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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갚음’과 ‘안갚음’
2008-11-24 09:27:53최종 업데이트 : 2008-11-24 09:27:53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국가대표팀이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했다. 이는 대표팀이 1989년 이탈리아월드컵 예선에서 2-0 승리를 거둔 이후 19년만의 쾌거였다. 이를 두고 언론에서도 기쁨을 그대로 표현했다. 

대표팀은 1989년 이탈리아월드컵 예선에서 2-0 승리를 거둔 이후 무려 19년간 사우디와 6경기를 치르면서 3무3패에 그친 부진을 깼고, 허정무 감독은 지난 2000년 아시안컵에서 나세르 알 조하르 감독과 만나 1-2로 졌던 패배도 앙갚음했다. 

'앙갚음'과 '안갚음'_1
'앙갚음'과 '안갚음'_1

그런데 여기서 '앙갚음'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걸린다. '앙갚음'을 사전에서 검색하면
앙갚음 : 남이 저에게 해를 준 대로 저도 그에게 해를 줌.(앙갚음을 당하다./그동안 내가 받아 온 멸시와 모욕에 대한 앙갚음으로 단단히 혼쭐을 내 줘야지./기표가 무서워서, 그의 안하무인한 앙갚음이 두려워서 제적을 못 시켰다는 그런 이야기는 할 수 없을 것이다.(전상국, '우상의 눈물') 
('앙갚음하다'는 동사-그에게 내가 당한 수모를 앙갚음할 날이 빨리 와야 할 텐데.) 

사전에서 해석하고 있는 것처럼, '앙갚음'은 남이 저에게 해를 준 대로 저도 그에게 해를 갚는 것이다. '해(害)'의 실체가 명확하지 않지만, 경기에서 진 것을 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치다. 

위의 예는 경기에서 진 다음 그 패배의 경험을 씻은 경우이다. 이럴 때는 '앙갚음'보다는 '설욕(雪辱)'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설욕'은 '부끄러움을 씻음'이라는 뜻으로 '설욕의 기회/설욕의 승리를 거두다.'('설욕하다'는 동사-지난날의 패배를 설욕하다/우리팀은 지난번의 역전패를 설욕하고 값진 승리를 거두었다.)로 많이 쓴다. 우리나라가 지난번의 경기에서는 패배했지만, 이번에는 이겼으니 '설욕하다'라는 표현이 자연스럽다. 

단어가 적절하게 표현되지 않으면 문장의 흐름이 부자연스러워진다. 이는 결국 의도가 불분명해지고, 정확한 의미 표현이 불가능하다. 의도가 정확히 드러나도록 명료한 단어 선택을 해야 한다. 

하나 더, 우리나라 대표팀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경기를 했다. 신문에서 표제어에 '사우디'라고 하고, 본문에서 시종일관 '사우디'라고 하고 있다. 표제어는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우디'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본문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라고 정확히 국가 이름을 표기해야 한다.   

참고로 '안갚음'이라는 단어가 있다. '까마귀 새끼가 자라서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일.'을 이른다. 또 '자식이 커서 부모를 봉양하는 일.'도 '안갚음'이라고 한다.(어버이가 자식을 키우고 가르치는 것은 그 자식이 자란 뒤에 안갚음을 받기 위한 것이 아니고, 부모 된 도리를 다하려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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