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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지는 사회적 거리두기…취미·봉사는 '랜선 모임'으로
2020-09-07 07:10:01최종 업데이트 : 2020-09-07 07:10:01 작성자 :   연합뉴스

SNS 등 활용한 '느슨한 공동체'로 유대감 형성…"'코로나 블루' 해소에 도움"
(서울=연합뉴스) 장우리 김정진 기자 = 체육교사 임혜수(31)씨는 지난해 다녀온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모티브로 온라인에서 매일 운동한 거리를 인증하는 '랜선까미노 프로젝트'를 최근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해외여행도, 대면 모임도 불가능해진 탓이다.
이 프로젝트는 100일 동안 산티아고 순례길의 총 거리인 800㎞ 완주를 목표로 운동량을 인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구글 라이브 뷰를 통해 순례길에서 자신이 어디쯤 왔는지 확인할 수 있고, 완주 후에는 메달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7일 임씨에 따르면 이처럼 '가상 순례길'을 함께 걷는 사람이 지금까지 70명을 넘었다.
그는 "올해 코로나19로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을 취소해야 했던 예비 순례자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며 "운동 습관을 들일 수 있음은 물론, 진짜 함께 걷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큰 힘이 된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활동이 제한되면서 우울감과 무력감 등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온라인에서 취미나 자기계발 활동을 인증하는 '랜선 모임'이 인기를 끌고 있다.
굳이 얼굴을 맞대지 않더라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활용해 만들어진 '느슨한 공동체' 안에서 서로 의지를 북돋고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 이런 모임의 장점으로 꼽힌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기' 등 사소한 습관부터 외국어 공부나 운동, 책 읽기 등 참여할 수 있는 영역도 다양하다.
강원도의 한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신모(33)씨 역시 지난 3월부터 한 온라인 플랫폼에서 운영되는 다양한 인증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신씨는 "평소 여행은 물론 공연 관람과 같은 문화생활을 즐기는데, 코로나19의 갑작스러운 유행으로 집안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취미가 필요해졌다"며 "노래 가사 필사, 하루 5분 그림 그리기 등 간단한 미션을 수행하면서 나에게 몰입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 올라오는 다른 사람들의 '인증샷'도 구경하고, 서로를 다독이면서 코로나19로 힘든 시간임에도 비교적 에너지 넘치는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고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며 각종 복지시설이 문을 닫게 되자 봉사활동 역시 비대면 영역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전국의 직장인과 대학생, 취업준비생 등 40여명이 참여하는 단체 '코로나헬퍼'는 올해 2월부터 온라인 사이트를 개설해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홍보 캠페인과 모금 활동을 진행했다.
운영 총괄을 맡은 이창희씨는 "온라인 활동을 통해 나눔을 실천하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다가 사이트를 만들게 됐다"며 "화상회의 프로그램으로 의견을 나누고, 제작한 홍보 콘텐츠를 SNS에 게시해 모금을 진행하는 등 비대면 시스템을 기반으로 활동한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정희선 사단법인 한국자원봉사문화 사무총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취약계층을 위한 마스크 키트를 각자 집에서 만들어서 기부 박스에 넣거나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음식 배달 봉사를 하는 등 비대면 방식의 봉사활동이 생겨났다"며 "현장의 반응도 호의적"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방식의 취미·봉사활동이 코로나19로 인한 무력감을 해소하고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분석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회촉진이론에 따르면 다른 사람의 존재가 내 일의 수행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며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니 '코로나 블루'를 겪는 이들이 많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곽 교수는 "온라인에서 모르는 사람끼리 단기간 모이는 것 역시 서로에게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매일 타인과 무언가를 공유하고 목표를 성취하는 일이 무기력증을 없애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iroowj@yna.co.kr, stop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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