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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오름에 왜 불을 놓을까?" 제주들불축제 유래는
2018-02-25 08:00:01최종 업데이트 : 2018-02-25 08:00:01 작성자 :   연합뉴스
21돌 맞은 축제…20년간 445만명 찾아 불의 향연 만끽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불(火)과 오름(岳), 말(馬)을 소재로 오름을 태우며 새해의 소망을 기원하는 제주들불축제가 올해로 21돌을 맞는다.
소와 말 등 가축 방목을 위해 해묵은 풀을 없애고,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해충을 없애기 위해 마을별로 불을 놓았던 제주의 옛 목축문화인 '방애'와 정월대보름 액막이·소원빌기 의례를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재현한 문화관광 축제다.
앞으로 나흘 뒤인 3월 1일부터 4일까지 제주시 애월읍 평화로 주변 새별오름 등 제주시 일원에서 '들불의 소원, 하늘에 오르다'란 주제로 2018 제주들불축제가 펼쳐진다.
'불의 향연' 제주들불축제의 유래와 우리나라 대표급 축제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돌아본다.
◇ 오름불놓는 축제의 유래는
"맞아! 벌레 때문이었어. 벌레가 없어져 농사가 잘될 수 있었고, 바로 그건 '불' 덕분이야."
탐라개국 신화에 나오는 삼신인(三神人) 중 하나인 고을라가 갑자기 소리쳤다.
1년 전 하늘에 제를 올릴 때 실수로 불씨가 번져 온 섬을 태웠다. 모두가 실의에 빠졌지만 그해 농사는 대풍이었다.
반면, 별 탈 없이 농사를 지은 이듬해에는 수확량이 오히려 줄어 모두가 이상하게 여기던 차였다.
고을라는 "지난번 불타고 난 뒤 들판의 풀들이 제법 싱그럽게 돋지 않았더냐. 다른 해보다 해충들도 없었고. 땅을 일굴 때도…."
부을라가 끼어들며 말했다.
"그렇다면 이번 겨울에 그리 해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지난번처럼 섬을 모두 태우는 게 아니라 일부분만 태워보자는 거예요. 이를테면 저희가 농사짓는 땅 중에서 어느 한두 곳만 정해서요. 그래서 불을 피운 곳과 피우지 않은 곳에서 농사를 지어보자는 겁니다."
모두가 흔쾌히 찬성했다.
겨우내 언 땅이 풀릴 즈음 고을라, 양을라, 부을라는 마음먹은 것을 행동으로 옮겼다.
깨끗한 마음으로 목욕재계하고 정성 들여 마련한 음식으로 고사를 지낸 후 불을 놓으며 소망을 빌었다.
그리고 불을 지핀 곳과 지피지 않은 곳에서 묵묵히 농사를 짓고, 결과를 기다렸다.
불을 지폈던 곳에서 자란 곡식은 그렇지 않은 곳보다 병충해를 입지 않아 훨씬 알찼고, 들판에 풀어 기르던 소와 말들도 포동포동 살이 올랐다.
고을라, 양을라, 부을라는 해마다 불을 놓는 풍습을 마련했다.
봄의 길목에 다다르면 들판 여기저기, 이 오름 저오름에 불을 놓으며 소망하고 새해 약속하는 바를 다졌다.
언제나 근실할 것을, 언제나 소임을 다할 것을, 그리고 그 희망의 불길이 후손들에게도 이어지길 바랐다.
소망으로 사른 불은 잔잔한 바람의 손짓으로 활활 타올랐다.
[※ 제주들불축제의 기원을 제주 삼성신화와 연계해 이야기화한 스토리텔링북 '불타는 섬'(제주시 제작)

"멀쩡한 오름에 왜 불을 놓을까?" 제주들불축제 유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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