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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명의 수업을 보다
영화초, 모든 교사 수업 공개
2008-11-09 09:35:11최종 업데이트 : 2008-11-09 09:35:11 작성자 : 시민기자   이철규

"연구부장님, 저 좀 수업연구에서 빼주세요."
늘 남의 부탁을 거절 못해 우유부단하다고 오해를 받는 나도 이번만은 꾹 참고 미소로 넘겨버렸다.
오늘은 경기도창의성교육연구회장도, 영재교육 전문가도 아닌 수원 영화초 연구기획 부장교사로서 이야기를 꺼내려 한다. 
드디어 이번 주에 보건 교사와 영양 교사, 그리고 전담 교사들의 공개수업을 끝으로 우리 학교 43명 모든 교사의 수업연구가 끝났다. 
먼저 어려운 여건 속에서 묵묵히 알찬 수업을 준비하고 기꺼이 수업을 공개한 동료 교원들에게 마음 속 뜨거운 갈채를 보낸다.

43명의 수업을 보다_1
교사 43명 모두가 수업연구 공개수업을 실시했다.

우리 학교는 4월부터 모든 교사가 공개수업이라는 방법으로 수업연구를 하는 자율장학 계획을 수립하였다.
"어휴, 학교 행사 때문에 공개수업 날짜를 잡을 수가 없어요."
"전국에서 모든 교사가 공개수업을 하는 학교는 우리 뿐일거야."
온갖 비명과 뒷담화가 쏟아졌지만 그때마다 교감선생님과 주무 부장인 나는 논리적인 답변과 비논리적인 억지를 써가며 역경(?)을 헤쳐 나갔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학교 교사들은 올해 기본적으로 네 번의 공개수업을 준비했다. 학부모 대상 공개수업과 교사 대상 수업연구, 그리고 학교평가와 시범학교 공개수업이 의무적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더하여 명품수업 실기대회에 참가하는 열 명의 교사들은 세 번의 수업을 더 공개했다.

배가 남산만 해져서 다음 달에 출산휴가를 들어가는 임산부 교사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이쯤 되니 외부 손님을 대상으로 하는 공개수업은 주무인 내 몫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필자도 장학사님과 외부 교사들을 모시고 6월에 영재학급 공개수업, 9월엔 통합학급 공개수업을 먼저 솔선하는 모범(?)을 보여야 했다.
진통은 공개수업에서 끝나지 않는다.

43명의 수업을 보다_2
이젠 수엽협의회도 진지하면서 화기애애하다.

수업연구 공개수업 후 이어지는 수업협의회 또한 모든 교사들의 고통의 시간이다. 무엇이든 수업분석에 대한 한마디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사의 발문이나 동선, 학생들의 단계별 활동 분위기 등 수업분석을 맡은 교사들은 더욱 바빠진다. 다른 모든 회의들이 30분을 채 넘기지 않지만 수업협의회만은 2시간 가까이 계속된다.

그러나 아무도 끝까지 이 일련의 추진 사안에 대해 항의를 항거나 수정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이젠 그것을 즐기고 있다. 
수업협의회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이다. 그것은 모두가 교사의 능력은 바로 수업 기술이란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예전 보다 많아진 어쩔 수 없는 학교행사들, 점점 숫자가 늘어나는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증후군) 아이들, 그리고 각종 감사 때면 쏟아지는 공문들이 가장 중요한 교사들의 중심 역할을 흔들고 있을 뿐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을 해내야 하는 것이 공직자로서의 도리이지만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 영원한 진리를 빌리지 않더라도 이젠 교사들을 교수-학습력 향상에 매진할 수 있도록 좀 더 내버려둘 필요가 있다.
다면평가나 교원능력평가 같은 인위적 제도 장치를 내세우지 않더라도 수십, 수백 대 일의 경쟁을 뚫어야 하는 대학 입학과 졸업을 거쳐 수천, 수만 대 일의 임용고사를 통과한 자존심 강한 젊은 교사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지금 그렇게 스스로 자신들을 혹사시키고 있다.

교육환경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선진국 수준에 턱도 모자라는 40명 가까이 되는 좁은 교실에서 인스턴트 음식 덕에 몸만 커진 천방지축 아이들을 데리고 폴폴 나는 먼지 마셔 가며 21세기 경쟁시대의 글로벌 인재들을 키우고 있다면 미국발 금융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속편한 한탄일까?

43명의 수업을 보다_3
교사의 능력은 수업기술이다.

에구, 이번 공개수업 준비 때문에 김 선생은 입술이 부르트고 박 선생은 몸살이 났단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학교를 '영화어린이나라' 제도와 창의성 교육으로 언론에 잘 알려진 학교로 알고 있지만 그 내면엔 그런 강한 창조력을 뿜어내게 한 모든 교사의 전문성 신장 노력에 있음을 털어 놓고 싶다.
이 아름다운 가을이 가기 전에 지독한 수업연구 강행으로 심신이 지친 우리 수업전문가 집단을 위해 지난 8월 지식경제부가 선정한 으뜸디자인학교 1위를 해서 받은 상금으로 가을여행을 떠나자고 교장 선생님께 얼른 졸라야 겠다.
그러나 날짜를 잡아도 1인 5역을 해내는 위대한 아줌마 교사들 때문에 이 또한 어려울 것 같다.

수원영화초, 수업연구, 이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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