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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in제주] 천연기념물 지정 5년…제주흑돼지 맛의 비밀은?
2020-03-15 09:00:10최종 업데이트 : 2020-03-15 09:00:10 작성자 :   연합뉴스

"유전자부터 다르다…쫄깃한 식감에 육즙 가득 고소한 맛"
순수혈통 325마리 보존…식용 가능한 개량종 13만7천여 마리 사육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오는 17일이면 제주흑돼지가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지 5년이 된다.
제주에서는 토종 흑돼지의 혈통보존을 위한 체계적 관리는 물론 특유의 맛의 비밀을 풀기 위한 연구가 지금도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다.
제주흑돼지의 정착부터 천연기념물 지정,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맛의 비밀까지 갖가지 궁금증을 풀어본다.
◇ 흑돼지 제주 정착부터 천연기념물 지정까지
제주흑돼지의 기원에 대한 정확한 고증은 없다.
제주에서 돼지 사육은 기원후 0∼400년경 야생멧돼지를 기르면서 시작됐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재래돼지 즉 제주흑돼지는 만주지역에서 서식하던 돼지 중 이동이 쉬운 소형종이 고구려 시대에 한반도는 물론 제주도까지 들어와 정착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사람들은 흑돼지가 제주에만 있는 것으로 오해하지만 그렇지 않다.
18세기 조선후기 기록인 이익의 성호사설(星湖僿說)을 보면 우리나라 재래돼지 생김새에 대한 간단한 기록이 있는데, '대부분의 돼지가 다 검은빛을 띠며, 간혹 흰점이 박힌 돼지가 있으나 그 수는 많지 않다'고 한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의 재래돼지는 원래 검은 빛을 띠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지역마다 독특한 형태를 띠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른 지역의 재래돼지는 외형상 귀가 크고 앞으로 뻗어 있지만 제주흑돼지는 귀가 작고 위로 쫑긋 솟아 있을 뿐만 아니라 질병 저항력이 강하다. 모발은 굵고 거칠며 입과 코는 가늘고 긴 편이다.
또 다른 지역의 재래돼지는 일제 강점기,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외국에서 도입된 개량돈과의 교잡으로 순수 혈통이 거의 소멸됐다.
제주흑돼지는 육지와 격리된 제주의 지리적 특성상 다른 종과의 교잡(交雜) 없이 고유의 특성을 간직하면서 제주 환경에 적응해 왔다.
제주흑돼지가 널리 알려진 데는 독특한 사육환경도 한몫했다.
제주 사람들은 '돗통시'라고 하는 돌담으로 두른 변소에서 돼지를 길렀고, 이로 인해 제주흑돼지는 농가 퇴비생산과 화장실 청소부 역할을 도맡아 '똥돼지'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제주흑돼지도 개체 수가 급감해 절종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제주도 축산진흥원이 1986년 우도 등 도서 벽지에서 재래종 돼지 5마리(암컷 4·수컷 1)를 확보해 현재까지 순수 혈통을 관리 중이다.
문화재청은 지난 2015년 3월 17일 고유의 특성을 간직하면서 제주 지역의 생활, 민속, 의식주, 신앙 등과도 밀접한 연관성을 맺는 제주흑돼지를 국가지정문화재 중 하나인 천연기념물로 지정, 발표했다. 관리번호는 제550호이고, 영문명칭은 'Jeju Black Pig'이며, 관리단체는 제주특별자치도(도지사)다.
현재 제주도축산진흥원에서 보존중인 순수 혈통의 제주흑돼지는 325마리이며, 이들만 천연기념물 지위가 인정된다.
◇ 제주흑돼지 맛의 비밀은
제주흑돼지는 사시사철 언제 먹어도 맛있는 제주 관광의 별미다.
지글지글 피어오르는 숯이나 연탄불 등의 석쇠에서 노릇노릇하게 익은 제주흑돼지를 멜젓(멸치젓의 제주어)에 찍어 한입 가득 먹은 관광객들은 감탄사를 쏟아내기 바쁘다.
탱글탱글하고 쫄깃한 식감에다 씹을수록 살며시 배어 나오는 육즙, 고소하면서도 비리지 않은 비계는 차원이 다른 돼지고기 맛을 선사한다.
이처럼 뛰어난 제주흑돼지 맛의 비밀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유전자가 다르다"는 것이다.
제주도축산진흥원과 제주대학교, 국립축산과학원 난지축산연구소 소속 연구진들은 수년간 제주흑돼지의 특성을 알아내기 위해 다른 일반 돼지와 비교 연구를 진행하던 중 맛을 결정하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발견했다.
지난 2015년 골격계 근육, 성장 근육과 연관 있는 'MYH1' 유전자 변이를 발견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육질 형질과 연관 있는 'MYH3' 유전자 변이를 확인한 것이다.
각 개체의 특성을 결정하는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염색체는 많은 유전자로 구성되며 이들 유전자는 또 수만개의 염기로 구성된다.
제주흑돼지는 일반 돼지와 달리 MYH1 유전자인 경우 특정 위치에 있는 염기 순서가 뒤바뀌어 있었고, MYH3 유전자는 6개의 염기가 없는 염기 결손상태였다.
연구진들은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고립된 섬이라는 생존환경이 오랫동안 제주흑돼지의 유전자 형태에 변화를 줬고 돼지고기 맛에까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대철 제주도축산진흥원 축산진흥과장은 "돼지고기의 '맛'이라는 것은 단순히 하나의 유전자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다. 환경과 유통과정, 유전자 등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보면 되는데 일련의 연구성과는 유전적으로도 맛과 연관된 유전자가 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것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천연기념물 제주흑돼지 맛의 비밀을 풀고, 일반인들이 먹을 수 있는 맛있는 제주흑돼지 개량종을 만들기 위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제주도 내 114개 양돈농가에서 개량종 제주흑돼지 13만7천여 마리(2019년 말 기준)를 사육하고 있다.
시중에서 우리가 흔히 맛볼 수 있는 제주흑돼지는 바로 이들 농가에서 사들여온 것이다.
순수혈통의 제주흑돼지는 다른 일반 돼지보다 체구가 작고 성장속도가 상당히 느려 생산성·상품성에 한계가 있다.
도는 제주흑돼지와 외국산 품종(랜드레이스·요크셔·버크셔 등)을 교잡해 재래돼지 특유의 고기 맛을 살리면서 빨리 크고 지방도 얇은 상품성 있는 개량돼지를 만들어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제주에는 내국인 관광객을 비롯해 외국인 관광객 등 재래돼지 특유의 맛을 가진 제주흑돼지를 찾는 수요가 많아 가격이 30%가량 비싸다.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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