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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오는 날의 광교호수공원 산책길
차가 많은 도로와 다른 매력을 도심에서 느껴요
2018-12-13 16:58:43최종 업데이트 : 2018-12-13 16:54:25 작성자 : 시민기자   배서연
눈이 오기 시작했다. 전날부터 눈이 올 것 같다는 일기예보가 있었지만 항상 반만 믿게 되는데, 이번엔 정말 100% 들어맞았다. 아침에 일어나 창밖에 내리는 눈을 보여주고 아이와 유치원에 갈 준비를 하는데 아무래도 운전은 힘들 정도로 눈이 많이 오고 있었다. 눈길에 나만 조심한다고 안전운전이 되는게 아니라 이번에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다행히 집에서 유치원까지 한번에 가는 버스가 있다. 시간을 확인해보니 20분뒤면 도착할 듯 하다. 

눈을 좋아하는 아이가 밖에서 놀자고 할 듯해 스키복에 목도리와 장갑으로 무장하고 계속 내리는 눈속을 걸어야 할 것 같아 우산도 챙겼다.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는 길은 어른 걸음으로 5분이면 되는데 유치원생인 아이는 길가에 쌓인 눈을 손으로 한번 만져보고, 발로 밟아보고,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입으로 한번 먹어도 보고, 올겨울에 처음 보는 눈을 관찰하고 느끼며 오느라 함흥차사이다. 9시까지 가는 유치원 등원시간은 이미 지난지 오래다. 벌써 30분 지각이다. 이미 늦은 시간, 오늘안에 가기만 하면 되지 뭐 라는 심정으로 아이와 천천히 걸었다.
수원 도심속 버스정류장

수원시내 눈오는 버스정류장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니 휴대폰 어플에서는 7분뒤면 도착한다는데 버스정류장안내에서는 12분뒤에 도착 예정이라고 한다. 도로에도 눈이 많이 쌓여서 조금씩 늦어지는 듯 하다. 느긋한 마음으로 버스를 기다렸다. 다행히 바람은 없고 눈만 내리고 있어 외투에 장갑만 있어도 견딜만 했다. 나는 요즘 격일로 출근하는데 오늘은 출근하지 않는 날이다. 눈이와서 원래 있던 일정도 취소되었다. 아이와 유치원에만 잘 가면 되는 날이라 다행이다. 아이와 눈을 즐기며 등원하기로 했다. 서두르지 않아도 되니 찻길에 수북이 쌓인 눈이 밉지 않았다. 여유가 생기니 눈이 예뻐보였다. 결혼전 9시까지 회사로 출근해야하는 날의 기분과 전혀 달랐다. 그때는 눈은 왜 오는지 귀찮기만 했었다.

20분가량 기다리니 버스가 도착하고 아이와 함께 올랐다. 다행히 두명이 앉는 자리가 비어 아이를 앉히고 가방을 놓고 나도 앉아 편히 갈 수 있었다. 버스는 30분정도 걸렸다. 가는 길은 평소보다 많이 막혔다. 원래 차가 많은 길을 지나가는데 도로에 차도 많고 눈도 많았다. 차위에 쌓인 눈을 보며 차가 눈으로 모자를 썼다며 아이는 즐거워했다. 매일 운전하며 빠르게 지나가는 길을 버스로 느리게 가게되니 나도 여유롭게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 내려놓는 즐거움이 이런 것일까 싶다. 아무 약속도 없는 하루,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 오늘, 마침 눈이 내려 아이에게 선물을 주는 느낌이다.

아이엄마가 되고 버스를 타면서 보이는 풍경은 유모차를 끌고 아이를 데리고 등원하는 어떤 엄마의 모습이었다. 큰 아이는 유치원 가방을 메고 엄마뒤를 따라오고, 엄마는 눈이 오는데 우산을 쓸 손은 없고 둘째 아이가 탄 유모차를 바삐 밀며 앞서 가고 있었다. 눈이 오는 날은 차가 있어도, 차가 없어도 고생이긴 마찬가지다.

아이가 언제 내리냐며 지루해질 무렵 유치원이 가까워져 버스에서 내렸다. 버스정류장에 한가득 쌓인 눈을 보며 다시 장갑을 끼고 아이는 눈을 쓸어모으기 바쁘다. 공원옆에 있는 유치원이라 가는 길에 온통 눈이 쌓여있다. 5분이면 갈길을 또 엄청 오래 걸었다. 아이는 1년동안 보여줄 웃음을 오늘 아침 짧은 시간에 눈과 함께 모두 보여준 듯 하다. 온세상이 하얗다. 드디어 등원을 마쳤다. 아이는 무사히 유치원에 들어갔고 나는 자유시간이 생겼다.
광교호수공원 제1주차장 옆 데크길 눈을 치우고 있는 모습

광교호수공원 제1주차장 옆 데크길 눈을 치우고 있는 모습

조금 걸어서 눈오는 호수공원을 한바퀴 돌기로 했다. 눈덮인 광교호수공원은 처음이다. 아무도 가지 않았을 것 같은데 벌써 누군가는 다녀간 흔적이 있기도 하다. 나보다 더 부지런한 사람인가보다. 호수를 반정도 걷다보니 광교제1주차장옆의 나무 데크에서 윙~ 소음이 난다. 무슨 공사를 하나 싶었는데 관리자로 보이는 분이 나무데크에 쌓인 눈을 치우며 걸어가는 소리였다. 10cm는 쌓였을 듯한 눈을 따뜻한 바람으로 날리는 듯 보였다. 원천호수를 한바퀴 돌아 광교푸른숲도서관으로 가는 길은 정말 장관이었다.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이렇게 눈길을 걸을 수 있다니, 자연을 가까운 곳에서 만나니 감동이 두배가 되는듯 하다. 이런 눈길에도 호수공원을 산책하는 사람을 열명 남짓 만났다. 광교푸른숲도서관옆 광교호수공원 전망대는 아직 공사중이었다.

차로 이동해야하고 어쩔 수 없이 시간을 맞추어야하는 사람은 오늘처럼 눈오는 길이 좋지만은 않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을텐데, 오랜만에 여유가 생긴 오늘은 나에게 선물같은 하루였다. 하얀 눈처럼 내일은 또 새롭게 시작되는 날이 되기를 바란다.
눈오는 날의 광교호수공원

눈오는 날의 광교호수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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