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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기] 낯선 세상으로의 여행 - 배려
일본인들은 겉과 속이 다르다? 배려를 다시 생각해보다
2008-05-15 10:40:32최종 업데이트 : 2008-05-15 10:40:32 작성자 : 시민기자   송인혁

안녕하세요, 지난 토요일에 일본으로 여행을 갔는데, 시간이 번개같이 지나가 버리고 다시 회사 생활을 하고 있군요. 시간 참 빨리 갑니다 ^^ 

일본에서 너무 재미있게 놀다가 와서 그런가요, 돌아오는 비행기에 타서 보니 중국 대지진도 일어났고, 화산대폭발도 일어났고, 많은 일들이 일어났네요. 

저에게 있어 일본 여행의 테마는 사람이었답니다. 
과연 일본인들은 제가 한국에서 읽고 보았던 그런 모습의 전형인가... 부터 시작해서 일본은 한국과 어떻게 다를까...도 알고 싶었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지금은 저만의 생각을 가졌다고나 할까요

[일본여행기] 낯선 세상으로의 여행 - 배려_1
뉴오따니 호텔에서 찍은 코지마치 동네
그래서 그런 얘기들을 좀 해 볼까 합니다. 배경과 사람은 일본인이나, 결국 우리 얘기들인 것들... 

오늘은 일본인의 마음에 관해서 얘기를 해 볼까 합니다. 
일본인들은 왜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하잖아요. 겉으론 예의를 지키고 배려를 하지만 속으론 완전히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다는 얘기 많이 들어 보셨죠?
혼네(本音, 속마음)와 타테마에(建前, 겉으로만 드러내는 모습)

수원에 사시는 일본인 블로거 사까야님도 이런 얘기를 몇번 하셨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일본인 스스로도 스스로의 모습에 이런 면들이 많다고들 하죠. 
그래서 그들의 외양은 '배려'와 '친절' 그 자체이지만, 그것을 그대로 믿고 받아 들여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도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만난 일본인들은 정말이지 장난 아닌 수준으로 친절했습니다. 어디를 가든 한톤 높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고 대답하고... 
뭔가를 물었는데 모르면 묻는 사람이 미안할 정도로 미안해 하는 것은 진짜 친절이 몸에 배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어렸을 때부터 이렇게 행동하도록 교육 받아서 그런 면들이 많겠다 싶었습니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이케부쿠로에서 료칸을 찾으러 가는 길에, 길 찾기가 어려워 지나가는 여자분에게 물어봤더니 본인도 모르는 길이었나 봅니다. 
모르겠다 하고 가면 되는데, 그 분은 저를 잡고 편의점까지 데리고 들어가서 길을 함께 물어보는 것이었습니다. 편의점 직원도 처음엔 길을 모르겠던지 가게에 비치된 휴대용 지도를 꺼내오더니 현재 위치를 확인하고 어느 방향으로 가면 될른지 같이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계산을 하고자 대기하는 사람들이 뒤에서 기다리고 있고요. 
참 잼있었던 것은 아무도 저 때문에 짜증을 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분명히 속으로는 아 뭐야~ 귀찮잖아~ 라고 그러고 있었겠죠? 
제가 미안해서, 직원 한명에게 다른 사람 계산을 해 주라고 얘기하고 다른 줄을 만들어서 계산을 하도록 종용을 할 정도였답니다. 

길을 제가 파악하고 난 뒤에서야, 저를 안내해 주었던 여자분은 인사를 하고 가셨고, 가게 직원도 길을 알게 되서 다행이라는 식으로 얘기를 했습니다(일본어라서 사실 제대로 알아듣지는 못했습니다 -.-;)  
제가 고맙다고 얘기하고, 영어로 그러면 나가서 레프트 사이드로 4블록 정도 더 가면 되겠군요 했는데, 그때 옆에 있던 다른 여직원. "네... 왼쪽으로 주욱 가시다보면 코스모완이 보일 거에요. 거기서 우회전 하면 되요" 라고 한국말로... 
가만히 보니, 이 사람... 발음으로 봐서는 한국 사람 같았는데... 재일동포 아니면 한국 유학생 정도 아닐까 싶었습니다.

암튼... 이런 경험을 하면서요, 아... 참 일본 사람들은 참으로 친절하구나... 싶으면서도 저땜에 짜증난 줄 서 있는 사람들이 한마디도 안하고 있는걸 보면서.. 이런게 겉으로 마음을 안 드러내는 그런건가... 싶기도 했어요.

허나, 다른 생각도 들더라구요.

첫째로... 겉과 속이 다른것이 자칫 나쁜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사실 이런 면들은 외국인들 뿐만 아니라 일본인 스스로에게도 굉장히 플러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어땠을까요. 
제가 길 묻는다고 사람들 줄 서 있게 했다면, 사람들은 참을성 있게 기다렸을까요. 다른 직원 나와라~ 하고 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길을 잘 모르겠는데, 지도 펼쳐놓고 가르쳐 줄 사람 누가 있을까요. 
일본인들이 상대방에게 실례가 된다고 질문도 잘 안 할거라 생각하면 그것은 오산인 것 같습니다. 곳곳에서 질문을 하며 길을 찾는 사람들도 많았고, 이런저런 것을 물어보는 사람들도 많이 발견했습니다(일반화 오류라고 하면 또 뭐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만). 

그런데요, 
내가 뭔가 도움을 요청하면 상대방이 친절하게 응대할 것이라는 믿음. 그런것이 정말 좋은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런 믿음을 전제해서, 상대방에게 실례를 미안해하고 공손히 질문하고 공손히 대답하고.. 네가티브 사회가 아니라 파저티브 사회의 일면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게 아닌가 했어요.

둘째로, 배려는 진짜 배려하는 마음 없이는 쉬운게 아니다 라는 겁니다. 
내 갈 길 바쁜데, 길 묻는 사람 붙잡고 들어가서 다시 길 물어봐주는 것은 적극적인 배려라고 봐야 하는게 아니겠어요? 
상대방을 안심시켜 주고, 미소로 괜찮다 얘기해주고, 좋은 여행 되라는 인삿말을 해 준다는 것은 설사 속으론 "아놔~ 바빠 죽겠는데 재수 옴 붙었는데~" 라고 얘기할지 모르겠지만 이건 제가 구구절절 얘기하지 않아도 몸에 배인 이런 친절과 배려는 사회에 굉장히 좋은 영향을 미칠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찬우와 함께 다니니 어디를 가든 사람들이 웃어주고 나이를 물어봐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길을 비켜주고, 우선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고, 인사해 주는 모습 속에서... 우리는 과연 이렇게 할 만큼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있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중국인이나 다른 동남아시아 권 사람들에게 어떻게 대하는지를 한번 생각해보면 알 수 있겠죠. 
이들은 마음을 감추는 게 아니라 마음을 드러내도 되는 곳에는 쉽게 드러내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사실 다 똑같은 사람들...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생활하는 내내 저는 이 사람들이 정말 우리랑은 다르구나 라는 생각은 그닥 느끼지 못했으니까요. 

이런 것들은 한국인들도 진심으로 배워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오히려 친절한 척 하지만 얼굴에 쉽게 피곤함을 드러내고 조금만 길이 막혀도 짜증내고 경적을 울릴 정도로 여유 없게 살고 있지는 않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이란 곳은, 단순히 한 두가지 만으로 일반화 시킬 수 있는 사회는 아니라는 느낌입니다. 
사상적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은 곳이라는 생각. 정치적으로도 극좌익과 극우익이 공존하는 나라. 화려한 도시 이면의 대도시 길거리에 널린 노숙자들, 럭셔리에 개성 만점의 노인에서부터 칸막이 집에서 외로이 TV만을 보며 혼자 시간을 보내는 노인들까지 다양하게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저의 생각과 시야를 확 키워준 일본 여행이 참으로 보람되었답니다.

도쿄, 배려, 사람들, 일본, 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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