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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산천어축제장에서 생긴 일…그 표정 스케치 넷
2016-01-20 11:14:29최종 업데이트 : 2016-01-20 11:14:29 작성자 :   연합뉴스

(화천=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매서운 한파가 산과 하천을 꽁꽁 얼어붙게 한다. 이번주 초부터 다시 극성을 부리는 한겨울의 찬바람-. 강원도 북단의 접경지역인 화천은 더더욱 추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세등등한 맹추위 속에서도 화천은 신바람이 났다. 평소에 한적하던 산중 소도시가 연일 밀려드는 방문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어서다. 그 주역은 지난 9일 개막해 31일까지 이어지는 화천산천어축제.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3년 연속 선정된 이 축제는 명실공히 화천의 효자다. 해마다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도 대거 이곳을 찾는다. 마법과 같은 산천어의 힘! 다음은 이번주 월요일인 18일에 본 축제 현장의 낮과 밤 표정이다. 이날은 올들어 가장 추운 날이었다.

화천산천어축제장에서 생긴 일…그 표정 스케치 넷_1
축제현장인 화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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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들이 어디 있나?"...얼음 구멍으로 물속 들여다보기

# 표정 1 = 두메산골에 몰려드는 외국인 관광객들

춘천에서 화천으로 가는 시외버스에서 우연히 20대 중반의 말레이시아 여성과 나란히 앉아 동행했다. 뒷자리에는 함께 온 세 자매들이 앉았다. 이슬람권 국가 출신이어서 머리에는 모두 히잡을 둘렀다.

"우리나라에서는 눈과 얼음을 볼 수가 없어요. 한국의 겨울을 구경하고 싶어 왔어요." 동석한 미라 샤피튼(24) 양은 기대에 부푼 표정으로 미소를 짓는다. 한국 방문은 두 번째이나 화천은 이번이 초행길. 그만큼 이색경험에 대한 설렘은 크단다.

화천천의 축제장은 화천교에서 용신교까지 약 2km에 이른다. 그중 가장 상류에 있는 게 외국인 낚시터. 평일이지만 수백명의 외국인들이 너나없이 조그만 얼음구멍에 낚싯대를 기울인 채 물 밑의 산천어를 유혹한다. 줄을 들었다 놨다 하는 고패질로 미끼가 벌레처럼 보이게 하는 것. 고기가 잡힐 때마다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나온다.

"손맛이 짜릿하니 아주 좋아요!" 일가족 여섯 명과 함께 왔다는 미국인 마이크 피트(48) 씨. 여섯 달째 서울에서 살고 있다는 그는 축제 경험을 통해 한국을 새롭게 알게 됐다며 환히 웃는다.

가족들이 잡아올린 물고기만도 벌써 비닐봉지로 세 자루. 아이들이 좋아하니 자신의 기분도 덩달아 더욱 좋다는 피트 씨는 설사 잡았던 물고기를 놓쳐도 신나기는 매한가지라며 연신 흡족한 표정이다.

산천어축제장을 찾는 외국인은 중국과 대만, 태국 출신이 대부분. 주말에는 매일 2천명가량이 방문하고, 평일에도 보통 1천여명이 이곳에서 낚시를 즐긴다고 이곳 주민이자 외국인 낚시 가이드인 김덕희(64) 씨는 말한다. 올들어 가장 추웠다는 이날 방문자는 931명.

산간벽지인 이곳 산천어축제장의 방문 외국인은 해마다 늘고 있다. 2010년에 7천명이던 외국인은 2012년에 2만5천명을 기록했고, 이듬해에는 3만명을 넘었다. 지난해 방문객은 5만3천명가량. 올해는 19일 현재 3만2천여명을 기록했다. 미국 CNN방송이 몇 해 전에 이 축제를 세계 7대 불가사의로 꼽을 만했겠다 싶다. 올해는 과연 몇 명의 외국인이 이곳을 찾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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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잡았어요!"...외국인 낚시터의 대만인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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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이 총출동했어요!"…미국인 마이크 피트 씨 가족

# 표정 2 = 야간 낚시터 열기에 추위도 움찔

강호에 밤이 드니 물결이 차노메라는 옛 시조처럼 밤이 되자 으슥한 두메산골 화천천에는 찬기운이 더욱 매섭게 몰아친다. 저녁 8시에 문을 여는 야간 낚시터. 개장 40분 전인 7시 20분 무렵이 되자 낚시터 옆의 현장 접수장에는 참가 희망자들이 삼삼오오 몰려들기 시작한다. 이날 참가자 310명의 대부분이 가족 단위다.

그중에 유독 눈에 띄는 참가자가 있어 다가가봤다. 손녀 성희(23) 양, 손자 재근(20) 군과 함께 서울에서 왔다는 윤기현(80) 할아버지. 낚시가 취미라는 윤 할아버지는 낚싯대를 추스르며 기대에 부푼 표정이다. 이 시각 현재 바깥기온은 영하 12도. 체감온도는 이보다 훨씬 낮아 영하 19도가량으로 곤두박질해 있다.

"추위를 이기고 싶어요. 능히 이길 수 있고요. 물론 차림을 단단히 하는 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죠. 손자와는 이곳 낚시가 올해로 두 번째이고 손녀는 이번에 처음 왔어요. 특히 야간 낚시란 게 낮과는 또 다른 맛이 있거든요."

40대 때부터 낚시에 취미를 붙였다는 윤 할아버지는 틈만 나면 차를 몰고 추자도로, 부산으로 낚시잡이를 떠난다고 말한다. 전국의 유명 낚시터를 안 가본 곳이 거의 없다고. 그래도 밤기온에 춥지 않겠느냐고 걱정하자 여유 넘치는 얼굴로 이렇게 대답한다.

"평소에 소식(小食)과 일거리, 걷기로 건강을 챙긴 덕을 보고 있어요. 노인정엔 가본 적이 없구요. 기자님, 혹시 누군가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할 일이 많으니 못 간다고 전해라고 좀 해주세요, 허허허!"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두 시간 동안 계속된 밤낚시. 시간이 갈수록 기온은 급전직하로 뚝뚝 떨어져가나 낚시꾼들은 오불관언이라는 듯 낚싯대의 움직임에 일념집중한다. 추위로써 추위를 이기는 이한치한(以寒治寒)의 현장이랄까? 밤하늘에는 산천어 형상의 대형 초록빛 조형물이 밝은 반달의 달빛과 나란히 신비스럽게 떠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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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야간 낚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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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낚시 나온 윤기현 할아버지와 손녀, 손자

# 표정 3 = 눈썰매, 컬링 등 놀이와 볼거리 풍성

"흰눈 사이로 달리는 기분 상쾌도 하다!" 경사진 눈썰메장을 다투듯 미끄러져 내리는 아이들의 환호성에 난데없이 난데없이 캐럴인 징글벨 가사가 흥얼거려진다.

축제에는 역시 놀이가 있어야 하는 법. 화천천의 배머리교 아래에 있는 눈썰매장과 얼음썰매장, 스케이트장이 바로 그곳이다. 물론 아이스하키, 컬링, 눈축구, 얼음축구, 봅슬레이 등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엄마와 함께 철원에서 왔다는 오은희(8) 양과 현서(6) 군. 둥근 눈썰매를 타며 연신 "재밌어요! 재밌어요!"라고 외친다. 이웃 얼음썰매장의 권오찬(9)군과 오준(7) 군도 마찬가지. 이곳 축제는 처음이라는 이들 형제는 "안 춥냐?"라고 묻자 "안 추워요! 하나도 안 추워요!"라며 마냥 싱글벙글이다. 물론 두 아들의 썰매를 끌어주는 아빠의 표정도 행복감으로 넘친다.

바로 옆의 컬링장. 김강일(42) 씨와 두 아들 응찬(11) 군, 진찬(8) 군이 묵직한 스톤을 가볍고 유연하게 밀어낸다. "잘했어! 잘했어!" "대박! 대박!" "아이구, 아쉽다! 한 번 더!! 한 번 더!!!" 삼부자는 마치 친구처럼 얼음판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신바람이 났다. 그건 바로 놀이의 힘이다!

읍내에 있는 실내얼음조각광장도 들러 볼만하다. 황홀한 감상의 즐거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찾기 힘들 만큼 큰 규모다. 길이 100미터, 높이 10미터의 대형 동굴에는 광화문 등 국내 궁전은 물론 영국 파빌리언 성, 티벳 포탈라궁, 터키 돌마바흐체 궁전, 로마 산탄첼로 성 등 외국의 유명 궁전과 성곽이 얼음으로 웅장하게 조각돼 있다.

화천군청 오경택 공보계장은 "산천어축제와 자매결연을 한 중국 하얼빈 빙등제의 전문 얼음조각가 32명이 직접 와서 한 달여 동안 제작한 작품"이라며 "실내얼음조각광장에 전시된 작품은 모두 30점에 이른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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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눈썰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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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얼음조각광장의 대형 전시작품

# 표정 4 = 신선 세계 연출하는 선등거리

낮에는 냇물에서 헤엄치다가 밤에는 하늘로 훨훨 날아오르는가? 어둠이 짙어갈수록 화천 읍내는 형형색색의 딴세상으로 돌변해 밝게 빛난다. 화천천과 화천군청, 화천읍사무소 등 중심거리를 길게 수놓는 약 900미터의 선등(仙燈) 행렬. 크고 작은 산천어등이 선계(仙界)의 밤하늘을 유영하듯 아름답게 장식한다.

선등거리는 산천어축제와 더불어 탄생했다. 거리 명칭에 아이디어를 제공한 이는 이 고장의 대표작가이자 축제 홍보대사인 이외수 씨. 이곳을 걷는 사람은 누구나 신선이 되고, 심신이 아름다워지고, 복을 듬뿍 받는 화천 3락(樂)을 누릴 수 있다고 자랑한다.

선등을 바라보노라면 기묘한 상상력이 절로 솟구침을 느낀다. 물에서 하늘로 날아올라 승천한 산천어들은 생로병사에서 자유로워진 해탈의 경지를 떠올리게도 한다. 밤의 어둠이 주는 신묘한 힘이랄까? 그 거대한 동행의 산천어 행렬이 가히 장관이다.

거리를 수놓는 선등의 수는 모두 2만7천 개. 이는 화천군민의 수인 2만7천 명과 일치한다. 다시 말해 화천군민이 하나가 돼 거리에서 소망의 대행진을 하는 셈이다. 그 소망은 기적처럼 이뤄져 지난해 이곳 축제 방문객은 군민 수의 50배가 넘는 150만명을 기록했다.

선등거리는 축제가 끝나도 내달 14일까지 불을 환히 밝히게 된다. 중앙로 일대를 오묘한 빛의 세계로 유지하는 것. 한국의 대표적 겨울나라답게 화천은 겨우내내 축제 분위기를 이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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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의 세계로!"...선등거리의 산천어 형상 작품들
화천산천어축제장에서 생긴 일…그 표정 스케치 넷_1

id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1/20 11:14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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