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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글 고치지 말고 내버려두라!
지방행정연수원 제4회 토요문화교실, 황선미 작가 강연
2008-12-15 09:25:00최종 업데이트 : 2008-12-15 09:25:00 작성자 : 시민기자   권일지

30여년전 어느날, 6학년 주번 여학생은 1학년 3반 교실에서 수십권의 책을 발견한다. 생존의 하루가 고단했던 그 시절,책이란 사치품이었던 그 때에, 1학년 3반은 도서관이자 생각의 둥지였다.

읽은 책의 내용을 잊어버리는 게 두려워 집에 가서 쓰고 또 썼다. 기억이 나지 않는 부분은 꾸미고,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끝을 맺었다. 그 아이는 먼 훗날, '마당을 나온 암탉'을 탄생시킨 동화작가 되었다. 작가 황선미. 그를 있게 한 결정적 순간이다.

아이의 글 고치지 말고 내버려두라!_1
아이의 글 고치지 말고 내버려두라!_1

12월 13일 지방행정연수원에서 열린 제4회 토요문화교실. 300여명의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동화작가 황선미씨의 강연이 열렸다. 그의 책 '마당을 나온 암탉'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전주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되는가하면, 여성학자들에게는 모성애를 다룬 동화로 단골 주제가 되기도 했다.

황씨는 "이제는 너무 많은 곳에서 이 작품을 인용하다보니 어떨 땐 내 작품이 아닌 것 같다"라는 소회를 밝히면서, '마당을 나온 암탉'은 모성애를 다루었다기보다 '평범한 사람이 열심히 살아간 이야기'라 일축했다. 이 작품은 극기와 희생이라는 거대한 담론으로 다루어지곤 하지만, 실제 주인공은 그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작품을 쓸 무렵, 아버지가 암 말기였습니다. 내용이 막힐 때는 아버지라면 어떻게 하셨을까..이럴 때 아버지는..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썼습니다. 주인공인 암탉(현실안주), 문지기개(기회주의자), 족제비(죽음), 수탉(아침.희망), 오리 등을 정해놓고 보니 쓸 이야깃거리가 많아져서 그림책이 되지 않고 지금과 같은 책이 되었습니다." 솔직하게 길게, 구체적으로 자세히 쓰라는 그의 작품관이 그대로 녹아든 역작이다. 동화작가로서는 입지전적 위치를 구축한 그이지만, '아이들의 글쓰기'에 대한 주장은 단순하면서 명료하다. 

'틀려도 좋으니 계속 쓰게 하라'는 것. 
문장을 첨삭하고 고치려들기보다 문장 조사를 제대로 썼는지, 주술관계가 맞은 지 정도만 알려주고, 아이가 '참을성 있게 그냥, 쓰도록' 도와주라는 것이다.

논술고사와 글짓기 대회에 물든 요즘의 '쓰기 교육'이 아이들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음을 개탄하면서,'너무 잘 쓴 글은 부모가 도와주거나 표절한 혐의가 짙다'는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책을 읽다보니, 읽는 것이 좋아 쓰고, 쓰고 싶은 게 많아 작가가 되었다는 황선미작가. 논술 대비라는 이름 아래 갖가지 독후활동으로 아이들을 괴롭히는(?) 부모들에게 경종을 울리면서, 참된 글쓰기는 가슴에서 우러나는 일임을 새삼 일깨워 준 강연이었다. 

*황선미 작가는... 
1963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고, 1995년 단편<구슬아,구슬아>로 아동문학평론신인문학상을 통해 데뷔했다.
'나쁜 어린이표', '일기 감추는 날', '과수원을 점령하라', '목걸이열쇠', '초대받은 아이들' 외 다수의 작품이 있다. 
대표작 '마당을 나온 암탉'은 난용종 닭으로 태어나 알만 낳다가 자아를 발견하고 마당을 뛰쳐나온 닭의 이야기다. 자신의 새끼가 아닌 오리를 키워 그 오리를 위해 족제비에게 기꺼이 목숨을 내놓는다는 이 이야기는 입양문제, 모성애, 자아발견, 꿈의 실현 등 수많은 함축적 의미를 가진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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