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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어가는 것과 건강 장수
가족 묘지 방문기
2012-10-29 20:13:04최종 업데이트 : 2012-10-29 20:13:04 작성자 : 시민기자   박보혜
토요일 아침 일찍 가족들과 길을 나섰다. 사실 토요일 아침은 무언가 자유롭게 쓰고 싶은 시간이다. 부족한 잠을 보충하거나 개인적인 공부 혹은 취미에 매진하기에 좋은 날이기 때문이다. 어머니께서 외할머니 산소에를 오랫만에 가자고 하셨을 때 솔직히 귀찮기도 하고 내키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기자의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신지는 20년이 훨씬 넘었고 몇년전 가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묘지 방문을 핑계로 가까운 경기도 교외 변두리로 나가 바람을 쐬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부지런히 준비하고 오빠의 차에 올라 탔다.

원래 계획은 새벽 일찍 적어도 7~8시에 출발하려고 했는데 늦게 일어난 오빠 덕분에 9시는 되어서 수원을 출발했다. 묘지 공원은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이라는 데에 있었고 화창한 주말이라 그런지 약간 차가 밀려서 시간이 조금 걸렸다. 
식사를 못하신 어머니를 위해서 덕평자연림휴게소에 들러서 우동을 같이 먹었는데 휴게소가 사람들로 붐비긴 했지만 경치가 좋아서 가족들과 담소를 나누며 있었더니 목적지에는 2시간 40분여만에 도착했다.

묘지에서 추도식을 간단히 치르고 오랜만에 가족이 가을 나들이를 하며 맛난 것도 먹고 따스한 햇살을 마음껏 쐬었다. 방문객들이 드문드문 있어서 한가하고 고요한 묘지 공원엔 10월 하순인데도 잠자리 들이 무척 많았고 나비들과 꿀벌들이 계속 우리 주위를 맴 돌아 마냥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본인이 촬영
오랜만에 찾아뵌 할머님 묘지
 
50분여 머물다가 돌아가기로 하고 그 곳 사무실에 들렀는데 벽에 인상적인 전단물이 붙어있어서 살펴보니 '즐겁게 오래 살기 위하여'라는 꽤 읽을만한 분량의 글이 있었다. 아무래도 장소가 묘지이다 보니 죽음에 대한 글이었는데 해학적이면서도 인자한 노인의 조언을 듣는 듯 해 좋았다.

<즐겁게 오래 살기 위하여>
1. 언제나 마음 가짐이 긍정적, 상대 배려, 적극성, 노력 뒤의 행복
2. 젊어서 돌보지 않은 몸 늦었다는 생각 말고, 지금부터 착실히 하여 아프다는 말하지마소.
3. 왕년의 일일랑 다 잊고, 잘난 체 자랑일랑 하지 말고, 묻거들랑 가르쳐 주시오
4. 모든 일에 이기려고 하지 말고 져 주시구려.
5. 한걸음 물러서서 양보하는 것이 원만하게 살아가는 비결이라오.
6. 돈돈 돈에 욕심 버리시구려. 죽으면 가져갈 수 없는 것이라오.
7. 죽기 전에 많이 베풀고 덕을 쌓으시구려
8. 그러나 돈을 놓치지 말고 꽉 잡고 있으시구려. 돈이 있음으로써 나를 받들어 모셔준다오.
9. 한 가지 취미라도 갖고 즐겁게 사시구려
10. 항상 신변을 깨끗이 하고, 모든 일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멋있게 건강하게 사시구려.
11. 생각은 깊게, 마음은 원만하게, 화를 내지 말고, 말을 조심하면 오래 살수 있는 거라오.
12. 인생의 길은 산과 비탈 많은 여로라오.

본인 촬영
공원을 나오는 입구 길

기자의 가족 일행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우리나라 묘지 문화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말할 수 있었다. 
어머니는 외할머니 묘지가 너무 멀리 변두리에 있어 자주 못찾아 뵙는 것이 아쉽다고 하셨고, 오빠는 몽골에서는 가족이 죽어도 3년동안 산소에 안가는 것이 전통이라 특이하다는 얘기, 나는 우리도 서양처럼 동네 가까운 곳에 묘지가 있어서 생각날때마다 일상 일처럼 찾아가면 어떨까 하는 얘기를 했다. 

오는 길은 상대적으로 거의 막히지 않아 금방 동수원 톨게이트에 당도했다. 그런데 톨게이트 여자 직원이 오빠 신분증을 보며 자꾸 갸웃하신다. 사진이 많이 달라보인다며 본인 맞냐고, 지금이 더 젊어 보인다는 거였다. 우리 가족은 한바탕 웃고 곧 집으로 향해 왔다. 

식당에서 점심을 먹다 수원의 연화장 이야기도 나왔다. 3년전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그 곳에서 장례를 치른 적이 있었는데 "엄마, 그러면 연화장 없던 예전에는 다른 먼 곳에서 화장한 거에요?" 그러자 엄마가 그때 잘 알려지진 않았는데 당시 수원 교외에 있었던 것 같다고 하신다.

외할머니의 묘지 방문길이 마냥 지루하고 별 일 없을 줄만 알았는데 여러 가지 재미있고 새로운 대화의 장을 가족간에 나눌수 있어 나쁘지 않았다. 
어느덧 황금 들녘으로 물든 경기도 남부의 도시들을 보며 넉넉한 마음과 한 해의 갈무리를 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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