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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이매진] 대청호오백리길 청남대 사색길
2018-12-10 08:01:01최종 업데이트 : 2018-12-10 08:01:01 작성자 :   연합뉴스
호수 옆에 끼고 낙엽 이불 밟으며
(청주=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늦가을과 초겨울 사이, 단풍이 졌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가지에 매달려 있다가 내려와 땅 위에 몸을 뉘운 나뭇잎들은 내딛는 발걸음에 바스락거리는, 혹은 폭신하게 발을 감싸는 이불이 되어 준다. 대청호 오백리길 19구간 청남대 사색길은 산과 호수, 마을 길과 늪지를 오가며 대청호를 눈에 담고 걷는 길이다.
대청호 오백리길은 대전 대청댐물문화관에서 시작해 대청호 주변 200㎞를 돌아온다. 충북 옥천, 보은, 청주를 거쳐 다시 대전으로 돌아오는 길은 21개 구간으로 나뉜다. 이 중 대통령 별장 청남대를 오가는 호젓한 드라이브 길이 포함된 19구간, 청남대 사색길을 골랐다.
낙엽에 파묻힌 길…"여기가 아닌가벼"
청남대 사색길은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산덕리 상산마을에서 출발한다. 청남대 방향을 가리키는 안내판을 따라 김장배추가 자라는 밭과 잎을 거의 다 떨군 오래된 은행나무를 지나 야산을 오른다. 쉬워 보이던 길은 정비 중이었고, 안내판도 없는 등산로는 의외로 찾기 어려우니 마을 주민에게 물어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가시덤불을 헤치고 곰실봉(326m) 전망대에 오르니 뺑 둘러 삼면으로 대청호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 헉헉거리는 숨을 고르면서 호흡기 걱정은 둘째, 뿌연 시야에 이 풍경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청남대 방향으로 내려가는 산등성이에는 상수리나무와 소나무가 많다. 낙엽으로 길에 깔린 솔잎은 폭신하고, 상수리나무 잎은 바스락거린다. 폭신하고 바스락거리는 낙엽 이불을 밟으며 마음이 한껏 풀어진 것도 잠시, 어느새 발목까지 파묻히게 쌓인 낙엽과 여기저기 널브러진 잡목들에 길을 잃고 말았다. 처음 발견한 이정표는 등산객이 매달아 놓는 리본인데 부러진 나뭇가지에 초라하게 매달려 바위에 얹혀 있었다. 대청호 오백리길의 정식 이정표는 몇 개 되지 않아 만나면 반가웠다. 그리 반갑던 이정표를 따라갔다가 길을 헤매고 되돌아와서야 이정표가 갈림길에서 애매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비탈길에 설치된 밧줄이 아예 흙 속에 파묻혀 있었던 것을 보면 어지간히 오가는 사람이 없었던 모양이다.
푹푹 빠지는 낙엽과 힘없이 바스러지는 나무토막을 밟고 미끄러지며 헤매다 다리에 힘이 풀려 꼬이기 시작할 때쯤, 드디어 저 아래로 청남대 가로수길이 보였다. 길 아닌 곳에서 길이 보이니 "길이다!"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대청호 끼고 걷는 가로수길
청남대를 오가는 가로수길은 2005년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꼽혔다. 남쪽으로 해를 등지고 왼쪽으로 대청호를 옆에 끼고 북쪽으로 걸어 올라간다. 길이 조금씩 꺾일 때마다 서로 다른 나무가 만들어내는 길의 표정도 달라지고, 길옆에 쌓여 있는 낙엽 이불의 색깔
[연합이매진] 대청호오백리길 청남대 사색길

[연합이매진] 대청호오백리길 청남대 사색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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