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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산골짜기가 제 고향이드래요"
하지만 또 다른 고향은 좋은 사람들이 있는 수원이지요
2009-01-19 10:38:22최종 업데이트 : 2009-01-19 10:38:22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제가 살던 고향은 강원도 산골짜기 입니다.
봄이면 뒷산에 꽃이 피고, 여름이면 냇가에서 멱을 감고, 가을이 되면 코스모스 향기가 스며드는 마을입니다.
겨울이 되면 또 한없이 내리는 눈의 마을이기도 합니다. 설향(雪鄕)이지요.
아침에 눈을 뜨면 온 마을이 눈 속에 잠겨 아무런 인기척을 느끼지 못하는 정말 고요한 동네입니다.

수원에 온지도 벌써 20년이 넘었습니다.
작은 오빠가 있는 수원에서 학교를 다니기 위해 고향을 떠났습니다. 첫발을 디딘 수원의 첫인상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매서운 바람과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 부모님이 계시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서 매일 밤, 작은오빠 몰래 반 지하 방에서 많이도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강원도 산골짜기가 제 고향이드래요_1
이제 또 다른 내 고향은 수원이 됐습니다. 사진/이용창

하지만 수원은 저의 인생에 있어서 새로운 전환점이 있는 곳 입니다.
처음으로 고향을 떠나 정착한 수원은 나에겐 눈부신 곳이기도 했습니다. 나의 고향은 밤 9시뉴스가 끝나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드는 그런 곳입니다.
마을은 순식간에 고요한 동네로 변합니다. 그런데, 수원은 밤새도록 불이 켜져 있고, 사람들은 분주했습니다.

촌사람이 처음으로 번화한 도시에 왔으니 얼마나 어려웠을지 여러분 짐작하시지요?
사람들에게 촌티 안내려고 당시에 나름대로의 노력을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수원 지리를 익히기 위해 일부러 걸어서 다녔습니다. 수원역에서 남문으로, 북문으로, 그리고 거주지였던 세류동으로...
늘 길 익히기에 바빴습니다. 사실 돈도 별로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럭저럭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은 서울에서 다니고 싶어서 분주히 다녔지만, 이상하게도 인연이 닿지 않았습니다.
그 후 수원에서 일을 하게 되었고, 수원에서 만난 남자와 혼인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느덧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지금도 수원에서 살고 있습니다. 세찬바람과 쌀쌀한 인정으로 맞아 주었던 수원이 이제는 사랑하는 마음의 고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현재의 '나'를 되돌아 볼 때 '나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구나'란 생각을 합니다.
저의 주위엔 항상 좋은 사람들만 있었고, 그 속에서 배려하는 마음을 쌓아 현재의 행복으로 가득한 나의 존재를 발견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저의 두번째 고향인 수원이 준 선물입니다. 살아가면서 이렇게 큰 인연들을 이곳에서 엮었으니 이곳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고향은 마음에서 만들어 지는가 봅니다.
고향은 푸근한 어머니의 가슴이라 생각합니다. 아버지의 든든한 어깨이기도 하지요.
좋은 사람들이 있지만 콘크리트의 차가운 도시생활에 지쳐 있을 때, 마음의 고향을 찾습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내가 성장한 고향을 홀로 찾아가기란 매우 힘이 듭니다. 이제 나는 '나 혼자만의 나'가 아니기 때문이예요. 여러분들도 이해 하시죠? 

그래서 저는 차라리  현재 살아가고 있는 이곳 수원이란 제2의 고향에서 그리움을 달랩니다.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또 다른 행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내 남편을 만나고 아이가 태어난 곳...내 좋은 사람들을 만나 행복한 곳... 세월이 더 흘러가면 또 다른 마음의 고향이 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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