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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장미꽃이 얼어 죽었습니다
국회의사당 테마 영화를 보고
2009-01-04 15:00:44최종 업데이트 : 2009-01-04 15:00:44 작성자 : 시민기자   김기승

우리집 장미꽃이 얼어 죽었습니다_1
우리집 장미꽃이 얼어 죽었습니다_1
우리집 장미꽃이 얼어 죽었습니다_2
우리집 장미꽃이 얼어 죽었습니다_2
 
우리 집 장미꽃이 얼어 죽었습니다. 창가에 비친 햇빛에 잠이 깼어요. 
해가 뜬걸 보면 새날이 온 게 틀림없잖아요. 그런데 제 마음은 쿵덕대기만 합니다. 아내는 긴 머리가 얼굴을 반쯤 가려졌는데도 뭐가 그리 대수라는 듯 아주 편안히 잠을 자네요. 

눈만 뜨면 리모컨에 자동으로 손이 갔는데 오늘도 리모컨을 습관적으로 잡았는데 고민만 열배 백배 망설임에 눈만 비벼댑니다. 혹시나 아내에 단잠을 깨칠까봐 살금살금 이불속을 빠져나와 방을 나섰습니다. 

창문 뚫고 비쳐댄 햇볕에 거실 방은 한 낯입니다. 아들 방 양쪽문은 굳게 닫혀 있는 걸보면 어젯밤 아홉시 뉴스에서 국회의사당 전쟁 영화를 보다가 식상한 채 방에 들어가서 총싸움 컴퓨터 오락을 해대더니 늦잠을 자는 것이 분명합니다. 

큰아들 영호는 국회전쟁영화가 별로인 듯 입맛만 쩝쩝 대는데 작은아들 관호는 국회의사당 조폭영화를 맛나게 보더라고요. 

"아빠 저기 나오는 배우들이 아마추어인가 봐" 
나는 한마디 대답을 못했네요. 올해 대학교 3학년이라서 알 것은 알지만 애비한테 묻는 걸 보면 제법 세상의 문을 여닫음에 깨달았다는 겁니다. 

아빠 100원만 달라고 하루에 몇 십번이고 조르고 돈 받으면 재빠르게 오락실에 가서 1분도 안되어 다시 오곤 하던 개구쟁이였는데 벌써 아빠얼굴을 벌겋게 달아오르는 능청스런 질문을 하니 나 역시도 나이가 들은 것은 분명하네요. 

잠시 머뭇대다가 옥상으로 올라가 하늘을 보니 맑았습니다. 아무리 온 동네 둘러보아도 지붕위에는 나 혼자였습니다. 날씨가 추워서 그러려니 하고 얼떨결에 처다 본 화단이었습니다. 가슴이 멍하더군요. 

우리 집 화단에 예쁘게 피었던 장미가 얼어 죽었어요. 이상기온으로 철 모르고 피어난 게 잘못은 있었지요. 하도 예뻐서 그냥 보기에만 좋았지만 얼어 죽을 거란 생각은 없었던 거예요. 어제도 보고 그저께도 보았을 장미꽃... 오늘에야 얼어 죽은 것으로 보였어요

왜이리. 내 마음이 아파올까요 지난밤 국회의사당 영화에 너무 푹 빠져서 넋이 나갔다가 오늘아침에야 제 정신이 돌아와서 그런가요? 

아내가 잠이 깨면 옥상에 올라와서 빨래를 널면서 보게될 꽃인데, 우리 아들도 담배 피우러 올라와서 볼까. 작은아들은 줄넘기 하느라 볼 수는 없을 테지만 내 눈에만 꽃이 얼어 죽은 모습으로 보였으면 합니다. 

국회의사당에도 꽃은 피었을 텐데 얼어 죽다 못해 속병 나서 온몸이 문드러졌을 겁니다. 이젠 그런 영화 제발 만들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이제야 커나는 어린아이들 눈에는 어떻게 보였을까? 장미꽃이야 세상 잘못알고 피웠다가 얼어 죽었다고 치부한다지만  우리가 이어나갈 세상에 이러한 영화가 존재할 이유가 있는가요.
이러다가는 이 세상 얼어죽을 일만 남은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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