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망자(亡者)를 천도시키는 지노귀굿은 해학이 넘친다
지노귀굿에서 보이는 슬픔을 승화시키는 저승사자놀이
2019-04-23 16:46:42최종 업데이트 : 2019-04-23 16:39:33 작성자 : 시민기자   하주성
지노귀굿에서 사제삼성을 마치면 무격은 큰머리를 얹고 바리공주 무가를 부른다

지노귀굿에서 사제삼성을 마치면 무격은 큰머리를 얹고 바리공주 무가를 부른다

'지노귀굿'이란 서울·경기지역 전역에서 강신무에 의하여 전승되는 사령굿 형태의 무속의례를 말한다. 지노귀굿은 사람이 죽어 매장한 뒤 곧바로 하는 진 지노귀와 탈상 무렵 또는 몇 년 후에 날을 받아서 행하는 마른 지노귀(묵은 지노귀)로 나눌 수 있다. 경기지역의 마른 지노귀굿의 절차를 보면 일반적인 재수굿에 망자의 천도 내용이 첨가된다.

안굿이라고 하는 재수굿을 마치고 나면 망자를 위한 바깥굿이 시작되는데, 그 순서를 보면 뜬대왕·중디청배·아린말명·사제삼성·말미·도령돌기·뒷영실·다리가르기·지노귀뒷전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망자를 위한 지노귀굿은 죽은 망자를 관장하는 저승 십대왕을 모시고 조상(말명)을 모셔 들인 다음, 망인을 저승으로 데려갈 사재를 청한다.

흔히 사제삼성이라고 하는 이 거리를 보면 저승사자가 망자를 저승세계로 데려가기 위해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한다. 사람이 죽어 천도를 시키는 경건한 무속의례에서 사제(저승사자)는 해학적인 행동과 입담으로 제가집(망자의 기족)이나 굿을 진행하는 다른 무당들과 입씨름을 벌이게 되는데 이 사제삼성은 망자를 위하는 슬픈 의식을 벗어나 해학적인 재담으로 절로 웃음을 자아내게 만든다. 그것이 바로 우리 굿이 갖고 있는 우수성이자 우리민족 전통의 무속의례에서 보이는 승화된 예술이다.
임영복 무녀가 사제삼성을 하기 위해 무가를 부르고 있다

임영복 무녀가 사제삼성을 하기 위해 무가를 부르고 있다

가족들의 슬픔을 승화시키는 지노귀굿

어느 민족이나 망자에 대한 예의는 슬프다는 생각이 먼저 들게 마련이다. 그것은 세상을 하직한 망자를 기리기 위한 의식이기 때문에 자연 경건하고 엄숙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 지노귀굿에서 보이는 사제삼성(저승사자놀이)은 슬픔으로 가득 찬 망자의 가족들까지도 웃을 수밖에 없게 만든다.

4월 22일 경기안택굿 고성주 명인이 전안(팔달구 지동 소재)에서 세상을 하직한 지 1년이 채 안된 경주 이씨 망자의 지노귀굿을 열었다. 일 년 상을 맞이하기 전에 가족들이 고인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지노귀굿을 연 것이다. 오전 10시경부터(상차림은 그 전날부터) 시작한 지노귀굿은 오후 9시가 가까워져서 끝났다.

사제삼성이 시작하자 임씨 무녀가 집밖 저승사자상이 차려진 앞에서 집안으로 들어오려고 하자 제가집 사람들이 문을 막아선다. 저승사자는 머리에 베로 끈을 만들어 두르고 손에 들고 있는 긴 천으로 된 베로 올가미를 만들어 제가집 사람들에게 올가미 안으로 들어오라고 한다. 이때부터 저승사자와 제가집 사람들의 해학적인 대담과 놀이가 진행된다.
저승사자는 문밖에 차려진 사자상 앞에서 굿을 진행한다. 사자가 집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고성주 명인이 막고 있다

저승사자는 문밖에 차려진 사자상 앞에서 굿을 진행한다. 사자가 집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고성주 명인이 막고 있다

사제삼성을 노는 무격의 기능 뛰어나야

저승사자로 분한 무격은 망자를 저승까지 인도하려면 저승길을 가다가 목이 마르면 물도 마셔야하고 배가 고프면 밥도 먹어야 한다면서 노잣돈을 요구한다. 노잣돈을 주어도 저승길이 멀어 돈이 부족하다고 하면서 계속 돈을 요구한다, 돈이 없다고 하자 이번에는 집안에 차려진 굿상과 조상상을 보고 사자상이 냄새가 나서 못 먹겠다며 상을 바꾸자고 한다.

그것도 안되면 이번에는 망자를 상징하는 북어를 거꾸로 등에 업고 저승까지 가겠다고 우긴다. "세상에 그런 법은 없다"고 제가집에서 말하자 "내가 저승사자 노릇하려고 독선생을 초대해 종아리를 맞아가며 법도를 배웠디"면서 엉덩이를 집으로 향하고 문상을 한다. 그렇게 실랑이를 벌이던 저승사자와 제가집의 해학적인 사제삼성 중 사자놀이가 끝났다.

이번에는 사자놀이 뒤에는 삼성을 해야 한다면서 사자상에 놓인 음식에 모아 담는다. 비빔밥에 맛있으니 누가 그 비빔밥을 사먹으라는 것이다. 제가집에서 아무도 그 비빔밥을 사먹지 않는다고 하니 별별 핑계를 다 대면서 비빔밥이 맛있다면서 사먹으라고 한다. 근 40여분동안 진행된 사제삼성 굿거리가 끝났다.
사자가 긴 베로 올가미로 만들어 제가집 사람들의 발을 걸기위해 기회를 노리고 있다

사자가 긴 베로 올가미로 만들어 제가집 사람들의 발을 걸기위해 기회를 노리고 있다

망자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의식은 종교를 떠나 어느 나라나 경건하다. 가족들은 이승을 떠난 망자를 그리워하며 슬픔에 잠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 지노귀굿에서는 사제삼성에서 보이는 무격의 해학 넘치는 저승사자 놀음으로 인해 모두가 슬픔을 잊게 만든다. 슬픔도 해학으로 승화시키는 지노귀굿. 우리 굿이 갖고 있는 아름다움이다.

우리는 일제의 잔재인 문화말살정책으로 인해 우리 전통 무의식을 미신으로 치부했다. 개신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우리 굿을 우상숭배라고 몰아붙였다. 하지만 어느 민족에게나 자신들만의 풍속이 있다. 지노귀굿에서 보이는 사자놀이는 우리 굿이 보이는 우수한 예술적, 문학적 가치를 갖고 있다.

지노귀굿을 하루 종일 지켜보면서 이런 우리 굿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 통분을 금치 못하겠다. 자신들의 역사와 문화를 지키지 못한 민족은 역사에서 사라진다. 이렇게 뛰어난 예술성을 갖고 있는 우리 굿이 보존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망자천도굿, 지노귀굿, 고성주 명인, 사제삼성, 저승사자놀이. 해힉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독자의견전체 0

SNS 로그인 후, 댓글 작성이 가능합니다. icon 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