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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학의 어려움과 즐거움
2012-10-29 16:34:20최종 업데이트 : 2012-10-29 16:34:20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성미

수학의 노벨상이라는 필드상를 받은 히로나카 헤이스케의 성장배경은 학문을 하기엔 보통 평범한 가정 이하였다.

두뇌 천재들을 제치고 학문의 기적을 이룩한, 그저 평범한 사람의 비밀을 싣은 "학문의 즐거움"이란 책을 몇 년 전 구입해서 큰아이가 두 번 가장 먼저 읽자 바로 작은아이도 단숨에 읽기는 했으나 누나만큼의 감동은 없는듯했다. 
베스트셀러라며 남편은 읽은 후 아이들과 토론을 했고 마지막으로 나는 밑줄을 그으면서 정독을 했었다.

벽촌 장사꾼의 열다섯 남매의 일곱 번째 아들로 잠시 피아니스트를 꿈꾸었던 곡절 많던 히로나카 헤이스케는 대학입시 일주일 전까지 밭에서 거름통을 들고 일을 했고 학업에는 그다지 애착을 가지지는 않았으나 대학 3학년에 수학자의 길을 걷게 되면서 끈기 하나로 변신하게 된 저자가 생각난다.

금년에 하던 일을 멈추고 하고 싶었던 공부에 몰두하게 된 나는, 즐겁게 공부하다 인생에도 도통해버린 히로나카 헤이스케의 만학도열을 닮고 싶었다.
학문을 하는 것이 생에 있어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여건만 허락한다면 ......


 

만학의 어려움과 즐거움_1
만학의 어려움과 즐거움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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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학의 어려움과 즐거움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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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학의 어려움과 즐거움_3
만학의 어려움과 즐거움_3

쉰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학문의 즐거움을 찾겠다며 도서관을 열심히 다니는 생활에 그럭저럭 적응되어 가고 있으나 방해꾼들이 있다.

책을 붙들고 몰두하려면 웬 사념들이 섬광처럼 스치는지?
나의 뇌리주변에서 맴돌던 사소하고 일상적인 잔잔한 일들이 한 치의 틈만 보이면 바로 침입한다. 

PC로 열람실 좌석 배정표를 발부 할 때면 학생이 된 짜릿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책상에 앉아 몰두하려는 데는 우선 엉덩이를 붙여놓아야 했었고 이것만 어렵지 않게 빠른 시간 내에 적응이 되었다. 하지만 책상에 책만 펴놓고 앉아만 있다고 무슨 성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교재 서너 줄 읽은 채 어느새 주부의 관성이 자동화되어 내일 아침메뉴를 무엇으로 할까를 고민하고 있다.
전공 주요 과목 아직 시험 중인 아들이 잘 준비하고 있는지? 큰아이 퇴근시간이 늦어 전철 끊기기 전에 미리 탑승을 해야 하는데.......
나이 들면서 허리둘레가 점점 늘어난 남편에게 점심시간에 인스탄트 음식을 절대 먹지 말라고 당부했는데 오늘 점심은 뭘 먹었는지? 

후딱 한 시간이 흐른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책을 보노라니 다른 방해꾼이 나타났다. 점점 무겁게 내려앉으려는 눈꺼풀을 어찌 할 수 없어 딱 10분만 자고 공부해야겠다며 책상에 엎드렸다. 

상의 쉐워타 오른쪽 주머니에서 진동이 온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아니고 남편전화도 아니고 보험사 안내전화였다.  수신차단으로 저장하고는 정신을 차리려 화장실을 다녀온다.

잠시 눈만 붙였다 바로 일어났건만 또 한 시간이 번개처럼 지나갔다. 오늘의 목표치는 그대로 남아있건만 시계는 오전이 1시간 30분남아 있음을 알린다.
순간 조급해지고는 자세를 곧게 의자를 당겨 앉고 다시 집중모드로 노력해본다.

예전 같지는 않지만 성급하게 속도내기보다 꼼꼼하게 읽어가면서 중요도를 확인하고 인지한다. 이해속도가 조금씩 빨라지면서 진도의 속도에 탄력이 붙는다.
한 동안 집중으로 에너지가 고갈되어가고 있다는 뱃속 신호가 오고 있지만 좀 더 욕심을 부려본다.

오늘의 목표치의 1/3을 남기고 휴게실로 가서 온장고에 넣어둔 도시락을 꺼내 점심을 먹는다. 늘 많은 사람들이 분주했던 휴게실에 혼자서 편안하게 시사주간지를 꺼내보면서 늦은 점심을 먹다 오후 3시였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괜히 뿌듯해진다.

짧아진 낮의 길이로 저녁시간은 더 더욱 빨리 다가 오고 있다. 어둠이 쫘아악 내려 대지가 밤을 맞이할 즈음 서둘러 집으로 향한다.
싸한 밖 공기가 피부에 닿을 때 짧은 행복함이 있다. 종일 활자를 보던 침침한 눈도 찬 공기로 정화가 된 듯 시원해지고 머리 역시 상쾌해진다.

필드상을 받은 히로나카 헤이스케 만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학문의 즐거움을 조금씩 느껴가고 있는 자신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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