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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바다를 가다(4)
네팔인의 자존심 네팔인 여성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등반한 파상 라무 쉐르파
2008-12-15 17:57:54최종 업데이트 : 2008-12-15 17:57:54 작성자 : 시민기자   김형효

낯설게 다가가는 초입에서 문을 빼꼼히 열고 안을 엿보는 듯 살금살금 길을 걷는다. 아무도 나무라는 이 없고 아무도 낯설게 바라보지 않는 곳, 이곳은 태고적부터 우리들의 땅처럼 아늑하게 어깨를 열고 기다리는 듯하다. 어머니의 벌판처럼, 어버지의 어깨 곁처럼 꿈을 꾸며 길을 가는 봄날같이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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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루크라에서 짐을 짊어진 듯하다. 무거운 짐을 짊어진 그들의 웃음은 무상무념의 극을 넘어선 듯하다.

길가에 감자꽃이 활짝펴서 밭을 일구는 농투산이의 굼뜬 걸음이 싫지 않은 날, 결코 이곳은 낯선 이국이 아닌 내 고향이거나 깊은 산골 마을 길 같은 느낌이다.

내 곁을 함께 어깨 걸어 걷는 네팔인 날바하두르 비케이와 람 브한다리만 아니면 여지없이 강원도 외딴 마을처럼 외진 느낌이 있을 뿐이다. 루크라 공항을 벗어나 루크라 중심지를 걷는다. 낯선 풍경들은 친근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더구나 사람들의 모습이 우리와 닮은 몽골리안의 얼굴이다. 그래서 무심결에 마치 고구려적 선조님들의 말몰이 모습을 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루크라를 벗어나는 길에 통과의례로 몇 걸음 걷지 않고 체크포스트(경찰초소)에서 에베레스트 국립공원 입장권을 확인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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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인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여성 산악인 파상 라무 쉐르파의 공적을 기리는 펼침형 조형물이다.

<파상 라무 쉐르파>의 공적을 기리는 탑이 있고 아치형의 펼침형 조형물에는 그녀의 얼굴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파상 라무는 네팔인의 자존심을 세워준 산악인으로 네팔인 여성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등반한 사람이다.

그녀는 등반 후 하산길에 고인이 되었지만, 네팔인들의 가슴 속에 살아있는 위인이다. 그녀의 남편은 네팔의 주요한 국내선 항공회사인 예띠 항공사의 사장이다. 우리 일행이 이용한 비행기가 예띠항공사의 국내선 소형비행기였다. 그녀는 쉐르파들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루크라를 벗어나면서 부터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1,800미터가 조금 넘는 루크라 공항에서 고도를 조금씩 낮추며 길을 간다. 등교 길의 학생들을 만나게 된다. 불심이 깊은 네팔의 산중 사람들, 그들에게는 티벳 불교적 전통이 강하다. 어찌보면 그들 모두가 하나의 산사처럼 적요롭다. 어린 아이나 어른이나 하나의 산사처럼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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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먼 동네에서 부터 루크라 방향으로 걸어오는 교복입은 학생이 친구와 도란거리면서 걸어오고 있다.

넋을 놓은 듯 보이는 당나귀의 눈빛에도 적요가 있다. 신비롭다는 것은 나의 눈길조차 신비로 가득 채우는 듯하다. 온통 신비속에서 나의 눈길도 마음 길도 신비로 가득차서 모든 것이 신비롭게 보이는 모양이다.

멀리 발 아래 마을, 그 마을 안에 산사가 있다. 우리네 절은 아니라도 군데 군데 그들의 기원 공간이 있다. 그 중심에 학교도 있고 집집마다 룽바의 오방천이 바람의 길을 연다. 그 바람과 인사를 나눈다. 신의 영험을 좇아 날고 있는 바람을 마중하고 배웅하는 듯하다. 나그네의 눈에는 나그네의 안녕을 빌어주는 듯하다. 이곳 사람들의 마음속에서는 이승에 삶의 평화와 내세의 발복을 기원하는 것으로 보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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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사람들은 바쁘지만, 산장의 모습은 고즈넉하기만 하다. 룽바가 오색의 향을 날리는 듯하다

한참을 걷고 걸으며 자연경관에 반하여 웃고 길가는 짐꾼들의 모습을 보며 측은지심도 가져본다. 사실 바라보는 이의 아픔은 전혀 도움이 되는 눈길은 아니다. 그들이 측은한가? 나그네인 내가 측은한가? 대체 알 길이 없는 것이다. 측량할 수 없는 질과 무게를 갖고 있는 것이 사람들의 삶이 아닌가?

이 험한 산중에 아이들이 삼삼오오 무리지어 학교에 간다. 그들의 안면에 가득한 웃음이 까르륵 작은 파문을 일으키며 길을 열어준다. 내게는 참으로 경이롭고 반가운 웃음이다. 낯선 나그네에게는 얼마나 환영받는 느낌을 주는지, 그들은 모를 것이다. 그저 그들의 일상의 웃음일 뿐이니까? 나는 그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는다. 외롭지 않은 나그네의 인사를 그들이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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