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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 여행
황혼에 홀로 떠나려는사람들
2008-12-21 19:41:22최종 업데이트 : 2008-12-21 19:41:22 작성자 : 시민기자   안명수

황혼 여행_1
황혼 여행_1
옥신각신 하면서 들어서는 사람들 중에 눈에 띄게 나이가 지긋하신 노부부....
새내기 부부들 틈에서 의자 하나를 놓고 서로 앉아라 하는 모습이 이곳 환경에선 왠지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다.
서로 으르렁거리고 서로 잘난 맛에 사는 한쪽에서는 울고 싸우고 매달려보는 사람들도 눈에 띤다.
들어가 몇 초도 안되서 서로 남남돼서 나오는 이곳은 가정법원이다. 

그런데 노부부는 왜 여기까지 오셨는지 궁금하다. 오랜 세월동안 서로 의지하고 자녀들에게 그 어떤 이야기가 필요한가? 들어서는 순간 당당했던 할아버지, 호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시더니 눈시울을 적시며 들이민다.

오히려 할머니께서는 당당하시다. 모진 세월에 당당함이 지수를 발휘하신다. 판결문에 들어서는 노부부는 세내기  부부에게는 어떤 모습일까?

어떤 부부는 고개를 까우둥... 어떤 부부는 "나이 좀 젊어서 하시지" 하는가 하면, "자식들에게 먼꼴이야" 하는 부부들도 있었다. 조심스럽게 혼자 구석진 곳에 않아 계신 할머니에게 말을 건낸다. 무슨 일이세요. 그제서야 역정을 내신다. 

"이혼하려 왔다고~"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할것 같아서 돌아서는 순간 할머니께서는 "이 나이에 나라고 이혼하고 싶겠냐"며 "저 영감이 아직 철이 없어서 더 이상은 못참지" 하신다. 
"아직도 나를 못믿고 누굴 믿고 살아. 수십년을 살면서 이제나 저제나 변할까 살았는데 도져히 감당하기 힘드시다"고 하신다. 사건의 발단은 할아버지에게 도벽증세, 그리고 알콜증세가 있어서 그로 인한 싸움과 마찰이 끊이지 않는단다. 

들어보니 할머니와 가족들 고통은 생각할 수록 고개가 끄덕이게 된다. 평생을 그뒤를 치닥거리하다 지쳐버렸다는 할머니의 고함소리는 복도 끝을 따라 울려 퍼진다.

울음소리와 함께 할머니 서러움이 복바쳐 오른다. 곁에 서계시던 할아버지께서는 아무 말씀 없으시며 창가에 서서 눈물을 삼키셨다.

한참이 되서야 진정이 되셨는지 누군가의 차에 오르시더니 노부부의 모습은 볼수가 없었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 모두가 우리라는 단어가 어울렸던 것처럼 각자의 길에서 행복이라는 말이 어울렸으면 한다. 
잠시 그동안 우리 부부도 각자의 길로 갈뻔한 시기가 있었다. 앞으로도 많은 시련과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하지만 오늘 이 자리에서 만난 노부부를 떠올리며 자제할 것이며 살아가는 동안에 다짐할 것이다. 
'행복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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