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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우리 아이 학원 가도 되나요?'
배울 것이 많은 학원 강사의 삶... 코로나 바람이 불어도 가르침은 계속 되지요
2020-04-26 11:39:50최종 업데이트 : 2020-04-29 17:10:08 작성자 : 시민기자   양서린

  코로나 여파로 인해 온라인 개학이 이어진 지, 두 달째. 학교와 가정 뿐 아니라 학원가까지도 시름하고 있다. 그럼에도 학원가의 불은 꺼지지 않는다.

 

  기자는 학원 강사 A씨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교육 종사자로 근무하는 사람의 삶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으로 취재를 요청하면서, 동시에 어려워진 학원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해가 어둑어둑 지고 있는데도 간판불이 밝게 빛나는 영통 학원가

해가 어둑어둑 지고 있는데도 간판불이 밝게 빛나는 영통 학원가


어떻게 사교육 시장에 들어왔는지, 계기를 들어볼 수 있나?

  - 처음 시작은 사기업을 목표로 하던 취준생이었다. 그러다 친구의 권유로 학원가에 발을 들였다.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시작했다가 취준과 병행하기가 쉽지 않았고, 오히려 학원가에서 배울 점들이 많다고 느껴 풀 타임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10년 이상 경력을 쌓아오고 있다.

 
학원가에서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려달라.
  - 지금 생각해보면 원장님을 잘 만난 케이스였다. 매주 화, 목요일 저녁 시간은 TESOL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강의 일정을 비워주셨다. 원어민 선생님의 수업을 듣거나 스터디를 진행했었다. 영어공부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문서수발, 행정, 안내 등 다양한 분야의 일을 배울 수 있었다.

 
오히려 강사의 길을 선택하지 않고 취준 생활을 했었더라면 어땠을 것 같나?

  - 아침형 인간이 아니라서 학원처럼 오후에 움직이는 생활이 더 맞는 편이다. 목표했던 기업에 입사했었으면 생활패턴이 맞지 않아 고생했을 것 같다. 지금처럼 자유롭게 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웃음)

 

강사활동을 하면서 일반 직장과 비교했을 때, 장점이라고 생각되는 점이 있을까?

  - 일단, 급여와 시간관리 부분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충분히 능력만 있다면 중소기업 종사자에 비해 짧은 근무시간을 가지고, 자기 능력만큼의 페이를 받을 수 있다. 출산 및 육아라는 이슈에 있어서도 재취업에 관대한 편이다.

 

오랫동안 강사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스킬이 향상되었다고 느낀 점이 있었는가?

  - 스킬이 향상되기 보다 아이들과 교감하는데 스스럼이 없는 편이다. 엄격하게만 대하지 않고 친근한 선생님이 되려 한다. 친화적인 선생님이어야 아이들이 부담없이 다가오고, 선생님도 아이들에게 다가가기 쉽다.

   

담당 과목이 영어이다보니 학습 수준별 차이가 클 것 같다. 학부모들이 '우리 아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하고 상담을 요청하는 분들도 많지 않나?
  - 늘 고민하는 부분이다. 편차가 크다. 어쨌든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는 아이가 흥미를 잃거나 포기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수준별 강의를 진행한다. 학부모들도 자녀의 수준을 이미 잘 알고 있어, 일부러 터치하지 않는다. 요즘은 학부모보다 학생이 스스로 주도학습을 하려는 경향이 많다.

  유아들은 수준별 학습을 진행하기 쉽지 않아서 교구를 많이 활용한다. 코코몽 룰렛 돌리기, 코끼리 코 잡고 돌기 게임, 악어 이빨에 단어 붙이기 등 다양한 게임을 활용한다.

  초등학생들은 카드를 활용해서 표현을 익히거나, 종이컵 속에 질문지를 넣고 뽑으면 해당 질문에 맞는 대답을 하는 식으로 진행한다. 중고등학생들은 Writing 능력 향상을 위한 에세이 쓰기, 그룹토론, 인터뷰, 대본리딩, 회화 등의 전문적인 학습을 한다.

 

아이들이 잘 따라오도록 하는 것이 기술같다. 교육서비스직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하던데.

  - 이 일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군이다. 수업 준비도 해야 하고, 아이들이 잘 따라와주지 않을 때도 있고, 유별난 학부모님들도 있다. 시험 기간에는 아이들과 덩달아 스트레스를 받는다. 무엇보다도 수업 자체보다 그와 연관된 부가 작업들이 만만치 않다. 상담, 교구준비, 정리 등등 잡무들이 많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진 것 같다.

 

강사활동을 하면서 특별히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나? 
  - 담당하는 반 아이들이 60명이 넘었던 적이 있다. 예전에는 수기로 상담일지를 써야 했다. 60개의 상담일지를 전부 손글씨로 썼다. 교재도 일일이 각봉투를 만들어 넣고 교부했다. 일은 힘들었지만 잘 맞는 선생님과 진행하다보니 크게 힘들다고 느끼지 않았다.
  한 번은 한 밤중에 술을 마시고 전화로 욕을 하는 학부모가 있었다. 그 때, 아이를 담당하는 선생님이 마음에 안든다며 거세게 항의를 하셨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며 화를 내시는 통에, 내원하셔서 얼굴 뵙고 다시 말씀해달라고 정중히 부탁드렸다. 물론 학부모님은 찾아오지 않으셨다.

 

사람들을 상대하면서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 어렸을 때는 많이 울었다. 그렇지만 고생하신다고 격려해주시거나 소소한 간식거리를 들고 오시는 고마운 학부모님들도 계신다.

  사람에 대한 건, 학부모보다 강사들 간에 있는 '텃세 문화' 가 더 힘든 것 같다. 처음 시작 했을 때, 24살이었는데 선생님들 사이에서 막내여서 이래저래 눈치를 보는 일이 많았다. 새로 들어온 선생님과 기존에 근무 중인 선생님들 간의 은근한 텃세, 세대간 텃세 등 사람이 여럿이서 모이면 으레 있는 텃세 문화로 고생 좀 했다.

 

코로나 때문에 학원가도 분위기가 좋지 않을 것 같다. 두루뭉실하게 이야기를 전해듣기는 했지만, 현장 분위기는 더욱 심각할 것 같다.

  - 우리 학원의 경우, 지난 2월 말 부터 3월까지는 휴원을 하거나 무급휴가를 가졌다. 다른 학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4월부터는 징검다리 형태로 몇 과목 혹은 일부 며칠 동안만 개원한 상황이다.

  원비를 납부한 수강생들 중 절반만 현장 수업을 받고 있다. 나머지 절반은 교재만 수령하고 수업은 온라인 강의를 듣는다. 교재와 함께 URL을 전송하여 동영상 강의를 듣고 있다. 이번주 부터는 확진자가 줄어서 그런지, 한 두명 정도 더 현장 수업에 나오고 있기는 하다.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도 힘들 것 같다. 수강생 절반은 현장수업을 진행 중이니, 강사분들 입장에서는 온오프라인 강의를 동시에 준비하는 것 아닌가? 일이 두 배인 것 같다. 원비에 관해서도 고민이 될 것 같다.

  - 맞다. 말이 많다. 온라인으로 실시간 강의를 진행하는 학원들은 현장 강의가 아니다보니 원비를 100% 받아야 할 지, 일부 삭감해서 받아야 할 지 고민이라고 한다. 60%를 삭감한 원비를 납부하는 학부모 사이에서는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실제로 학원에 등원한 것도 아니고 효용성을 모르겠는데 원비를 납무하는게 맞냐는 생각이다. 초대형 학원들은 이것도 동일한 질의 강의이기 때문에 원비를 전액 받는다고 하더라.

   학원 입장에서는 실시간 수업이나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더 힘들다고 한다. 이 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촬영용 장비 구입, 전송 플랫폼 결제, 교구 구입 등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실시간 온라인 수업의 경우에는 신경써서 준비할 것이 많다. 강의가 실시간으로 스트리밍되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고 과제 채점 등 사후 관리까지 책임져야 한다.

 

단순히 수업 진행이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이냐를 떠나서 이해관계가 엉켜있는 느낌이다.

  - 재정문제도 그러하고 아이들의 수업 진도 문제도 있다. 최근 들어 등원하기 시작한 아이들이 수업 진도를 따라오는 것을 힘들어해서 도와주고 있다.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아이들은 교재를 집으로 가져간 뒤, 동영상 URL로 포인트 레슨만 받는 식이다. 집에서 조금씩이라도 공부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정도라 무료로 지원하는 학원들도 있다. 실시간 화상 수업으로 진행하는 경우에는 아이들이 잘 따라오고 있는지 꼼꼼하게 체크하기 위해 강의 시간을 잘게 쪼개어 진행한다. 현장에서는 한 번 진행하면 될 수업을 두 번, 세 번으로 나눠서 하다보니 강사분들이 힘들어 하신다.

 

온라인 위주의 수업 방식으로 변화하면서 본의 아니게 EBS를 의식할 수 있을 것 같다.

  - 대신에 EBS는 일방 구조이지만 학원 온라인 수업은 쌍방 구조이기 때문에 빠른 소통이 가능하다. 한번에 너무 많은 수강생들과 소통하기는 어렵기에 제한적인 단점은 있다. 선생님들이 같은 내용을 여러 번 쪼개어 강의하다보니 교무실에서는 수업 준비로, 강의실에서는 촬영으로 전쟁 중이다. Reading 수업은 '네이버 폼' 양식을 활용해 답안지를 작성해 제출 하도록 하고 있다.

 

강사 선생님들, 학부모들, 아이들까지 다 지칠 것 같다.

  - 코로나 때문에 모두가 힘들다. 강사분들은 재정적으로도 힘들고 노력 대비 강의의 질도 높여야 하기에 심신이 지쳐있다.

 

학원에 소속되신 선생님들도 그렇지만,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강사 선생님들은 상황이 좀 어떤가? 

  - 방과후수업, 문화센터 등 모든 기관들이 올스톱 상태이므로 수입이 끊겨 힘들어 하신다. 개인사업자라 생활비 대출에 대해서도 여의치 않다.

  이번에 정부에서 특수고용직 종사자, 프리랜서, 영세 자영업자 등에게 '고용 및 생활안정 지원금'을 발표했다. 이번 달부터 17개 광역지자체에서 신청을 받아 월 50만원씩 2개월 동안 지원해준다고 들었다. 그나마 지원금 제도가 있으면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서류를 준비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부분도 감안되었으면 좋겠다. 폐업한 학원이나 원장과 연결이 어려우면 서류 구비가 쉽지 않은데, 관련 서류에 꼭 직인이 있어야 한다. 서류 준비에 곤란을 겪는 강사 분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애매한 점은 '당분간 휴직' 하는 선생님들도 있어서 걱정이 크다. 학교가 개학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느라 마냥 기다리기만 해야 할 지, 어떻게 해야 할 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특히 '여성 가장' 이기 때문에 생계가 곤란한 분들도 많다. 학원 강사 뿐만 아니라 학습지 교사, 보험 등으로 일하시는 분들은 울상이다.

 

코로나 때문에 강의 중에 불편한 점이 있나?  학원에서 지키고 있는 안전 수칙들도 있나?

  - 학원에서는 방역 작업을 하루 2회 진행한다. 하루 2회 발열도 체크한다. 수업 중에는 아이들이 서로 거리를 두고 앉고 마스크를 꼭 착용한다. 왠만하면 아이들과도 거리를 두고 가급적 접촉을 줄이고 있다. 강의를 진행할 때도 마스크를 착용한다. 한창 강의 중에는 답답한 감이 있지만 위생규칙을 반드시 준수한다.

 

나중에 코로나사태가 완화되거나 개학이 되면 수강생 수가 갑자기 증가할텐데, 여기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가?

  - 학부모들도 그렇고 아이들도 혼란스러운 시기라, 점차적으로 수강생이 찾아올 것 같다. 온라인 강의나 과제 제출에 있어서도 아직 자리가 잡히지 않았다. 학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정상화되기 전까지 서로 맞춰가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뭔가 대비를 하기엔, 현 상황을 보완해나가는 데 에너지가 집중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 코로나의 영향이 크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수요가 있는 분야이다. 강사의 연령대가 높으면 아이들을 잘 리드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학원가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과거에는 젊은 연령대의 강사를 선호했다면, 지금은 아이들을 케어할 수 있도록 출산과 육아 경험이 있는 강사분들을 선호하는 추세이다. 30대 후반에서 50대에도 활동하는 선생님들도 있다. 만약 이 분야에 도전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 얼마든지 문을 두드리기를 응원한다. 학부모님들도 안전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믿고 등원해도 괜찮다는 말을 건네고 싶다.

 

학원에서 현장 수업을 듣는 아이들. 학원가에서는 하루 2회 이상 방역 작업과 발열체크, 손소독 등 위생관리를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

학원에서 현장 수업을 듣는 아이들. 학원가에서는 하루 2회 이상 방역 작업과 발열체크, 손소독 등 위생관리를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

학원에서 현장 수업을 듣는 아이들. 학원가에서는 하루 2회 이상 방역 작업과 발열체크, 손소독 등 위생관리를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A씨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동시에 자신도 배워간다고 말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환히 웃는 A씨의 미소를 보며 코로나 파동이 있더라도, 교육 서비스와 같이 사람이 필요한 영역은 사장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가 얼른 종식되어 교육계 종사자 분들이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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