나주 영산포로 주민들이 강제 이주하기도 했고, 2000년대에는 양식장이 잇따라 태풍에 휩쓸려 가면서 200여명이 살던 주민수가 수십 명으로 급감했다.

여기에 섬 주민 고령화로 인해 무인도가 될 가능성이 커졌지만, 마을 주민들은 다도해해상국립공원과 신안·다도해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이 마을을 그냥 둘 수 없었다.

명품 마을로 조성하기 위해 다른 국립공원 내 주민들이 규제 완화를 외칠 때 영산도 주민들은 오히려 규제 완화 대상 지역에서 빼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자연이 준 선물을 간직하기 위해 똘똘 뭉쳐 피나는 노력을 다했다.

관광객이 주민보다 숫자가 많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하루 입도 객을 8개 팀(숙박시설 수용 기준) 50명 이하로 제한했다.

관광객이 원한다고 해도 오래 머물 수도 없다.

마을 주민들은 관광객의 체류 기한을 최대 3박 4일로 제한하고 있다.

나흘이면 충분히 여행할 수 있는 섬에 오래 머물려는 사람은 희귀 난과 같은 섬의 귀한 자연 유산을 캐가려는 사람들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영산각이라고 불리는 마을 특산품인 자연산 돌미역의 품질을 지키기 위해 양식이나 외부 미역반입을 철저히 막고 이를 어긴 주민은 조합자격을 박탈한다.

자연산 홍합을 지키기 위해 자체적으로 금어기를 설정해 많이 팔기보다는 제대로 키워 팔기에 집중하고 있다.

영산도의 자연산 미역·홍합·전복은 이 덕분에 옆 섬마을 주민들도 찾는 없어서 못 파는 특산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영산도를 한번 찾은 관광객들의 80%가 이 섬을 다시 찾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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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도 숙박시설 (신안=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전남 신안군 영산도에는 8개 팀 50명이 머물수 있는 다양한 숙박시설이 있다. 2016.6.23

▲ 교통편(뱃길)

전남 목포에서 여객선을 통해 흑산도를 들러 다시 영산도로 향하는 도선(섬마을을 오가는 작은 선박)으로 갈아타야 한다.

전남 목포→신안 흑산도(1일 4차례), 흑산도 여객터미널→흑산도 뒷대목(도보 이동 10분), 흑산도 뒷대목→영산도(1일 2차례, ☎ 010-7330-7335)

▲ 맛집

영산도에는 마을주민이 운영하는 향토음식점 부뚜막 1곳밖에 식당이 없다.

영산도 부뚜막에서는 백반(1인 7천원), 회정식(1인 3만원) 등 두가지 메뉴가 있다.

부뚜막은 자연산 먹거리로 한 상을 푸짐하게 차리는 것이 자랑으로 숙박업소와 마찬가지로 미리 재료를 준비해야 해 예약이 필수다.

특히 회정식은 마을 주민이 직접 바다에 나가 자연산 바닷고기를 잡아 횟감으로 올린다.

우럭에서부터 농어, 때로는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줄돔이 상에 오르기는 하지만 선택할 수는 없다.

잡히는 대로 내놓는다는 것이 이 식당의 운영 방침이 때문인데, 다만 가격은 우럭을 먹든 줄돔을 먹든 3만원으로 같아서 본인의 운을 시험하는 재미도 있다.

자연산 홍어나 전복을 특식으로 즐기고 싶거나, 홍합·미역 등 특산물을 구입하고 싶은 방문객은 예약 시 미리 마을 주민에게 부탁(재료비 별도)하는 것이 영산도 식도락을 즐기는 비결이다.

숙소 모든 곳에서는 취사할 수 있으므로 음식 재료를 미리 준비하는 것도 좋겠다.

예약문의는 전화(☎ 010-7330-7335)로 하면 된다.

▲ 숙박

영산도 숙박은 8팀 50명 입도객 제한 탓에 예약이 필수다.

예약문의는 영산도 누리집(www.yengsando.co.kr)을 참고하거나 전화(☎ 010-7330-7335)로 하면 된다.

연진네(8평, 2인) 1일 5만5천원

효경네(8평, 2인) 1일 5만5천원

바다네(15평, 5인) 1일 11만원

영산여인숙(24평, 10인) 1일 1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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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도 특산품 자연산 미역 (신안=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전남 신안군 영산도는 '영산각'이라고 불리는 자연산 미역이 특산품이다. 2016.6.23

pch80@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6/23 07: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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