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걷고 싶은 길> 겨울 볕 아래 둘러보는 남해 바래길
2016-01-07 07:30:00최종 업데이트 : 2016-01-07 07:30:00 작성자 :   연합뉴스

(남해=연합뉴스) 이창호 기자 = 남쪽 바다를 끼고 걷는 바래길은 겨울에도 푸르다. 해안의 언덕배기 밭마다 파릇파릇한 마늘과 시금치가 초록을 뿜어낸다. 여기에 소박한 마을 풍경과 이국적인 펜션, 따스한 겨울 볕까지 더해져 걷는 이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지난 2010년 11월 조성사업이 시작된 남해 바래길은 현재 10개 코스가 완성됐다. 1코스 다랭이지겟길, 2코스 앵강다숲길, 3코스 구운몽길, 4코스 섬노래길, 5코스 화전별곡길, 6코스 말발굽길, 7코스 고사리밭길, 8코스 동대만진지리길, 13코스 이순신호국길, 14코스 망운산노을길로 나뉜다.

<걷고 싶은 길> 겨울 볕 아래 둘러보는 남해 바래길_1
사진/이진욱 기자

총 151.5㎞, 도보로 51시간 30분이 소요되는 도보여행길이다. '바래'는 물때에 맞추어 갯벌과 갯바위 등에서 해초류와 해산물을 캐는 행위를 일컫는 남해 토속말이다. 바래길은 어머니들이 가족의 먹을거리를 위해 갯벌이나 갯바위 등으로 바래하러 다녔던 길을 말한다.

겨울에 걷기 좋은 코스는 단연 1코스인 다랭이지겟길이다. 바래길의 본령에 가장 가까운 이 코스는 남서쪽의 평산항에서 출발해 사촌해수욕장을 지나 선구마을과 향촌을 거쳐 가천 다랭이마을까지 이어지는 16㎞ 구간이다. 걷는 데 5시간 안팎이 걸린다.

바래길은 원점 회귀를 하지 않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자가운전을 할 경우 평산이나 가천에 주차하고 버스나 콜택시를 이용하면 된다.

<걷고 싶은 길> 겨울 볕 아래 둘러보는 남해 바래길_1
사진/이진욱 기자

바래길 1코스 시발점은 활어위판장이 있는 남면 평산항이다. 평산보건진료소를 리모델링해 지난 10월 문을 연 '남해바래길 작은미술관'에서는 도보여행객의 마음을 치유하는 '치유와 소통전'이 열리고 있었다.

미술관 맞은편 조그만 골목길 입구에 바래길 안내판과 '남면로 1739번길'이라는 도로표지판이 있다. 벽화가 그려진 담장을 따라 콘크리트 길을 5분 정도 오르면 초록을 뿜어대는 밭 사이를 걷게 된다. 남해 특산품인 마늘은 가을 추수 후 파종해 이듬해 5~6월 수확한다.

숲이 아니라 밭두렁을 걷는 길이라서 시야를 가리는 것도 없고, 쪽빛 바다에 떠 있는 소죽도와 대죽도, 초록의 마늘밭이 어우러져 "추운 겨울에 이곳으로 정말 잘 왔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걷고 싶은 길> 겨울 볕 아래 둘러보는 남해 바래길_1
사진/이진욱 기자

'체리풀빌라' 앞을 지나 좁은 흙길을 내려가면 캠프장과 갯벌체험장을 갖춘 평산2항이다. 항구라기보다는 조그마한 포구인 이곳에서 다시 오르막 산길을 걸으면 길을 넓히는 터 닦기 공사가 한창이다.

평산2항에서 유구진달래군락지로 향하는 길에 접어들면 푸른 바다를 오른쪽 옆구리에 끼고는 자그마한 언덕을 넘고 마을을 지난다. 푸른 바다가 늘 눈을 시원하게 해주고, 반짝이며 일렁이는 물결은 가슴을 벅차게 만든다. 옆구리가 탁 트인 곳에서는 대형 선박들이 점점이 박혀 있는 여수항이 한눈에 들어온다.

<걷고 싶은 길> 겨울 볕 아래 둘러보는 남해 바래길_1
사진/이진욱 기자

남쪽 해안에 내리쬐는 따스한 겨울 햇볕을 받으며 걷다 보면 여러 겹 입었던 등산복을 벗게 된다. 바닷바람마저 포근해 마치 봄날을 연상케 할 정도다.

길은 언덕과 해변을 반복해 이어지고, 사부작사부작 걸으면 어느새 사촌해수욕장에 닿는다. 해변 길이가 650m, 너비가 20m로 작은 해수욕장이지만 모래가 곱다. 모래사장에 발자국을 남기는 일은 낭만 그 자체다.

사촌해수욕장에서 호젓한 산길과 흙길, 해안도로와 콘크리트 길을 반복해서 걷다 보면 선구 몽돌해안에 닿는다. 이 구간에서는 이정표나 리본이 드물어 길 찾기가 쉽지 않다.

몽돌해안을 따라 걷다 보면 향촌 조약돌해안으로 이어진다. 크고 작은 몽돌이 지천이다. 발아래로 '잘그락잘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마음은 이내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향촌 조약돌해안에서 다시 언덕에 올라 돌아보면 해안을 끼고 걸어온 길과 선구마을이 보인다. 향촌전망대를 거쳐 길을 따라 올라가면 해안도로와 만난다. 바로 길을 건너 남해의 펜션 건축 양식들을 살펴볼 수 있는 '남해빛담촌'으로 올라간다. 응봉산과 바다를 배경으로 '산토리니', '블루그라드', '13월의 오후' 등의 펜션이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걷고 싶은 길> 겨울 볕 아래 둘러보는 남해 바래길_1
사진/이진욱 기자

펜션 단지를 벗어나면 제법 가파르고 험한 산길이 이어진다. 줄곧 바다를 바라보며 걷다가 '초콜릿펜션' 옆으로 내려선다. 콘크리트 길로 내려가면 다시 1024번 도로와 만난다.

잠깐 걷다가 가천마을 표지석이 나오면 해안으로 난 오른쪽 길로 내려선다. 50m쯤 지나 모퉁이를 돌면 국가지정 명승지인 가천 다랭이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다로 뚝 떨어지는 가파른 비탈에 조성된 손바닥만 해 보이는 논이 푸른 바다와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 같다. 비탈진 마을 골목길은 관광객들로 붐빈다. 마을 중앙에는 길쭉하게 하늘로 우뚝 솟은 '숫바위'와 임산부 모습을 한 '암바위'가 보인다. 여기서 기도를 올리면 옥동자를 낳는다는 암수바위다.

여기서 아래로 내려가 해안산책로를 따라 10여 분을 걸으면 바래길 안내판이 '제2코스 앵강다숲길' 시작점임을 알린다. 길을 되돌아 나와 비탈진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면 평산과 가천을 연결하는 1024번 도로와 만난다. 이곳에 가천 버스정류장이 있다.

◇ 피톤치드 가득한 남해 편백자연휴양림

제주도를 제외하면 전국 휴양림 가운데 평균 기온이 가장 높은 남해 편백자연휴양림은 사계절 내내 삼림욕이 가능한 곳이다. 서울 여의도 면적 1.5배 규모의 산림에 편백나무 100만 그루가 자라고 있다. 대부분 1960년대에 심은 나무들이다.

산림욕의 진수를 맛보기 위해 겨울에도 수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는다. 편백나무에는 해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고 뿜어내는 피톤치드가 어떤 나무보다 많은데, 소나무보다는 4∼5배 많다고 한다. 휴양림 내 숲길을 걷는 것만으로 가슴이 탁 트이고 머리끝까지 알싸해진다.

<걷고 싶은 길> 겨울 볕 아래 둘러보는 남해 바래길_1
사진/이진욱 기자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편백나무 숲의 통나무 집에 누워만 있어도 신선한 공기와 편백 향기에 상쾌함을 느낀다. 잠시 머무르기만 해도 몸과 마음이 정화된다.

남해 편백자연휴양림은 다른 휴양림에 비해 숙박시설이 많은 편이다. 휴양림에는 숲속의 집 25동, 산림문화휴양관 1동, 숲속수련장 1동, 야영할 수 있는 데크 28개(공영데크 8개 포함)가 있다. 부대시설로 취사장, 샤워장, 잔디광장, 족구장, 물놀이장, 목공예체험실 등이 있다. 숲속수련장은 숙박시설과 식당, 다목적 강당 등의 시설을 갖춰 수련회나 워크숍 장소로 인기가 높다.

<걷고 싶은 길> 겨울 볕 아래 둘러보는 남해 바래길_1
사진/이진욱 기자

매표소에서 숲속의 집을 거쳐 임도와 가파른 산길을 오르면 전망대인 한려정(閑麗停)이 나온다. 쉬엄쉬엄 40분 정도 걸린다. 여기서 전봇대처럼 쭉쭉 뻗은 편백나무 숲과 한려해상국립공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changho@yna.co.kr[mailto:changh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1/07 07:30 송고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