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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바다를 가다(2)
협곡 사이를 느린 걸음으로 걷고 걸으며 신성처럼 사는 네팔 사람들
2008-12-07 23:22:26최종 업데이트 : 2008-12-07 23:22:26 작성자 : 시민기자   김형효

설레는 마음을 안고 떠나는 것이 모든 여행이다.
그 시작은 초조감이나 불안감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히말라야를 향할 때는 초조 불안과 막연한 설레임이 겹친다.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서 카트만두 트리뷰반 공항에서 국내선 항공편을 타기 위해 기다린다.
조금은 고픈 배도 움켜쥘 것 없는 설레임이 좋다.

영혼의 바다를 가다(2)_1
화가 왼편은 날 바하두르 비케이, 오른편은 람브한다리

네팔의 유망한 화가 날바하두르 비케이(남28세)와 람 브한다리(24세) 네팔 예술대학교 학생화가가 함께 길을 나선다. 그들과 함께 공항에서 예띠 항공사의 경비행기를 기다리며 간단하게 음료수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대개의 이야기는 이번 여행이 그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는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고 그들은 기대감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나는 이번 여행을 계획하며 비케이의 제의를 받고 그와 공동으로 전시회를 열기로 했다.
나의 사진과 그의 그림을 동시에 전시하기로 한 것이다. 우리는 출발 전에 이미 네팔관광청과 협의를 마쳤다.

사실 내게는 걱정스런 일이 추가된 것이다.
낯설고 위험한 여정일 수도 있는 에베레스트(사가르마타:하늘바다)베이스캠프를 다녀와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와중에 좋은 사진을 촬영해서 사진전에 선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을 배우고 익힌 것도 없는 사람이 욕심사나운 일이란 생각이다. 그래서 조심스런 발걸음을 딛는 심정으로, 무거운 짐을 지고 내리막길을 걷는 사람의 심정으로 여행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무거운 짐을 진 사람 심정이 되어 떠나는 길인데도 설레임은 싫지 않다. 우리 일행을 제외한 10여명의 외국인들도 들뜨고 설레이는 마음을 카메라에 주워담 듯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우리도 그 틈을 이용해 몇 장의 사진을 찍었다.

기념한다는 것, 기억하려는 것, 그런 것들이 나의 삶을 구성하는 것인가?
그렇다고 마음먹으려는 것, 어쩌면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모여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너무나 작은 비행기, 난생처음 타보는 15인승 작은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영혼의 바다를 가다(2)_2
우리가 탔던 비행기, 한 두 달 전 저런 경비행기 한대가 같은 코스에서 추락했다. 나는 그때 여승무원의 무사안위를 바랐다. 인지상정 인연을 생각한 것인가?

거기에는 한 사람의 여 승무원도 있었다. 그도 몽골리안의 얼굴이다. 낯설지 않은 인상이다. 다소곳이 자리잡고 앉는 모양를 보면 여지없는 한국의 여인이다. 비행이 시작되기 전 그는 작은 기내를 돌면서 안전벨트 착용을 권한다. 그리고는 곧 작은 사탕바구니를 들고 다니며 박하사탕을 승객들에게 나누어주었다.
곧 사탕을 입에 물었다.

작은 비행기의 흔들림 그리고 거친 움직임을 모면할 방법, 조금이라도 긴장을 푸는 데 도움이 될까해서다.
곧 비행이 시작되었다. 놀이공원에 회전기차를 탄 기분도 들고 하이드롭을 탄 느낌도 든다. 작은 비행기의 모든 움직임들이 내 몸에 바로 전해진다.

영혼의 바다를 가다(2)_3
경비행기 아래로 펼쳐지는 히말라야 줄기들......,

이륙한지 10여분 만에 창가로 비쳐지는 네팔의 산악지대 모습은 형언할 수없이 경이로운 모습이다.
그것은 네팔 사람들의 고된 삶과 신성같은 삶의 모습이 양분되어 나타난 것처럼거칠게 둘러쌓인 산과 산 사이의 경계가 생전 처음인 사람에게 놀라움을 주는 것은 물론 자연이 주는 신비감을 곱씹어 생각하게 한다.

하늘에서는 골과 골의 깊은 계곡과 험준산령의 모든 모습들이 한눈에 들어오지만, 그 협곡과 골과 골 사이에 사람들은 너무나 먼 거리에 산다.
그러나 네팔 사람들은 그 골과 골, 협곡 사이를 느린 걸음으로 걷고 걸으며 신성처럼 살고 있다. 금방 어깨를 걸어 올 것 같은 만년설로 뒤덮인 히말라야가 창가를 수놓고 있었다. 흰 눈의 신령이 저 험준산령의 령을 넘고 재를 걷는 사람들을 굽어 살피고 있는 것이겠지!

아마도 이런 신성은 저 아래 골과 골 사이에 험난한 삶을 넉넉히 이겨가는 사람들의 힘이겠지! 어찌보면 처연하고 어찌보면 경이로운 사람들을 새롭게 대하게 되는 이유가 찾아진다.

영혼의 바다를 가다(2)_4
마을이 보인다. 엄청난 협곡 위에 마을들이다. 산과 산이 결기를 세우고 일어섰다.

흰 구름이 창가를 간지럽히듯 스쳐가고 거친 바람의 끝이 히말라야를 넘어갈 때 비행기도 대답하듯 흔들림을 멈추지 않는다. 겁이 나는 시간이다. 공중낙하 할 것처럼 흔들리는 모습이 마치 잠자리가 낙하할 때 좌우로 흔들리며 날아가는 모습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몇 번의 흔들림에 지쳐 겁도 모르고 잠이 들려고 할 때 루크라 공항에 도착했다.

해발 2,600미터가 조금 넘는 산중에 작은 공항이었다. 공항에 착륙하는 비행기는 착륙한다기보다 협곡 속으로 잠겨드는 것처럼 순식간에 발을 디뎠다. 창가로 그 모든 모습들이 비쳐지는 순간, 흔들림과 함께 햇빛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루크라에 많은 사람들이 공항에 고개를 들이밀고 있었다. 작은 산골 도시 모양을 한 루크라 사람들은 외국 여행객들을 맞으면서 그들을 위해 짐꾼으로 가이드꾼으로 활동하면서 생활을 이어간다. 그런 생활이 그들을 더욱 윤택하게 해주는 지름길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길이 꼭 그들을 윤택하게 한다고 어떻게 다짐할 수 있는 일이겠는가?

네팔, 시인 김형효,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하늘바다, 사가르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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