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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분께 인사하시는 줄 알았어요
인간적 온정을 갖고 사는 마음
2012-10-10 14:40:30최종 업데이트 : 2012-10-10 14:40:30 작성자 : 시민기자   권순도

최근에 집 근처에서 건설 중장비가 드나드는게 보였다. 레미콘 차가 콘크리트 믹스된 것을 연신 퍼다 붓고, 그 위에 다시 철근 잘라서 세우고 주위에 나무로 거푸집을 짓더니 또 거대한 콘크리트 레미콘 차가 와서 들이 붓는다.
웬만큼 건물이 올라가니 이번에는 지붕에 콘크리트를 붓기 위해 펌프카가 나타났다. 웽웽웽, 퍽퍼퍽... 며칠동안 공사가 진행 되었다.

처음에는 정말 이게 무슨 공사가 이렇게 빨리 진행되나 궁금해지다가 이내 건물이 하나 지어지나보다 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한달도 안돼 가건물 비슷한데에 마트가 들어섰다. 꽤 큰 마트여서 없는 물건 없이 가득찬 생필품 마트로 자리를 잡았다. 

집 가까이에 온갖 생필품 가득찬 마트가 들어서니 사람들은 일단 그 편리함에 너도나도 물건을 사러 몰려들면서 무척 북적댔다. 그리고 어느 마트던지간에 초기에는 손님들 끌어들이려는 마케팅 전략 차원에서 세일도 하고 덤으로 주기도 하며 1플러스1 행사까지 진행했다.
사람들이 줄을 섰음은 물론이다.

며칠전에는 나도 식료품도 좀 사고 남편의 면도칼과 몇가지 생활용품을 사기 위해 마트에 들렀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마트 안은 온갖 산물들의 집적으로 화려하다. 농수산품에서부터 갖가지 공산품, 가전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물건의 면면을 들여다보노라면 새삼 사람의 손길이 경이롭다는 생각조차 든다. 인위로 빚어낸 이 물건들은 얼마나 우리 삶을 안온하고 편리하게 해주고 있는가. 

녹차를 구입할 요량으로 차 종류의 진열대를 천천히 지나, 판매원이 직접 몇 가지 차 종류를 모아놓고 세일을 하는 판매대 앞에 섰다.
이리저리 물건을 살펴보고 있는데 판매원이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하는 소리가 들린다. 판매원이라면 항상 손님들에게 하려는 형식적 인사려니 하고 계속 물건 구경만 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목소리에 약간 힘을 주어 다시 "안녕하세요?"하고 재차 인사를 한다. 

다른 분께 인사하시는 줄 알았어요_1
다른 분께 인사하시는 줄 알았어요_1

그제야 고개를 돌려보니 전에 살던 집 근처에 살던 아주머니였다. 
거의 6년 가까이 이웃하여 살며 아주 친하지는 않았어도 가끔 음식도 나누어먹곤 하던 좋은 이웃이었는데, 이사한 후로 근 몇 년 만에 처음 보게 된 것이다.
"저는 다른 분에게 인사하시는 줄 알고... 얼른 알아 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반가운 인사의 첫마디로 우선 변명 같은 사과부터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족의 근황과 안부를 서로 나누고 다른 코너로 이동하였다. 

여러 가지 빵을 판매하고 있는 빵 진열대의 찹쌀도너츠가 먹음직스러웠다. 시식용으로 잘라놓은 것을 하나 집어 맛을 보는데, "안녕하세요·" 역시 인사말이 들려왔다. "네에~. 단팥빵도 있나요·" 이렇게 대꾸하며 진열된 빵만을 둘러보았다. 
"장 보러 나오셨나봐요?" 그때서야 나는 고개를 들어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집 근처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시던 아주머니였다. 가게가 잘되지 않아 정리하고 이곳에 취직을 했다는 이야기였다. 그 가게를 가끔 들를 때면 떠들썩하니 이웃 아줌마들과 같이 간 적이 많았기에 그런 인사말을 건넨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두변 연속 인사하는 사람 얼굴도 제대로 안 보고 내 필요한 것만 둘러보느라 정신없던 것이 무안스러웠다.
비슷한 경험을 두 번이나 겪은 마트를 나오며 나는 마치 초등학생이 일기를 쓰는 것처럼 오늘의 일을 정말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트에서 인사하는 판매원들에게 그토록 무심한 나의 행동을 보고는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장 보러 와서는 사람들은 거들떠도 안보는 아줌마네"라며 괘씸하게 생각하지나 않았을까.
사실 내가 즐겨가는 지동시장이나 팔달문 같은 재래시장에서 일하시는 분들과는 스스럼없이 눈을 맞추고 먼저 인사를 하는데, 대형마트에서는 무엇인가 획일적이고 대형화된 느낌 때문에 나도 모르게 스스로 굳어진것 같다. 

물론 그 안에서 일하시는 분들이야 다 똑같은 내 이웃이고 소중한 우리 수원시민들인데...
친절을 기본으로 하는 그분들이라 스쳐 지나는 판매원들의 인사에 일일이 응대를 할 수는 없겠지만, 그저 관심은 오로지 내가 구입할 물건에만 쏠려서 바로 코앞의 판매원이 인사를 하건 말건 관계치 않은게 너무나 죄송스러운 하루였다.
반성, 또 반성을 해본다. 나도 이젠 나이가 든 만큼 더 많은 인간적 온정을 가지고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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