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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노래소리가 시끄럽다니..."
땅속에서 긴 인고의 세월...땅위에서의 짧은 생애
2008-08-06 16:53:18최종 업데이트 : 2008-08-06 16:53:18 작성자 : 시민기자   김재철

선우월(蟬羽月), 매미 유충이 땅 위로 올라온다는 음력 6월이 지난 지도 엊그제, 아침부터 아파트 단지 내 매미 노래 소리, 선음(蟬吟)이 요란하다. 

곤충들이 소리를 내거나 노래를 하는 가장 큰 목적은 짝짓기를 위한 구애이다. 귀뚜라미는 수컷들이 모여 있을 때 가장 시끄러운데 이는 암컷이 가장 씩씩한 노래 소리를 내는 수컷을 찾아 교미하기 때문이다.

매미 수컷도 암컷에게 잘 보이려고 경쟁적으로 노래를 한다. 짝을 찾기 위한 구애의 노래일 뿐 아니라 동료와 의사 교환을 위한 소리를 내기도 한다. 

이 때문에 매미 등 대부분의 곤충들은 혼자 있을 때와 함께 있을 때 소리가 달라진다. 
노래방에서 저마다 마이크를 잡으려는 사람들의 심정과도 같은 걸까. 그러나 매미는 새들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는 방어수단으로 시끄러운 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떤 곤충의 노래 소리가 가장 클까. 
연구결과에 따르면 적이 나타났을 때 109데시벨(㏈)의 소리를 내는 북아메리카 매미가 단연 챔피언이라 한다. 이 매미는 평소에도 50㎝ 거리에서 107데시벨의 소리를 낸다. 
사람이 고함을 칠 때의 소리는 120데시벨 수준이다. 매미는 복부 발음기 속의 고막을 진동시켜 노래를 부르는데 그 횟수와 진동수는 밝기와 온도에 따라 달라진다.

굼벵이라 부르는 매미 유충은 땅속에서 나무뿌리의 즙을 빨아먹고 자란다. 
종류에 따라 땅속에서 보내는 기간이 1∼2년, 3∼4년, 5∼6년 흔히 6년이라고 하지만 13년과 17년마다 주기적으로 출현하는 매미들도 있다. 
유충은 맑은 날을 골라 저녁 해질 무렵, 땅 위로 기어 올라와 나무줄기에 몸을 고정시킨 후 탈피를 한다. 성충이 된 매미는 길쭉한 관 모양의 침을 나무줄기 깊숙이 밀어 넣고 거기에서 양분을 섭취한다. 

우리나라에 서식하고 있는 매미는 참매미 등 15종에 이르며 때에 따라서는 과수의 어린 가지에 침을 박고 수액을 빨아먹어 과실의 성장을 둔화시키기도 한다. 

암컷 매미는 벙어리다. 
벙어리 매미는 한선(寒蟬)으로, 우리 선조들은 제 몸을 아껴 스스로를 나서지 않는 사람, 또는 인품이 노둔하고 용렬한 것에 비유하였다. 
그렇다면 수컷 매미 소리는? 진실 됨이 없는 것을 매미처럼 지절거리는 소리에 비유했다. 또한 매미와 개구리 울음소리, 와명선(蛙鳴蟬)은 쓸데없는 의론과 형편없는 문장을 말하기도 한다. 

하여튼 우리 선조들은 매미를 좋게 보지 않았나 보다. 

그렇지만 매미는 군자가 지녀야 할 오덕, 즉 문(文), 청(淸), 염(廉), 검(儉), 신(信)이 있어 군자지도를 상징하기도 한다. 
참매미의 허물은 선퇴(蟬退)라 하여 한약재로 쓰인다. 선빈(蟬鬢)은 매미 날개처럼 곱게 빚은 여자의 고운 머리를 일컫는다. 그래서 예쁜 접대부 아가씨들을 매미라고 하나 보다. 

요즈음 중국에서 건너온 것으로 추정되는 주홍날개꽃매미가 극성이라고 한다. 혐오스런 생김새에 몸에 붙기 일쑤여서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라고 한다. 활엽수에 붙어서 수액을 빨아먹지만 독성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미 노래소리가 시끄럽다니..._1
참매미
매미 노래소리가 시끄럽다니..._2
중국에서 건너온 것으로 추정되는 주홍날개꽃매미

전문가들은 외래 곤충이 나타나면 천적이 붙기까지 4~5년 걸려 그때까지는 개체수가 해마다 급증하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그런데 해충에 이름을 붙일 때 예외 없이 국산은 없다. 경기북부 지방에서 뇌염을 퍼뜨리는 모기는 중국얼룩날개모기이고, 경상도와 전라도의 뇌염은 일본뇌염모기가 퍼뜨린다고 한다. 

매미가 성충으로 사는 기간은 보통 1주일 정도라 한다. 그 1주일을 사는 동안 신명나게 구애의 노래를 하고, 그 짧은 생을 위하여 땅 속에서 6년을 준비한다. 

그런데 서울 어느 구청에서는 시끄럽다하여 방역에 나섰다가 환경단체들의 지적을 받고 방역계획을 전면 백지화 시켰다고 한다. 
사람들은 땅속에서의 기나 긴 인고의 세월을 지낸 매미의 땅위에서의 그 짧은 생애를 이해하지 못하고 매미채로 낚아챈다. 

오늘 저녁 매미울음소리를 들으면서 한 잔 술을 마셔보자. 주선(酒仙) 이태백이 부럽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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