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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꿈결 같은 콩국수, 그리고 넉넉한 칼국수
팔달구/북수동/대왕칼국수
2007-09-07 11:22:15최종 업데이트 : 2007-09-07 11:22:15 작성자 :   e수원뉴스

팔달구 쪽만 연이어 소개하는 것 같습니다만.... 아시다시피 수원<화성복원사업>으로 성곽 안 풍경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므로, 조금이라도 덜 변했을 때 기록으로 남겨 두려하는 욕심에 그런 것이니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아울러 독자분 주변에 추천할 만한 식당이 있으시다면 제게 이메일로 알려주시면 찾아가서 맛도 보고 소개도 올리겠습니다.

간혹 "우리나라 음식컬럼은 컬럼이 아니라 광고다. 비평이라기 보단 일방적인 찬양일색이 아니냐?"라는 분의 의견이 있는데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하지만 맛이란 게 계량 불가능한 주관적, 감성적 판단이 앞설 수 밖에 없는 분야이기에 어설픈 입맛으로 여러 식구의 생계가 걸린 식당의 존폐까지 갈 수 있는 글을 올리기엔 제 배포가 너무 작아 나름대로 식당의 좋은 점만 부각시키는 점 양해를 구하겠습니다.

또한 제 글은 식당의 비평이라기보단 음식이란 소재를 매개로 하고 싶은 얘기를 써가려는 의도란 점을 다시 한번 알립니다.

일설에 의하면 사람은 젖을 떼고 음식물을 먹기 시작할 무렵의 음식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한다고 합니다. 마치 연어처럼 말이지요..!!

제가 생각하기에 돌아올 회(回)라는 글자는 작았던 입(ㅁ)이 커지면(口).. - 즉, 어른이 되면- 나중에 작은 입(ㅁ)이 그리워 되돌아온다는 뜻으로 만든 복합글자가 아닐까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아무 근거 없지만 제 생각이 그렇다는 얘깁니다..!!

암튼 오늘 소개해 드릴 곳은 종로네거리 부근에 있는 '대왕칼국수'입니다.

'종로(鐘路)'라는 지명은 옛날 이곳에 종(鐘)을 매단 '종루'가 있어 아침과 저녁..각각 '인정'과 '파루'를 알려 백성들의 통행을 제한하고, 또한 큰불이 나면 종을 쳐 위급함을 알리던 지금의 민방위 본부 같은 역할을 했던 이곳 종루로 통하는 길을 이르는 말입니다.

흔히들 서울에만 있다고 알고 있지만 이곳 수원뿐 아니라 대구에도 '종로'라는 지명이 지금도 쓰이고 있는 걸로 봐선 도성이 있던 곳엔 '종로'라 불리는 곳이 있지 않았을까 추측 됩니다. 암튼 행정상의 표기는 아니지만 수원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종로로 발길을 내딛습니다.

종로네거리에서 창룡문 방향으로 가다 다리를 건너기 전 왼편 첫 번째 골목...

이 골목이 예전엔 콩국수와 각종 탕들을 팔았던 가마솥이 도열하듯 늘어섰던 골목이었는데 지금은 그 흔적조차 가름하기 힘들어 졌습니다. 

어릴 적 어머니를 따라 나와 장을 보다가 찬거리보단 각종 주전부리에 넋을 빼앗겨 잡았던 손을 놓쳐 길을 잃을만치 붐비던 곳 이었는데... 이젠 이따금 오가는 강아지가 구경거리가 될 만큼 한적하기 이를 데 없는 곳이 되어 버렸습니다.

정육점을 끼고 골목으로 들어서 다시 30미터쯤 가면 왼편에 '대왕칼국수'가 있습니다.

식당 들어가는 입구에 가락국수 면발처럼 늘씬하게 늘어진 '줄발'을 소녀의 참한 머리칼 가르마 타듯 헤치고 식당으로 들어섭니다.

원래는 쪽방 두개와 허름한 식탁 서 너 개뿐이었는데...

<맛집> 꿈결 같은 콩국수, 그리고 넉넉한 칼국수_1
<맛집> 꿈결 같은 콩국수, 그리고 넉넉한 칼국수_1

몇 년 전 대대적인 공사로 이만큼의 규모로 확장하셨습니다. 조금 늦게 가야 식당주인께 얘기라도 붙일 수 있으므로, 일부러 어정쩡한 시간에 찾았더니 마치 식당에 손님이 전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사진엔 안나왔지만..

이 시각 제 뒤 식탁에서 몇몇 분들이 식사를 하고 계셨습니다.

하지만 가격이 싸다고 해서 ('현역' 씨름선수 외엔) 곱배기를 드시겠다는 생각은 하지 마시길...

원래 터줏대감인 뜨끈한 '칼국수'도 좋겠으나...
오늘은 계절음식을 소개하는 자리이니만큼 저는 '콩국수'를 주문합니다. '보통'으로... ^^* 

<맛집> 꿈결 같은 콩국수, 그리고 넉넉한 칼국수_2
<맛집> 꿈결 같은 콩국수, 그리고 넉넉한 칼국수_2

쥔장깨서 조리하시는 동안 잠시 콩국수에 대한 객설을 떨자면...

1800년대말 나온 오늘날의 요리책자와 같은 <시의전서(時議全書)>를 보면 '깨국수'와 함께 '콩국수'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깨국수는 주로 양반들이.. 콩국수는 일반백성들이 먹었다는 기록이 있는걸 보면 콩국수는 예나 지금이나 누구에게나 만만했던 음식이 아닐까 합니다. 

고소하기는 깨국수가 낫겠지만 몸에 좋기론 콩국수가 훨씬 나았겠지요.. 동의보감에도 '두시'라고 하여 콩을 삶아 만든 약이 '상한'(傷寒 :외부로부터 오는 춥거나,열 나거나,습하거나, 마르는 것 따위의 변덕스런 날씨로 인해 생기는 병.)을 다스리는 약으로 썼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하느님이 공평하시다면 좋은 약이란 산삼,녹용 따위의 진귀한 게 아니라, 우리 주위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흔한 음식이 보약이 되어야 한다는 게 제 믿음입니다. '콩'이야 말로 그런 박애정신에 입각한 대표적인 식재료가 아닐까 합니다.

그러니 흑백논리에 휩싸이지 마시고, 검은 콩이나 흰 콩이나 가리지 말고 맘껏 드시길 권합니다..!!

<맛집> 꿈결 같은 콩국수, 그리고 넉넉한 칼국수_3
<맛집> 꿈결 같은 콩국수, 그리고 넉넉한 칼국수_3

이윽고 나왔습니다..!! 오늘의 주인공 콩국수..

콩가루나 두유를 면에 부어주는 겉모습만 콩수수 흉내를 낸 짝퉁이 아닌, 잘 숙성된 찰진 면발위에 제대로 만든 걸쭉한 국물을 부어 만든 조화로운 음식입니다. 보기에도 산뜻한 모습이 더위가 빌붙을 곳 없게 만듭니다.

소금의 위력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요리 중 으뜸이 아마 '콩국수'가 아닐까 합니다.

간을 맞추기 위해 적당량을 넣습니다. 냉국이기에 소금이 잘 안 녹으므로 한꺼번에 너무 많이 넣지 마시고 입맛보다 조금 싱겁게 넣으시면 나중에 녹으면서 절로 간이 맞춰집니다.

양이 워낙 넉넉해서 식사 중간 약간의 고비(?)가 있긴 했지만 '몬주익'의 고개를 넘어선 황영조처럼 마침내 바닥을 보고야 맙니다.

'보통'을 먹었음에도 맹꽁이 배가 따로 없습니다..!!

언제나 그랬지만 시장기를 면하자 그제서야 주위 사물이 눈에 들어오는군요..!!

물려 줄 재산이라곤 국수를 맛있게 빚어내는 방법뿐이어서 그 비법을 꼼꼼히 공책에 적어 아들에게 전수했다는 내용이 담긴 기사를 천에 프린트해서 걸어 놓았습니다.
(직접 가서 보시면 더 감동적 입니다..!!)

식당하시는 분들에겐 불문율인 주방접근금지 율법을 깨고 주방에 들어가니, 커다란 솥에 쉼 없이 물을 끓이고 계십니다.

잠시 동안인데도 땀이 비오듯 합니다. 새삼 이 더운 계절에 음식을 만드시느라 불과 싸우시는 모든 요리사분들께 감사의 마음이 절로 듭니다. 

주방 구석엔 잘못 삶아졌거나 반죽한지 오래 경과돼서 맘에 드는 면발이 아닐 때 버려지는 면발을 모아두는 소쿠리가 보입니다.

밀가루 값이 아무리 싸다해도 그걸 이리 쉽게 버릴 수 있는 마음...그런 마음이 있었기에 40년에 가까운 오랜 세월동안 국수가닥처럼 곧은 외길을 걸어 올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합니다.

요즘 같은 때엔 하루에 밀가루 두 푸대 반에서 세 푸대를 쓰신다니... 그 양이 실로 엄청납니다.
(말이 그렇지 아무개는 만두 빚어 먹으려고, 밀가루 한 바가지 반죽을 하려해도 팔에 쥐가 나던데... ^^*)

콩도 하루에 2말 반(이거 미터법 안 쓰면 나랏님께 혼난 다던데..이걸 어떻게 고쳐야 하나??)을 쓰신다는 군요..!!
사 먹는 사람이야 인스턴트 컵라면 먹듯 가볍게 먹을지 몰라도 실로 그 정성이 보통을 넘어 섭니다.

여기서는 간혹 들르시는 행려자들도 내치시지 않으시고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십니다.

누구에겐 싸구려 국수일진 몰라도.. 또 다른 이에겐 생명을 이어주는 튼튼한 동아줄이 되기도 합니다.  

어릴 적 배달을 하느라 학업에 열중할 수 없었다던 둘째 아드님은 이제 식당을 가업으로 아시고 어머님보다 더 열심히 하십니다.

어찌 보면 허름한 국수집이랄 수도 있겠으나.. 제겐 고래등 같은 한정식집보다 훌륭한 집으로 느껴집니다.

사진도 다 찍고 인사를 드리려던 그때 쥔장 권경자 님이 산신령님처럼 홀연히 나타나십니다..!!

"아이~ 참..!!! 조금만 일찍 오시잖구..!!" ^^*

<맛집> 꿈결 같은 콩국수, 그리고 넉넉한 칼국수_4
<맛집> 꿈결 같은 콩국수, 그리고 넉넉한 칼국수_4

식당일로 정신이 없으신 두 분을 위해  셔터에 손가락을 얹습니다..!!

이제 가업을 물려받아 자부심을 갖고 식당을 지키시는 아드님과 셋이서 잠시 담소를 즐깁니다

콩국수건 칼국수건 찾아주시는 손님 모두가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는 그 마음씨가 백설 같은 밀가루보다 더 곱고 아름답다고 느낍니다.

인심이 후한지 박한지는 멀리서 봐도 알 수 있다는 속담으로 "밥 남겨 줄 양반은 강 건너서 봐도 안다."고 했는데... 수원천 건너편에서 이집을 바라보면 그런 마음이 들지 않을까 합니다..!!

화려하진 않으나 동네어귀 우물처럼 부담 없이 찾아갈 수 있는 곳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지만 행여 일요일에 이곳을 찾겠다고 큰맘 먹진 마시길..(일요일은 쉽니다) ^^ 

이선영/맛칼럼니스트

 

 


 

 

칼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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