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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정 사진’, 생전엔 ‘장수 사진’으로 부르자
2008-06-09 15:55:29최종 업데이트 : 2008-06-09 15:55:29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지난 신문 기사에서 용인송담대학(학장 김동익)이 최근 용인종합사회복지관의 협조로 지역 무의탁 노인들을 대상으로 '영정사진 무료 촬영' 행사를 가졌다는 기사를 읽었다. 
이날 영정사진 촬영은 용인송담대 멀티미디어컨텐츠(이도 사실은 콘텐츠가 바른 표기이다.) 전공 실습실에서 이뤄졌으며 송담대 학생들이 자원봉사자로 나서 노인들에게 메이크업을 해주는 등 촬영을 도왔다. 

'영정 사진', 생전엔 '장수 사진'으로 부르자_1
'영정 사진', 생전엔 '장수 사진'으로 부르자_1

지역사회에서 무의탁 노인을 대상으로 영정 사진을 무료로 촬영해주는 행사가 많다. 사진작가 및 자원 봉사 단체에서도 영정 사진을 무료로 찍어줘 이웃에게 훈훈한 감동을 선사한다. 

그러나 이러한 행사에도 정작 사진을 찍으려면 께름칙해 하는 노인이 많다. 
이유는 영정 사진이 사람의 얼굴을 그린 족자라지만, 제사를 지낼 때 위패 대신 쓰는 사진(조부의 영정을 모신 사당/영정을 봉안하다./영안실에 영정이 걸려 있다.)이니 마음에 꺼리는 것이다. 
남들이 보면 나이가 지긋하지만 마음은 늘 청춘인데, 영정 사진은 가당치도 않은 말이다. 

이런 이유로 필자는 '영정 사진' 대신에 생전에는 '장수(長壽) 사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고 제안한다. 
살아있는 동안에는 '영정 사진'으로 쓰지 않으니, 굳이 '영정 사진'이라고 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장수(長壽) 사진'이라는 표현에도 나름대로 의미와 소망이 담겨 있으니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영정 사진'이라고 하는 것보다 '장수 사진'이라 하면 어감도 긍정적이어서 좋다. 

 '노인'이라는 말을 쓸 자리에 '어르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도 호감이 가는 언어적 표현이다. 오래 전에 서울시가 노인에게 일자리를 알선하기 위해서 주최한 박람회의 명칭이 '어르신 일자리 박람회'였다. 
'노인'은 나이에 치중한 언어 표현이라면, '어르신'은 살아온 연륜을 중시한 표현이다. 더욱 '노인'은 한자어이고, '어르신'은 우리말이라는 데서 정겨움이 느껴진다. 덕택에 지금은 '어르신'이라는 말을 많이 쓰고 있는데 좋은 현상이다. 

외래어를 우리말로 순화해서 쓸 때도 기분이 좋다. 공연장은 입장료가 자리에 따라 다르다. 
즉 'VIP석, R석, S석, A석, B석'이 있다. 그런데 이 자리의 이름을 '으뜸 자리, 좋은 자리, 편한 자리, 고른 자리, 가장 자리'라고 표현하는 극장을 보았다. 앞에서 알파벳으로 표현한 자리 이름은 정확한 의미도 모르고 'R석'과 'S석'의 차이도 헷갈릴 때가 많다. 
또 'A석'이 왜 나쁜 것인지 모른다. 뒤의 우리말 자리 이름은 듣는 순간 의미가 명확하게 다가오고 마음까지 배려했다는 느낌이 인다. 

이런 문제는 아직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 반영된 것이니 언어 사용 인구가 확대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다음의 문제는 언어 사용에 있어서 바른 태도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위 상황과 조금 다르다.  

예를 들어 우리가 무심코 '한일합방'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이는 일본이 국권 탈취에 대해 합법성을 가장하기 위해 만든 말이다. 우리는 '경술국치' 혹은 '국권 침탈'이라는 단어로 바르게 써야 한다. '을사조약'도 일제의 식민사관이 남긴 용어이다. 우리는 '을사늑약'이라고 의미를 바르게 새겨야 한다. 마찬가지로 '민비'나 '이씨 조선/이조'는 모두 일본이 우리를 낮잡아 부른 말이었다. 우리는 '명성황후', '조선'이라고 해야 한다. 이와는 다르게 '일왕' 대신 일본이 '천황'이라고 칭한다고 해서 우리도 따라서 '천황'이라고 하는데, 이는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최근 '위안부'라는 단어도 '성노예'라고 쓰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위안부'는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진실을 호도하려고 만들어낸 표현이다. 제국주의 군대의 성노예로 끌려가 평생을 망친 피해자들에게 '위안'하러 갔다는 것은 가슴에 또 한 번 피멍이 들게 한다. 
 
어휘의 의미가 동일하다고 해도 쓰임에 따라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느낄 때가 있다. 예를 들어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를 차지하는 비율이 14% 이상일 때 고령 사회라고 한다.'는 '고령'의 의미에 거부감이 없다. 
하지만 '35세 이상의 임신은 고령 임신에 해당하므로 정밀진단을 받아야 한다.'라고 할 때는 기분이 나쁘다. 이때는 '늦은 임신'이라고 하면 좋다. 

어휘의 올바른 사용은 언어생활의 기본이다. 상황에 맞는 어휘 사용은 언어생활을 명확하게 한다. 특히 부정적 의미가 담겨 있거나, 언중이 꺼리는 표현은 서로 다듬어서 사용한다면 한결 고급스럽고 부드러운 언어생활을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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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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