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마이더스] 어디나 산수화, 누구나 신선
2020-08-01 10:30:00최종 업데이트 : 2020-08-01 10:30:00 작성자 :   연합뉴스


충북 괴산엔 비경을 품은 계곡과 폭포가 많다. 화양천을 따라 내려가면 화양구곡이 있다. 우암 송시열은 벼슬에서 물러난 후 이 골짜기에 들어와 글을 읽으며 제자들을 가르쳤는데 특히 빼어난 아홉 곳에 이름을 붙이고, 화양구곡이라 칭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화양계곡에 들어서니 나이 많은 나무들이 햇빛을 가려준다. 넓은 계곡이 보이는 구름다리에 서니 내려오는 물이 댐에서 물을 방류하는 수준이다. 산책로 건너편에는 구름의 그림자도 맑게 비친다는 운영담이 보인다.
운영담은 돌을 켜켜이 쌓은 듯한 절벽인데 마치 장승이 소나무를 이고 있는 듯하다. 절벽 곳곳에 바위를 뚫고 뿌리를 내린 소나무들이 절경을 더해준다. 맑은 물이 모여 소를 이룬 계곡은 천연 수영장이다.
운영담을 지나 좀 더 올라가니 임진왜란 때 조선을 도와준 보답으로 명나라 신종을 제사 지내기 위해 지어진 사당 만동묘가 보인다. 만동묘를 오르는 좁은 돌계단은 가파르게 만들어져 있다. 사당이라 그런 모양이다.
만동묘 옆은 송시열을 기리는 곳이다. 운영담 남쪽에 희고 둥글고 넓적한 바위가 제3곡 읍궁암인데 제자였던 임금 효종이 죽자 송시열이 매일 새벽 이 바위에 올라 엎드려 통곡한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송시열이 후진을 양성했던 암서재는 계곡 건너 바위 위에 소박하지만 우아하게 들어서 있었다. 목재로 만들고 기와를 올린 작은 암자 모양이다. 암서재 밑에는 맑은 물속에 보이는 모래가 금싸라기 같다는 뜻의 금사담이 있다.
건너왔던 계곡을 되돌아가니 첨성대 안내문이 보인다. 산기슭에 네모난 돌들이 4단으로 차곡차곡 탑을 이루고 있다. 별을 관측할 수 있어 첨성대다. 우거진 나무들 사이에 우뚝 솟은 첨성대에 오르면 정말로 별이 잘 보일 것 같다.
큰 바위가 시냇가에 우뚝 솟아 그 높이가 구름을 찌를 듯한 능운대는 특히 안개가 짙게 낀 날 구름까지 닿을 것 같다.
까맣게 익은 산딸기를 따 먹으며 와룡암으로 향했다. 제7곡 와룡암은 계곡을 덮은 바위들의 모양이 길어 용이 꿈틀거리는 것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하지만 내 눈엔 악어가 입을 쩍 벌린 것처럼 보였다.
제8곡 학소대는 작은 구름다리 중간에서 봤다. 학이 집을 짓고 새끼를 쳤다는 뜻의 학소대는 이름과 아주 걸맞은 모습이다. 기암괴석과 바위에 뿌린 내린 나무들이 한 폭의 산수화여서 학이 살기에 적당해 보인다.
파천은 계곡에 흰 바위가 치맛자락처럼 넓게 펼쳐져 있다. 파천은 용의 비늘을 꿰어놓은 것 같다는 뜻에서 불리는 이름이다. 맑은 물이 살포시 흐르다가 용의 비늘 앞에서 작은 폭포마냥 뚝 떨어진다. 그 옆에는 넓은 동굴이 있는데 수많은 이들의 소망이 담긴 돌탑이 줄줄이 서 있어 나도 작은 돌을 하나 얹으며 소망을 빌어본다.
화양구곡을 지나면 선유동구곡으로 이어진다. 바위 위에서 신선들이 바둑 두는 것을 구경하는 동안 도낏자루가 썩어 없어졌다는 난가대, 신선이 내려와 노닐던 선유동문을 비롯해 경천벽, 학소암, 연단로, 와룡폭, 기국암, 구암, 은선암까지 9곡이 있다.
조선시대 퇴계 이황이 이곳의 산수에 반해 선유동구곡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운 터라 선유동구곡을 뒤로 하고 발길을 돌려 쌍곡구곡으로 향했다.
쌍곡구곡은 칠성면 쌍곡마을에서 제수리재까지 약 10km에 걸쳐 호롱소, 소금강, 떡바위, 문수암, 쌍벽, 용소, 쌍곡폭포, 선녀탕, 장암마당바위로 이뤄져 있다.
걸어서 돌아보는 화양구곡과 달리 쌍곡구곡은 차를 타고 다녀야 한다. 바위 모양이 시루떡을 자른 것 같은 떡바위를 보고, 거세게 흘러내린 바위 웅덩이에서 용이 승천했다는 용소를 지나니 계곡의 맑은 물이 기암절벽, 노송, 울창한 숲과 조화를 이룬다.
감탄하는 순간 갑자기 산수화가 튀어나온다. 금강산의 일부를 옮겨놓은 듯 아름다운 소금강은 말을 잊을 만큼 절경이다.
연풍면에는 김홍도가 풍류화를 그렸던 유명한 수옥폭포가 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울창한 숲이 천연의 요새여서 고려시대 공민왕이 홍건적을 피해 머물렀다고 전해진다. 요즘은 사극의 단골 촬영 장소다.
폭포 가까이에 차를 세우고 둘러보니 300년을 훌쩍 넘긴 느티나무 밑에서 주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천둥처럼 귀를 때리는 물소리가 들리고, 느티나무 뒤로 정자와 하얀 물줄기가 보인다. 내달리듯 가서 보니 거침없이 쏟아지는 물이 더위를 싹 날려준다.
괴산에 있는 계곡은 모두가 산수화다. 계곡 안에 파묻히면 누구나 신선이 된다.

[마이더스] 어디나 산수화, 누구나 신선

[마이더스] 어디나 산수화, 누구나 신선

프린트버튼캡쳐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