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몸 노인에게 절실한건 속내 터놀 말벗 친구
노노케어 활성화로 고독감 떨궈야…자식 효도는 차선책
2019-08-21 13:25:44최종 업데이트 : 2019-08-21 13:18:04 작성자 : 시민기자 차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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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산 노노케어가 이음전 노인과 대화를 하고 있다 입추가 지난지 보름이 다 되었는데도 한낮의 온도가 33도까지 오르는 한여름의 폭염이 식을줄을 모른다. 지독한 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홀몸 노인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그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노노케어로 활동하는 노인과 동행을 했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가다 보니 율전동에 사는 대담자 이음전(여 78) 노인집에 금새 도착 했다. 원룸에 살고 있다. 노크를 하자 방문을 열고 웃으며 반갑게 맞이한다. 방안에 들어서니 밥상에는 찬송가가 펼쳐져 있고 돋보기가 놓여 있다. 찬송가를 읽던중이었던 모양이다. 방안에는 선풍기가 2대 인데 한대만 돌리다가 우리가 자리에 앉자 또 한대를 돌린다. 고 노인은 "이분은 수원시청 e수원뉴스 기자"라고 소개하면서 "이 여사님 취재하러 오셨으니 말씀 잘 하세요"라고 한다.
그제야 나도 인사를 할수 있었다. 홀몸 노인들이 더위에 어떻게 지내시는지, 또 생활에 어려움은 없으신지 실상을 알아보려고 찾아 뵈었다고 했다. 노인은 고맙다면서 싱긋이 웃으신다. 방안을 둘러보니 싱크대, 냉장고, TV, 세탁기도 있다. 창문에는 방충망이 처져 있어 바람도 통한다. 폭염만 아니라면 집구조나 살림 도구로 보아 생활 환경이 그다지 열악한 편은 아닌것 으로 보인다. 반면 바람도 통하지않는 열악한 지하 방에서 사는 노인들도 있다고 한다.
"올여름 너무 더워서 선풍기 2대를 사서 틀으셨나요" 하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말문을 열었다. "아니에요. 한대는 집에서 쓰던것이고 한대는 고 선생님(동행한 노노케어)이 사주셨어요"라고 한다. 고 노인은 그렇다는듯 웃음으로 답한다. 혼자 사시는 지는 얼마나 되었는지 물었다. 남편이 10여년전 지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나고 그때부터 혼자 살고 있다고 한다. 슬하에는 아들 둘, 딸 둘 4남매를 두었다.
"집이 원룸인데 월세인가요?" 하고 물었더니 전세(3200만원)라고 한다. 홀로 살아 가시려면 무엇보다 잡다한 생활비가 필요하실 텐데 예금이나 다른 소득이 있는지를 물었더니 다른 소득은 없고 기초생활 수급자로 매월 50만원(기초연금30만원,생계급여20만원)씩 나온다고 한다. 또 밤밭 복지관에서 점심은 무료로 먹고 가끔 채소나 양파 등 식료품도 도움을 받는다고 한다. 여러 기관에서 도움을 줘서 먹고 사는데는 큰 불편은 없다고 한다.
"우리 속담에 '밥만 먹고 못살아'라는 말도 있잖아요. 사람은 누구나 취미나 즐기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혼자서 사시려면 외롭고 적적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왜요 혼자 살다보면 아무래도 외롭기도 하고 적적 하지요. 그래서 밤밭노인복지관에서 고 선생님 같은 좋은 분들을 보내주셨잖아요"하며 만면에 웃음을 띠운다.
우리 속담에 '효자보다 악처가 낫다(孝子不如惡妻)' 는 말이 있다. '홀몸 노인들의 고독함은 자식들의 효도로도 달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노인들이 흔히 하는 말이 '늙으면 돈 떨어지고 친구도 떨어진다' 고들 한다. 늙으면 누구나 외롭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 노인처럼 신앙에 의지해 사는 노인들도 있지만 신앙도 없고 친구도 없는 노인들은 집에서 잡념이나 고민을 거듭 하다가 건강을 해지거나 고독을 이기지 못해 자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기자가 방문한 노인의 대화 속에는 늙어서는 효도하는 자식보다 속내를 터놓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말벗 친구들이 절실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노노케어의 활성화로 좀 더 많은 홀몸 노인들에게 말벗 친구가 되어 고독하지 않게 살아갈 수 있게 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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