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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축하 현수막'을 보면서...
사각의 링, 운명적인 싸움을 지속시킬것인가?
2009-01-16 17:50:18최종 업데이트 : 2009-01-16 17:50:18 작성자 : 시민기자   권오기

'합격축하 현수막'을 보면서..._1
'합격축하 현수막'을 보면서..._1

합격을 축하합니다. 서울대 OOO
'서울대 3년 연속 수시합격, 2009년도 O명 합격 (□□고)'
'서울대 1차 합격 OOO, OOO, 포항공대 합격 OOO (△△고)' 

매년 수학능력시험이 끝나면, 고등학교 교문에는 소위 '명문대'에 합격 현황과 학생들의 이름이 적힌 '자랑 현수막'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해마다 대입시즌이 되면 경쟁이라도 하듯, 고등학교 정문에 걸려있는 명문대 입학 현수막을 놓고 시선이 엇갈린다. 혹자는 지역의 자긍심 고취는 물론 다른 학생보다 더 열심히 공부해 좁은 관문을 통과했으니 당연히 축하해줘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고, 일부에서는 공교육의 목표가 마치 명문대 입학인 것 처럼 학생들에게 주입시키는 것 같아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학벌 없는 사회' 광주모임(준)이 조사한 광주지역의 경우, '2009년도 수학능력시험' 이후 지역의 63개 공사립 고등학교 중에 20곳이 특정대학 합격 자랑 현수막을 내걸었으며, 학교 홈페이지에 특정대학에 합격한 학생들의 이름을 올린 고등학교도 27곳이나 되었다.  

이 같은 '자랑 현수막'에 학생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2006년부터 광주지역에서 '특정대학 합격 현수막 안 걸기' 캠페인을 벌여온 '학벌 없는 사회' 광주모임(준)과 참교육학부모회 광주지부가 지난 14일 국가인권위 광주지역사무소에 "이 문제가 입시경쟁과 학벌주의를 조장하고 대학입학 여부만으로 학생들을 차별하는 등 인권침해 소지가 크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하고 이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이날 인권위에 제출한 진정서에서 "입시학원은 교육이념과 상관없이 영리만을 목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더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해 특정학교 합격 현수막 등을 내세우지만, 공교육의 현장인 학교에서마저 이러한 현수막을 내건다는 것은 학교가 스스로 교육이념을 포기하고 입시학원화되겠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 없이 대학은 서열화돼 있고, 한술 더 떠서 일반 학교보다 서울대를 몇 명 더 보내는 특목고까지 생겼다. 특목고를 거쳐야 유명 대학에 합격하기가 수월하다는 등식이 부모들 사이에 퍼져 나가자, 너도 나도 내 아이를 특목고를 향하는 대열로 내몰기 시작했다. 
전체인원의 1%내외의 특목고 학생들이 1%의 영재들이 들어갈수 있다는 카이스트, 포항공대에 전체인원의 70%이상, 서울대 30%에 입학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로도 특목고의 열풍은 이해할만 하다. 초등학교 때부터 국·영·수는 기본이고 요즘은 유치원생까지 창의력을 높이는 논술공부를 해야 한다. 
여기에 한자, 영어는 물론 중국어, 일본어 등 제2외국어도 하나쯤 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도 그냥 대충 알아서는 안 된다. 전국 규모의 각종 경시대회에서 상이라도 하나쯤 받아야 가산점이 생긴다. 

특목고의 설립목적은 기초과학의 육성이 목적이였으나, 지금에 와서는 입시경쟁의 사관학교 정도로 여기고 있다. 또한 '특목고'란 타이틀때문에 그런지 입시현장에서 아파트 분양의 영순위인 것 같다. 
이런 가운데 현 정부의 교육정책 근간인 3불(不)정책 (고교등급제, 본고사 금지, 기여입학제) 에 대한 찬반논쟁이 갈수록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교육전문가들이 내어 놓는 정책들을 들어보면 교육투자를 많이 하자, 사교육비가 많이 든다, 지역별, 분야별 특성화하자 등으로 다양한 방안을 내어 놓고 있다. 지난 44년간 열한 번이나 바뀌었던 '교육 4년지 대계'를 통해 잔인한 실험을 많이 해봤지만, 예나 지금이나 학생들은 고통 속에서 갈팡질팡하고, 사교육을 매개로 신분이 세습되는 추세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대학을 그대로 놔둔 채로 더 이상 특별한 입시제도는 있을 수 없다. 
 
"무엇이 문제인지" 에 본질을 따져보자. 학생, 학부모, 교사, 학교, 대학교 등 교육주체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청년실업자를 양산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학력 인플레를 꼽고 있고 그 대책으로 대학 졸업자의 비율을 줄여서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하여 부실한 사립대학교를 선별적으로 구조조정함으로써 정원 조정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또한 정부에서 신경써야 할일은 모든 학생들이 교육분야에서 평등이 보장되어야 하고, 특목고처럼 탈법적인 특권을 주지말아야 한다. 대학교는 공정한 입시루울을 만들어 신입생을 고교 자격시험과 내신성적을 기준으로 선발할 수 있도록 해 학교교육만으로 우수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그 후 엄격한 학사관리를 통해 보편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실력 있는 졸업생을 배출해야 한다. 
학생 및 학부모도 공교육을 신뢰하여야 하며, 말로만 떠들고 있는 이중적인 잣대와 이기주의를 이젠 걷어치워야 할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저는요. 학원에서 시험 보면 영어는 항상 100점 맞아요. 근데 수학은 꼭 한 개나 두 개 틀려요. 정말 속상해요. 아파트 12층에서 뛰어내리려고 했는데. 엄마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영상은 학업 부담으로 자살한 어느 초등학생의 "나도 물고기처럼 자유롭게 날고 싶다"는 유서 내용으로 끝을 맺는다. 자살한 고등학생의 이야기를 다룬 '행복이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를 보았던 30대는 이제 똑같은 이유로 자살하려는 초등학생을 보고 있다. 아홉 살짜리 아이가 '아파트 12층에서 뛰어내리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사회는 대체 어떤 세상인가. 
한달전인가 국제중학교 입학 전형에 롯또복권 당첨하듯 추첨으로 했고, 그 국제중학교 설립하기 위해서 정치적인 검토와 모 교장선생의 삭발데모 등 누가 들어도 웃을 만한 이기주의의 현장을 우리는 보았다. 애들을 교육시키는 학부모로써 그나이에 '학생의 재능을 발견한다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우리부모들은 그 장소에서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느꼈을 것이다. 
합격자의 가족은 아마도 특목고처럼 명문대학교를 가기위한 비행기를 탄 기분이였을 는 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이 땅에 태어난 것 자체만으로도 그 대가는 잔인하리 만큼 혹독하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고등학교 교육은, 한마디로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학력제고와 생활지도라는 명분아래 학생들을 획일화하고 통제하는 훈련만이 있고, 그로인해 교내에서 자율성을 갖고 창의력을 발휘할 정신적 물리적 공간은 축소되고 있다. 
또한 고등학생들은 정규수업, 보충수업, 야간 자율학습 등으로 학생들이 한창 신체적 정서적 성장이 왕성할 나이에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체격에 맞지도 않은 책걸상에 의지하여 교과서와 문제집을 넘기고 있다. 오로지 보다더 좋은 대학의 진학이 교육의 완성이라 믿을때. 전인교육은 고요한 외침에 불과하다. "갈수록 신입생들의 문제해결 능력이 떨어지고, 논리력이 떨어진다."는 서울대의 볼멘 소리는 사실 그들이 자초한 결과다. 
매년 발표되는 서울대를 비롯한 서울 주요 대학의 학생 선발 기준에 맞추어서 사교육시장 선생님들의 '논리력'이 향상되고, 정답을 찾아내는 가장 빠른 지름길을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형국이니 신입생들에게 우수한 수학능력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우리가 지금 현수막을 갖고 이러쿵 저러쿵할때가 아니다. 우리의 교육주체들이 혁신을 할때라고 생각한다. 미래의 우리 후세들에게 진정 무엇을 물려줄것인지 진정으로 고민해봐야 한다. 교육정책이 정치세력의 전리품이 되어서도 안될것이고, 일부 계층들의 기득권을 보장해줘서도 안될것이고, 일부 교육학자들의 현실성이 없는 정책제안은 더더욱 수용해서도 안될것이다. 또한 정부, 각급학교, 학부모, 학생 등 교육주체들이 원칙 고수의 의지와  의식의 변환이 필요하다. 정부정책을 담당하는 공직자들은 내자식을 키운다는 관점에서 입시현장에 나가보면 무엇이 문제인지 금방 이해 할수 있을 것이다. 
대학교는 어떤학생이 우리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지 분명한 원칙을 제시해야 한다. 특목고 위주의 학생을 뽑는다고 하는 것은 학교의 자율일지 모르지만, 그렇다면 먼저 고지가 되어야 할것이다. 학부모와 학생입장에서 "내 자식이 명문대학 가기위해 조금이라도 쉬운 코스를 이용"해 볼려고 하는 이기주의를 버렸으면 한다. 

어떤 사람으로 키울지보다 어떻게 선발할 것인지에만 열을 올리는 대학들의 태도나, 다른 나라에서 상식으로 통하는 고교평준화가 우리나라에서는 논란이 되는 현실이, 우리 아이들을 친구들을 물리쳐야 할 링 위에 세우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이상 어쩔 수 없다고, 경쟁이 더 나은 교육을 만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하는 정치인에게 묻고 싶다. 
아홉 살짜리 아이가 자살을 생각하게 만든 사회가 과연 살 만한 곳인가? 다음에 아이들이 만들어가야 할 세상도 지금과 똑같다면 너무 잔인한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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