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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레에 대해서
우리 모두 더러운 마음을 닦아내면 어떨까
2008-07-03 10:59:15최종 업데이트 : 2008-07-03 10:59:15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목욕을 했는데, 평시에 수건이 걸려 있는 곳이 비어있었다. 해서 욕실 서랍에 가지런히 개어 있는 수건 중에 노란 수건을 꺼내 몸을 닦았다.
그리고 목에 건 채로 거실로 나와서 머리를 말리고 있었다. 

이것을 보고 아내가 펄쩍 뛰었다. 그것은 발을 닦는 걸레로 쓰는 것이란다. 그러니 위 서랍을 열어서, 새 수건을 꺼내서 닦으라고 한다.
그 말에 목에 걸고 있던 수건을 발밑에 깔고, 새 것으로 몸의 물기를 다시 닦는 시늉을 했다. 

그러나 발밑에 깔린 걸레를 다 쓰고 똑바로 개놓으려니까, 이 걸레도 수건과 다름없이 깨끗해 보였다.
이 걸레는 줄곧 수건으로 쓰다가 조금 해어져, 걸레로 쓰기 시작 했단다. 그런데 걸레로 서너 번밖에 쓰지 않았기 때문에 빨아 놓으면 깨끗한 수건처럼 보이는 것이다. 

아내는 내게 걸레와 수건도 구분하지 못했다고 핀잔을 줬지만, 겉으로 보면 둘은 어느 것이 수건이고 어느 것이 걸레인지 구별하기 어려웠다.
아내는 걸레를 펼쳐 보이며 귀퉁이가 해어진 것을 지목했다. 하지만 말이 걸레지 몸을 닦기에는 지장이 없었다. 오히려 수건은 새 것이라 거칠게 피부를 자극했지만, 걸레는 오래 사용해서인지 몸을 닦아도 부드럽게 닿았다. 

수건과 걸레를 놓고 고민하다가 갑자기 세상사를 읽고 싶어졌다. 우선 내가 걸레를 깨끗하게 본 것처럼 지금 세상은 눈으로 봐서는 누가 걸레 같은 사람이고 누가 수건 같은 사람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우리가 사람을 볼 때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가끔 텔레비전 뉴스 끝물에 호감 가는 인물을 소개한다.
그때 나오는 사람은 모두 겉모습이 볼품이 없다. 동네 길거리에서 휴지를 줍는 노인이 소개될 때도 그랬다.
체구는 작고 늙어서 걸음도 제대로 못 옮기는 분이었다. 입성도 추레한 것이 영락없이 거지다. 이렇게 말하기에는 불경스러운 면도 있지만, 이 분이야말로 겉모습이 걸레처럼 더러웠다. 

걸레에 대해서_1
걸레에 대해서_1
그런데 이분은 당신의 몸보다 큰 수레에 폐휴지를 잔뜩 싣고 다닌다.
이 분은 휴지를 주워서 불우한 이웃을 도와주고 있다. 겉모습과 상관없이 마음은 천사 같은 분이다. 

자신은 더 가난하면서도 남을 돕고 사는 할아버지의 얄궂은 운명은 때 묻은 곳을 찾아 깨끗하게 해주는 걸레와 닮은 구석이 많다.
할아버지가 그런 것처럼, 걸레도 자신의 몸을 던져 더러운 것을 깨끗이 하는 헌신과 봉사의 기능이 있다.
걸레를 감히 더러운 것이라 멀리 할 수 없고 그저 장하다고 해야 하는 것처럼, 말없이 세상의 더러운 것을 묵묵히 닦아내고, 몸으로 세상에 빛을 밝히고 계시는 할아버지를 보면 고개가 숙여진다. 

반대로 우리 세상에는 깨끗한 수건처럼 보이지만, 더러운 걸레보다 못한 인간들이 많다. 이웃의 삶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의 편의를 위해서 사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그들은 매사에 공동 질서를 지키지 않고 우리의 삶을 힘들게 한다. 출세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 남을 비방하고 부당한 방법으로 앞서가는 사람들이 걸레보다 못한 사람들이다. 

주민 잔치에서 자신을 소개하지 않았다고 해서 행사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의원들부터 시작해서, 국민의 편의보다는 자신의 출세와 영달을 위해 일하는 공직자들이 모두 걸레보다 못한 인간이다. 

눈만 뜨면 험악한 뉴스가 오르내리고 있다.
많이 배운 사람이나 적게 배운 사람이나, 일일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그런 사람들은 오늘도 신문을 장식하고 남는다. 그야말로 사회가 지저분해지고 있다. 

이 시점에 그 더러운 것을 닦아내는 걸레 같은 사람이 절실히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걸레는 늘 구석에 있어 눈에 띄지 않지만, 필요하면 언제든지 제 기능과 역할을 다하는 것처럼, 우리 사회의 구석에서 묵묵히 일하는 그런 지도자를 기다려본다. 

그러면서도 다른 기대감을 함께 품어본다. 우리가 걸레라고 사용하는 것도 결국은 처음부터 걸레로 만들어진 것은 없다. 깨끗한 것을 가지고 더러운 것을 훔치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지금 사람들이 험한 속세에서 살아가다보니 때가 묻어버렸다. 

불가(佛家)에도 사람의 본성은 본시는 청정하다고 했다[心性本淨, 本性淸淨].
이웃 나라 일본의 속담에도 모든 악은 더럽혀진 것일 뿐이며, 그것을 씻어내기만 하면 본래의 생명력을 되찾을 수 있다고 했다.
우리의 마음도 정성스럽게 닦아내고, 그 본래의 청정함이 살아나도록 해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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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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