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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남자’에 열광하는 이유는?
2009-02-25 13:02:59최종 업데이트 : 2009-02-25 13:02:59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요즈음 청소년들 사이에 '꽃보다 남자'를 모르는 아이들이 있을까? 우리집 초딩딸도 주인공 가운데 한사람인 '구준표'에 빠져 있으니, 더 말할 나위가 없겠다. 
우리집은 정확한 시간을 알기 위하여 TV를 아침에만 켜놓는다. 그러나 봄방학이기도 하거니와 '꽃남'을 보지 않으면 친구들과 대화를 할 수 없다하여, 이내 저녁시간에도 딱 2시간정도만 허락하였다. 친구들도 화제꺼리가 맞아야 어울려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어제 오후에 작은 아이와 마트에 갔다가 엘리베이터 앞 핸드폰 가게에서 '꽃남'의 포스터가 커다랗게 붙어 있는 것을 보았다. 제법 잘생긴 남자들과 귀여운 여자의 포스터였다. 
나는 아이에게 저 드라마가 정말 재미있냐고 물어 보았다. 물음과 동시에 이내 아이의 얼굴은 활짝 웃으며 '네'하는 것이다. '옳거니, 오늘밤 아이들 속에서 나도 한번 보자꾸나. 도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궁금하여 저녁때를 기다렸다.

'꽃보다 남자'에 열광하는 이유는?_1
모방을 꿈꾸는 청소년들의 단순한 사고력 우려

내일 반찬 준비를 끝내고 설겆이하고 있을 때 작은 아이가 소리친다. 
"엄마 '꽃남' 시작해요 빨리 오세요" 
후다닥 앞치마를 벗고 아이들 속에 앉았다. 
화면이 바뀔 때마다 이전의 내용을 몰라 작은 아이에게 자꾸 물어보니 친절히 설명해 준다. 둘이서 "소근 소근".. 그런 와중에 중학교 다니는 큰딸아이는 시끄러워 집중이 안 된다면서 항의를 한다. 조용히 좀 해달라고...안하무인격이다. 드라마에 취해서 엄마도 안보이나 보다.

드라마 시작 후 10분 20분 시간이 지나가도 나는 왠지 재미가 없었다. 내용 또한 허무맹랑해 도저히 볼 수가 없었다. 
아니, 어떻게 고등학교 여학생이 대학생 선배랑 호텔에 들어갈 수 있겠는가? 우리 아이들은 저 내용을 이해는 한단 말인가? 
드라마에 필요한 전체적인 미장센들은 그럭저럭 봐준다 할지라도, 적어도 내용들은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 고쳐 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의문들이 드라마가 끝날 때 까지 나의 머릿속을 헤집었다.

멍하니 보다가 어처구니가 없어 쇼파에 앉아 아이에게 물어 보았다. 
"엄마는 하나도 재미없는데 너희들은 '꽃남'이 왜 재미있니?"라고 물어보니, 작은 아이가 한술 더 뜬다. 
"엄마! 나이든 사람은 재미없다고 하지만, 젊은 사람들은 다 좋아해요"한다. 
그럼 내가 너무 늙었단 말인가? 큰아이는 내용을 다 이해하는지, F4(네 명의 남자 주인공을 지칭함)가 어떻고, 금잔디가 어떻고, 마냥 부러운 눈치다.

인터넷에서 뒤져보니, 만화로도 돌풍을 일으킨 작품으로서 이미 중국, 일본의 흥행에 이어 우리나라까지 드라마로 제작된 것이라 한다. 
네명의 멋진 꽃미남과 수수한 여학생 한명이 언제나 젊음을 유지하며 좌충우돌 엮어가는 판타지 로망스가 주된 내용이다. 
한회분만 보고 전체적인 내용을 판단하는 것은 커다란 오류를 범할 수 있겠지만, 이건 아니다 싶었다. 내용 전체적으로 '금잔디'의 선행이 가끔 나오지만, 이것은 외피만 둘렸을 뿐이다.

'꽃보다 남자'에 열광하는 이유를 잠시 생각해 보았다. 
요즈음 모든 면에서 우리사회는 너무 어렵기 때문에 '대리만족'을 여기서 찾으려 하는 것 같다. 
우리가 가지지 못한 것, 하고 싶은 것 등등을 다섯 명의 주인공들이 대신 다해 주니까 말이다. 
거리의 남학생들은 '꽃남'에 나오는 헤어 스타일을 따라한다. 금잔디의 머리도 볼 수 있다. 드라마를 폄하할 뜻은 전혀 없다. 단지, 모방을 꿈꾸는 청소년들의 예민하지만  단순한 사고력이 걱정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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