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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한 ‘순댓국’이 없는 우리의 언어 현실
2008-12-04 16:57:23최종 업데이트 : 2008-12-04 16:57:23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나무가 잎을 모두 떨어뜨렸다. 찬바람이 품속을 파고든다. 경제 한파까지 몰아 닥쳐 서민은 예년보다 더 어깨가 움츠려든다. 이럴 때는 따끈한 순댓국이 제격이다. 값이 싸고, 그 뜨거움이 온몸을 따뜻하게 한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순댓국'이 없다. 오직 '순대국'만 있다. '순댓국'은 순 우리말로 된 합성어로서 앞말이 모음으로 끝난 경우이다. 이때는 사이시옷을 받치어 적는다.(한글 맞춤법 제30항) '뭇국, 감잣국, 배춧국, 시금칫국, 선짓국'도 똑같다. 

따끈한 '순댓국'이 없는 우리의 언어 현실_1
'순댓국'이 바른 표기

그런데 우리는 이런 것에 어색하다. 어색한 것인지 관심이 없는 것인지 모르겠다. 글 꽤나 쓴다는 사람이 '순대국'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관심이 없는 것이 분명하다.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찻잔(茶盞), 찻종(茶鐘), 찻장(欌茶), 찻주전자(茶酒煎子)'도 사이시옷이 붙는 것을 안다. 

엊그제 신문에서 시 의원들을 분류하면서 충분한 자료 분석에 기초해 감사의 핵을 짚는 '쪽집게' 의원이라는 표제어를 사용한 것이 보였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그러다보니 학원 강사도 '쪽집게 논술 학원 운운하고' 있다. '족집게'도 모른다면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기초적인 정서법을 모르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글 꽤나 쓴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바람'을 '바램'이라고 하거나, '나침반'을 '나침판'이라고 쓰고 있다. 신문은 오늘도 여전히 '오늘은 인사만 할께요.'('오늘은 인사만 할게요.'가 바른 표현)라며 친절하게 정서법이 틀린 표제어를 냈다.(노건평 씨가 검찰 조사를 받은 날 김해시 봉하 마을을 찾은 관광객들과 인사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 설명에서) 

직책이 꽤나 높은 양반들은 '이 같은 문제들은 본질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마이너한(사소한) 문제'며 거들먹거린다. 그리고 '독도 관련 분쟁을 유발하고 우리 측의 의도를 떠보려는 의도적인 리크(leak․언론에 흘리기)로 보인다./정부가 출범 초 아마추어적으로 과거사를 묻지 않겠다는 식의 발언을 한 것은 너무 나이브(순진)했다.'라며 외국어를 섞어서 말한다.  

방송에서는 '컬러 자체가 럭셔리하며 심플하고, 액세서리도 크리스털로 고급스럽게 라운드에…….'라며 혀를 비비꼬며 말한다. 이 정도면 외래어가 아니라 외국어에 가깝다. 

홈쇼핑 광고 중에도 외래어 표현은 수도 없이 많다. '기프트 카드, 인테리어 소품 콜렉션(이도 컬렉션이 바른 표현) 코너, 핸드메이드 하프 코드, 라운드 가디건(이도 카디건이 바른 표현), 레프트 스타일, 유니크한 컬러감…….' 그리고 홈쇼핑에서는 아예 우리말 색상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화이트, 블랙, 레드, 아이보리, 옐로우(이 표현도 옐로가 바른 표현), 그레이, 그린, 베이지, 핑크, 브라운, 블루, 카키, 블랙 그린, 블랙 화이트 …….'   

장황하게 늘어놓아 보았는데, 이것이 우리의 언어 현실이다. 이 현실은 서글프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하다. 우리의 말과 글을 우리가 홀대하고 마구 오염시키고 있다. 매일 갈고 닦아도 모자랄 판인데 마음 내키는 대로 써버리고 있다. 

지금 지구상에는 약 6,500여 종의 언어가 있다. 그 중에 한국어는 약 7,700만 명 정도가 사용한다. 이는 세계 지역에서 13위 정도에 해당한다. 한국이 비록 작지만, 언어의 위상은 결코 작지가 않다. 

그러나 사회 문화적으로 영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우리의 언어 오염 상태가 심각하다. 심지어 한국어를 버리고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반민족적인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우리는 환경 문제에 엄청난 돈과 정력을 쏟고 있다. 개발이라는 근시안적 사고방식에 대한 죗값이다. 언어에 대한 무관심도 환경오염 못지않은 피해를 준다. 어쩌다 음운 하나 틀릴 수 있다고 관대하게 생각하는 것이 나중에 큰 화로 다가온다. 외국어 남용도 국제화 시대와 전혀 관계없는 천민 의식의 발로다. 

말과 글은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한다. 우리는 한국인으로서 한국어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살고 있다. 우리 역사와 문화는 한국어에 의해 더욱 발전을 왔다. 우리가 우리말과 글에 대해 끊임없이 애정을 보이는 것도 훗날 역사와 문화에 대한 책임 의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윤재열님의 네임카드

윤재열, 사이시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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