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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순대국..깃털같은 지갑 들고 찾았던 음식
팔달구/지동/순대국집 충남집
2007-09-03 20:21:06최종 업데이트 : 2007-09-03 20:21:06 작성자 :   e수원뉴스

글쓰기에 앞서..

다소 경중은 있고 다른 곳도 마찬가지겠으나.. 수원에서 나고 자라길 이제 반세기를 바라보는 필자에게 '수원'은 이제껏 한번도 변신을 멈춰 본적이 없는 변화무쌍한 신도시입니다.

지금이야 '분당', '일산', '김포', '동탄'...등 온나라 곳곳이 신도시라는 이름을 달고 호들갑을 떨지만, '수원'은 벌써 200여년 전에 이자리에 이궁(離宮)인 행궁(行宮)을 지어 계획적 도시로 거듭난 유서 깊은 곳입니다.

요즘 신도시야 콘크리트 덩어리를 성냥곽처럼 늘어세워 볼품없는 아파트를 지어대지만, '수원'은 <화성행궁>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가 지정한 기품있는 "화성'성곽에 둘러싸여도시의 심장처럼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명색은 음식컬럼이어서 글감은 음식에 빌붙어 쓰겠지만, 음식얘기와 더불어 변해가는 수원의 모습을 보태어 담아 미력한 글이지만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아울러 필자의 입맛과 달라 올라오는 음식과 음식점에 대해 실망을 하실 수도 또는 기쁨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미남,미녀를 고르는 기준이 저마다 다르듯이.. 입맛 또한 각자 호불호의 기호이기에 혹여 불편을 느끼셨더라도, 혜량을 베풀며 읽어주시면 고맙겠다는 마음을 전하며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할까 합니다.

지금이야 낡고 퇴색한 비단천 마냥 그렇고 그런 재래시장중 하나로 꼽히고 있지만, 한때 수원에서 '영동시장'과 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던 '지동시장'은 일년내내 불야성을 이루며 장사아치와 손님의 물결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지요.

팔달문에서 영동시장을 지나 남수문자리옆 동남각루를 따라 위치한 곳이 지동시장입니다.
이제는 새로 복원된 성곽과 누각 지붕의 자태가 참한 각시의 버선코처럼 예쁘게 하늘을 향하고 있지만, 그 옛날 조선시대 이곳이 죄인을 처형했던 서슬 푸르던 장소였다는 생각에 미치자, 오뉴월 땡볕에 달궈졌던 등줄기에 서늘한 바람 한 점이 흝고 지나감을 느끼게 됩니다.

시내 곳곳과 마찬가지로 지동시장 일부도 화성복원사업에 따라 점포가 즐비했던 자리는 기계충 걸린 뒷통수처럼 허물어지고 엉성한 간이주차장으로 변했습니다.

고만고만한 규모의 식당들이 좌우에 늘어서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왁자지껄 길손들의 넋을 빼던 골목이었는데, 이젠 한쪽 날개를 접고, 고기잡이 나간 지아비 기다리듯 오도카니 손님을 기다리는 한적한 곳이 되었습니다.
머잖아 복원공사가 마무리되면 시장 모두가 예전의 원기를 되찾게 되리라 믿고 싶습니다.

성벽 옆의 <충남집>을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어째 조용합니다.
장사가 안되서 쥔장께서 장 구경이라도 나갔나 싶습니다.
가게를 지키고 있던 며느님이 저를 알아보시곤 반색을 하십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이 가게는 그대로 두고, 얼마전에 따로 가게를 차렸다는군요..
이 자리는 며느님이 계속하시고..

<맛집> 순대국..깃털같은 지갑 들고 찾았던 음식_1
<맛집> 순대국..깃털같은 지갑 들고 찾았던 음식_1

오랫만에 찾았으니 어머님을 뵙고 싶다고 하자 '금자씨'처럼 친절하기도 한 며느님의 안내로 전에 있던 자리에서 30여미터 떨어진 이곳으로 찾게 됩니다.
왼편에 보이는 아치형 지붕이 지동시장 아케이트 지붕의 뒷편...

'지동' 얘기가 나온 김에 잠시 지동의 내력에 대해 알아 볼까요?

지동(池洞)은 못 池라는 한자에서 알 수 있듯 예전에 이곳에 큰 연못이 있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못골'이라는 지명은 지금도 흔히 쓰이고 있지요.
수원시 사료를 빌면 1914년 4월 1일 일제에 의해 수원군의 동리 명칭 및 구역 변경 때 '남부면 지동'과 '구천동 일부'를 합쳐 '지리(池里)'라 하여 태장면 관할이 되었다가 나중에 '지동'으로 바뀌게 됩니다.
지금도 이곳에 '미나리길'이란 안내판도 있고...

또한 언덕 너머가 '미나리광'('미나리꽝'또는 '미나리깡'으로도 칭함.)이라 불렀던 걸 보면..
연못이나 무논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미나리의 특성상 이곳에서 연못이 어떤 존재였는지 대강 짐작케 합니다.
해마다 5~6월쯤이면 수원産 '미나리'가 경인지역에서 손꼽히는 명물이었다는 기록도 전해집니다.

명물 얘기가 나왔으니 마저 하자면.. '쇠갈비'와 더불어 '지동순대'는 이제 고유명사가 될 만큼 유명한 상표가 됐습니다.
그 연유는 아마 예전에 전국에서 손꼽히는 큰 가축시장이 수원에서 섰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제가 어릴 적만 해도 소시장이 서는 날이면 인근 각처에서 소를 몰고 시내 큰길을 누비던 소장수들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장사가 잘되어 두둑한 목돈을 만지게 되면 예나 지금이나 술 한잔을 찾게 되고..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니 안주론 든든한 고기류를 찾았겠지요..!!

질 좋은 고기에 맛있기로 소문났었던 <수원약주>를 양껏 들이켜고..
불콰해진 얼굴로 집으로 향했을 그많던 소장수들은 지금은 다 어디에들 계실지...
어쨌거나 수원에 큰 소시장이 섰다는 사실은 역사책에서 이제 '구우일모' 같은 기록으로만 남아있고, '쇠갈비'와 '순대'는 엄연한 실증(實證)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따로 분가해 단장한 <충남집> 그간 주차장에 대한 설움을 풀려고 작정하신듯,

'주차장완비'의 글자가 제 눈에 화살처럼 날아와 박힙니다.. ㅎㅎㅎㅎㅎ... ^^*
뭐가 그리 좋으신지 만면에 웃음을 띠시며 손님을 맞이하시는 주인장 어르신..
가격이나 차림은 옮기기 전과 같으나..

<맛집> 순대국..깃털같은 지갑 들고 찾았던 음식_2
<맛집> 순대국..깃털같은 지갑 들고 찾았던 음식_2

김치맛 좋기론 시장에서 알아주던 솜씨인지라...김치종류만도 5가지..
철마다 바뀌는 수많은 짱아치며 젓갈이 각종 감미료와 즉석식품으로 길들여진 고단한 입맛을 새로 돋구는 데 일조를 합니다.

잘 익은 총각김치..
슴슴한 배추김치..
알싸한 파김치..
겉절이라고 담그셨는데..마침 동이 나 거의 끝물이라 한접시밖에 먹지 못해 많이 아쉬웠고..
순대국관 천생연분 깍두기까지..
'김치뷔페'도 아니고 순대국 한 그릇 먹자는데 도대체 김치종류가...

<맛집> 순대국..깃털같은 지갑 들고 찾았던 음식_3
<맛집> 순대국..깃털같은 지갑 들고 찾았던 음식_3

시장이 반찬이라지만 허기진 배에 걸쭉한 순대국을 잘 익은 김치와 먹자니..그 기막힌 맛에 밥이 그만 혓바닥째로 넘어갑니다.

지동시장에 순대국집이 어디 이 집뿐이겠습니까만...(더 맛있고 훌륭한 집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당신 스스로 최고라고 말씀은 하지 않으시지만..그래도 늘 마음만은 최고 갑부이신..

<맛집> 순대국..깃털같은 지갑 들고 찾았던 음식_4
<맛집> 순대국..깃털같은 지갑 들고 찾았던 음식_4

쥔장 노순래님...
모쪼록 수원성 석조보다 굳건한 마음으로 앞으로도 좋은 음식을 지켜가는 길라잡이가 되시길 기원하며 가벼운 마음과 묵직한 배를 부여잡고 식당을 나섭니다..!!       

이선영/맛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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